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엄마 민중당, 내년 4월 법안발의 위해 국회 토론회 이어 지역 여론화 착수

▲ ‘민중당 여성건강기본법 국회 토론회’를 주최한 윤종오 의원이 “여성건강기본법 제정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윤종오의원실]

여성-엄마 민중당이 입법 발의를 추진하는 ‘여성건강기본법’을 담금질하기 위해 19일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여성-엄마 민중당이 마련 중인 ‘여성건강기본법’은 초경부터 완경까지 ‘안전하게 생리할 권리’, ‘여성의 생애주기에 맞는 건강관리체계’ 등을 담은 기본법이다. 여성-엄마 민중당은 앞서 지난달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여성건강기본법’ 제정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 기본법 제정은 여성의 몸이 ‘출산 도구’가 아님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각 지역의 여성-엄마당 당원들부터 여성건강기본법에 대한 토론이 시작됐다. 울산, 창원, 부산, 광주 등지에서 여성건강기본법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앞으로도 여성-엄마 민중당은 전국 곳곳을 돌며 법안 내용을 해설하고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민중당 윤종오 의원실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국회에서 열린 첫 공론장으로, 여성단체 및 여성건강 입법 전문가 등이 참가해 기본법안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윤종오 민중당 의원(원내대표)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모든 여성들이 일자리 문제, 사회의 낮은 성평등 지수로 인한 문제 등으로 인해 힘들지 않고 대접받고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성건강권조차 보장되지 못한 현실”이라면서 “여성들의 건강기본권 보장을 위한 체계적인 법안과 정책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힘을 보태겠다고 응원했다. 

토론회는 이화수 여성-엄마 민중당 공동대표가 ‘여성건강기본법’안을 발제한 다음 토론으로 이어졌다.

이화수 공동대표는 발제에서 먼저 여성건강 문제와 관한 사회적 통념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여성 1명이 평생 사용하는 1회용 생리대 1만4000개, 우리가 쓰는 생리대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위험한 생리대’라는 생리대 안전 문제와 ‘생리대는 숨겨야 하는 것, 생리통은 유별난 여성들이 겪는 고통’이라는 사회적 편견이다. 

둘째는 여성들의 초경, 출산, 완경 등 신체 변화에 따른 건강대책이 없다는 문제다. 국민건강증진법과 그에 따른 국민건강증진계획에서 여성은 국민 안에 ‘퉁’쳐져 있고, ‘모자보건법’ 안에서 여성의 몸은 ‘임신과 출산’에만 국한돼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화수 공동대표는 또 “아파도 제대로 쉴 수 없고,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1953년 도입된 ‘유급생리휴가’가 2003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그냥 ‘생리휴가’로 바뀌었고, ‘생리휴가’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청소녀들도 생리통으로 인한 ‘공결’이 인정되지 않고, 대학생들의 경우에도 공식적으로 ‘생리휴강’은 보장되지 못한 현실을 지적했다. 또 생리통, 자궁질환, 유방질환 등 여성질환으로 진료/치료를 받으려 해도 ‘산부인과’는 임신, 출산, 성병 관련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고, 여성친화적이지 않은 진료/치료 방법으로 여성질환의 진료와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 ‘여성건강기본법’ 제안 내용에 대해 발제하는 이화수 여성-엄마 민중당 공동대표

‘당신의 생리는 안녕하십니까?’

여성-엄마 민중당이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9일간 당원 및 유권자 10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당신의 생리는 안녕하십니까?’ 설문조사 결과와 여러 통계자료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여성-엄마 민중당의 설문조사 응답자의 71.9%가 ‘생리통과 생리로 인한 여성질환으로 고통스럽다’고 응답했다. 또 여성질환 진료나 치료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병원에 가도 ‘여성친화적이지 않은 진료/치료 방법 때문에 힘들다(39.2%)’, ‘초음파 등 시술 비용이 비싸서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37.2%)’는 답변이 많았다.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생리(월경) 정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엔 ‘생리용품을 안전하게 생산 및 관리감독할 국가기관 설립(28.0%)’, ‘유급생리휴가, 생리공결 제도(26.9%)’, ‘안전한 생리대만 공급(22.6%)’ 순으로 많았다. ‘여성건강정책 전반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엔 응답 분포가 ‘가임기 여성 질환 치료에 대한 국가지원 강화(34.6%)’,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및 건강보험 적용 확대(23.1%)’, ‘지방자치단체/보건소 내 여성건강전담기구 설치 및 여성검진센터 설립(21.6%)’ 순이었다. 

여성들이 ‘생리휴가’ 제도를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한 현실은 통계청 자료에서 확인된다. 실제 300명 이하 사업장과 2000명 이상 사업장 차장급 이상에서 80% 이상 생리휴가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설문과 자료를 토대로 여성-엄마 민중당은 여성건강기본법(생리법)안을 제안했다. 여성건강기본법은 “여성건강에 대한 국가책임제를 실현하는 것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여성건강 관련 법조항을 기본법으로 정비하고 신설하는 법안”이란 게 여성-엄마 민중당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법안 내용은 이렇다. 

