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 촛불 속 청소년들의 이야기,

역사를 기록하며

“왕이 길을 잃고 방황하면 백성들이 대가를 치른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1년 전의 대한민국, 박근혜 정권의 만행으로 대한민국이 그와 같은 상황을 겪었다. 전국적으로 시국선언이 이루어지고 광장에는 촛불을 든 국민들이 모였다. 1700만의 촛불혁명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2013년부터 탄핵 전까지 국민들은 수많은 ‘폭탄’들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세월호 참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일본군 ‘위안부’ 한·일 합의, 노동개악까지. 박근혜 게이트로 정권의 만행과 무능함을 확인한 국민들은 적폐청산과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겨울을 뜨겁게 보냈다. 

지난 촛불혁명 중 청소년이 차지한 비중은 절대 적지 않다. 광화문에 나가면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을 볼 수 있었다. 본인의 의지로 자원봉사를 하는 청소년도 꽤나 많이 있었다. 자신의 뜻을 세상에 표현할 수 있는 용기,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던 그 청소년들은 절대 미성숙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청소년도 그 국민의 일원이라는 것을 촛불혁명에서 보았다.

권혁주 청소년

2016년 겨울, 우리의 겨울은 여름만큼이나 뜨거운 시간이었다.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마음으로 모였던 그 곳에서는 언제나 그랬듯 청소년들이 앞장섰다.

촛불의 중심엔 늘 청소년이 있었다. 학생들은 정치가 아닌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던 일부 어른들 앞에서 ‘정치가 똑바로 서야 노력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됩니다’라고 호소하고, ‘학생들도 학생이기 전에 국민으로서 학업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반박하던 청소년들이 있었다. 또한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이고,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 모금운동을 하고, 자원봉사자를 지원하고, 친구들끼리 모여 서로 의견을 나누며 대자보를 붙이고,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뜨거운 마음을 표출했던 청소년들이 있었다. 누군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닌 스스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나선 것이다.

우리는 분명 청소년이 현재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임을 확인했다. 청소년은 교육정책은 물론, 청년 일자리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고쳐나가고 의견이 있다면 내세울 수 있는 권리가 반드시 있어야한다.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청소년. 그런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부여된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한 발짝 다가가는 것이며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어 사회의 발전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청소년 참정권, 이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임예슬 청소년

책 작업을 하면서 기사를 검색하고 자료를 모으다 보면 이면에 무엇이 있었을지 상상한다. 시국선언문을 쓰기까지 청소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우리도 뭐라도 하자. 시국선언문? 그거 쓰자.” 누군가의 제안으로, “우리가 이거 해서 뭐가 바뀔까?”, “선생님들이 반대하실 것 같아.” 토론을 하기도 하고, 누가 쓸지, 무슨 내용으로 쓸지 논의하고, 함께 할 친구들을 모은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정말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행동했을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나라가 이 꼴인데 지금 시험공부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3.1운동을 일으켰던 그 역사 속 청소년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계속해서 눈물이 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몰라서 적지 못한 역사들이 있을까 두려웠다. 행복한 작업이지만 청소년의 행동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졌다. 증언을 수집하기 위해 당시 참가했던 청소년들과 단체들, 자원봉사자들에게 연락했다. 계속 할일이 늘어나는 과정이었다. 부족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기록된 역사이다. 

이 책은 청소년 참정권의 근거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이 얼마나 주체적인 존재인지 보여준다. 아직 청소년이 참정권을 갖는 걸 반대하는 어른들이 있다면 이 책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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