찬성 128개국, 반대 9개국… 구속력 없지만 국제사회 ‘미국 전횡’ 규탄여론 확인

▲지난달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 모습. 이날 유엔총회에선 2018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대회 휴전결의안을 채택했다. [사진 : 뉴시스]

유엔이 21일(현지시각)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언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예루살렘의 지위를 바꾸려는 어떤 조치와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유엔총회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해당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28표, 반대 9표, 기권 35표로 통과시켰다. 유엔 회원국 가운데 21개 나라가 표결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총회 결의안은 과반 찬성으로 채택된다.

이날 채택된 결의안엔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이란 낱말이 직접 언급되진 않았지만 예루살렘의 지위와 관련한 최근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긴급회의는 아랍 국가들과 터키 등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들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의안은 구속력은 없지만 미국의 결정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재확인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고 VOA는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표결이 끝난 뒤 표결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과 진실을 지지해준” 트럼프 대통령과 헤일리 대사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결국 진실이 승리할 것”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반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는 환영의 뜻을 전했다. 파지 바르훔 하마스 대변인은 “이번 결의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타격을 줬다”며 “결의안은 팔레스타인이 신성한 도시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밝혔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일부 국가들이 미국에게서 상당한 원조를 받으면서도 미국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며 “미국은 이번 표결을 지켜볼 것”이라고 원조 중단을 경고하는 등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미국은 각국의 표결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트럼프의 협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압도적 다수의 국가들이 유엔총회에서 미국의 전횡을 단죄한 것이다.

앞서 지난 18일 유엔 안보리에서도 이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졌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되지 않았다. 반면 유엔총회는 안보리와 달리 특정 국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고 각국은 1표만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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