1) 보건복지부 내 여성건강국,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소 여성건강부서 신설과 생애주기에 맞는 여성건강계획 수립 

- 초경에서 완경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경제적 처지, 노동환경에 따라 안전하게 생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이에 대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책임전담부서 설립
- 사회경제적 요인(소득, 교육, 직업, 가족, 노동 등)이 성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보건정책 수립
- 산부인과를 여성건강과로 개칭하는 등 전사회적 인식개선 및 제도 마련

2) ‘여성건강검진센터’ 설립
초경에서 완경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겪는 심적•육체적 변화에 따른 건강까지 생애주기별 여성 건강검진기관 설립

3) ‘생리용품안전공사(가칭)’ 설립

- 여성생리용품에 대한 생산 및 유통에 대한 국가책임제 실시
- 생리대를 비롯한 여성위생용품, 성관련 제품에 대한 성분 및 원가 공개
- 모든 공공기관과 학교부터 생리대 무상 비치 

4) 유급 생리휴가 도입 및 생리휴강 보장

여성건강기본법 '환영한다’

이화수 공동대표의 법안 제안설명에 이어 네 명의 지정토론자들이 나서, 여성건강기본권의 중요성과 법안 내용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토론자 모두 여성-엄마 민중당이 제안하는 ‘여성건강기본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차인순 국회입법심의관은 ‘여성건강’의 문제가 국회 입법현황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설명했다. 차 심의관은 “여성건강권 관련 보편 규정 중 국민건강증진법엔 여성, 노인 등 건강취약 집단이나 계층에 대한 지원방안을 두고 있고, 건강검진기본법엔 성별,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건강검진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접근이 부족하며, 건강과 관련한 법들이 여성건강의 특성을 반영해 시행되고 있느냐의 문제에 있어서도 이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언급하며 생애주기별 여성건강시책과 국가가 보호 의무를 갖는 ‘보건의료’에 대한 성평등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도 “여성환경연대도 안전한 일회용 생리대를 만들기 위한 역학조사 등을 진행하면서, 여성건강기본권을 생각하고 있던 차에, 민중당이 법안 발의 계획을 발표해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안 사무처장은 이어 “여성건강 관련 법조항을 ‘기본법’으로 정비하고, 책임전담부서를 설립하는 것에 적극 동의한다”며 “일회용 생리대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제대로 된 전수조사와, 지속가능한 여성건강 정책 마련을 위해선 현재 가임기 여성을 중심으로 한 건강대책을 전반적인 여성 몸 의제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학교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여성의 노동과 건강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학교급식실에서 16년을 일했다는 고혜경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학생 700명의 급식을 5명이 책임지다보니 생리휴가는커녕 일하다 아프고 다쳐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휴가조차 쓸 수 없다”고 고충을 전했다.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급식 노동자 배치 인력도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급식실에서 일하면서, 화상 사고는 물론, 근골격계 질환, 뇌졸중, 폐암까지 산재사고가 끊이지 않음에도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를 교육청, 교육부가 미루기만 하고 있다. 이제 처우개선보다는 사람답게, 건강하게, 안전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라는 고 수석부위원장의 말에 토론회 참가자들은 크게 공감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오정진 부산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사회가 경직된 방식으로 성별화를 하고 이것을 반복하면서 ‘젠더’를 고정화시키는데 활용하고 있다. 권력을 가진 쪽에서 여성을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면 ‘결국 모르게 되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게 된다”고 실태를 꼬집곤 여성-민중당의 기본법 발의를 환영했다. 오 교수는 “법이 삶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이 법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이며, ‘제도’에서 소외를 극복하고 참여를 통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며 사회구조를 개선하는 운동”이라고 ‘여성건강기본권’ 제정운동의 의의를 강조했다. 

집체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카페에서 알바를 하다보면 생리로 인한 휴가는 물론 잠깐의 쉬는 시간도 갖기 어렵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생리대를 사용해 생리량도 현저히 줄었다. 누군가의 욕심에 의해 생리조차 자유롭지 못했다”는 청년 이혜민 양과, “여성들에게 아플 권리, 치료받을 권리가 있는 것인지 고민이 든다. 여성들을 위한 육아, 가사 돌봄 지원, 그리고 치료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참가자의 발언에 여성-엄마 민중당은 “토론회의 의견을 토대로 법안을 잘 보완하겠다”고 답하고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여성-엄마 민중당은, 각 지역별 토론회, 포럼을 이어갈 뿐 아니라 ‘여성건강기본법’ 발의를 위한 정책제안운동과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3월엔 ‘나의 몸이 말한다’ 정책 페스티벌을 연 다음 4월 여성건강기본법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또 ‘당신의 생리는 안녕하십니까’ 설문조사에 이어 ‘당신의 완경은 안녕하십니까’ 설문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법안에 반영할 예정이며, 법안이 발의되고 제정되는 기간 동안엔 주식시장의 ‘사이드카 발동(주식선물시장이 급등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물 프로그램 매매의 체결을 잠시 멈추는 제도)’과 같이 “여성 1000명이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는 사안과 제도에 대해 제동을 거는 방식을 고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토론회 참가자들이 모여 학교급식실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사진 윤종오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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