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틸러슨 “조건없는 대화” 발언에 백악관 “대화 할 때 아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장관 [사진 뉴시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파격 제안한 직후 백악관 관계자는 1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지금은 분명 (대화를 할)때가 아니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이어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도 “미국의 유일 목표는 비핵화”임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비핵화를 전제하지 않겠다던 틸러슨 장관의 대화 제안은 백악관에 의해 뒤집어졌다. 

백악관이 국무장관의 제안을 하루 만에 직접 반박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와 틸러슨이 북핵문제 해법을 두고 강온 전략을 구사한 것인지, 아니면 100% 엇박자를 낸 것인지 여러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논란이 국무장관을 마이크 폼페이오 CIA국장으로 교체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둘 사이의 입장차를 전략으로 보는 쪽에서는 백악관에 모종의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국무장관이 명분을 만들기 위해 운을 띄웠고, 북한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시 주워 담으면서 갈등이 있는 것처럼 위장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틸러슨이 발언 당시 “트럼프가 승인한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음을 들어 100% 엇박자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트럼프와 틸러슨 사이에 불화가 있어왔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백악관과 국무부 사이의 이번 해프닝이 전략인지 엇박자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으나 30년간 진행된 북미 핵공방에서 미국이 현재 딱한 처지에 놓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화성-15’형 ICBM을 발사한 뒤 미국은 역대급 군사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실시해 북을 위협해봤지만, 북은 기가 죽기는커녕 오히려 ‘군수공업대회’를 열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미국이 지난 7일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입을 빌어 북-미 대화를 위한 ‘60일 플랜’(60일간 핵·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면 북한과 대화 시도)을 던졌지만 여의치 않자 급기야 ‘조건없는 대화’까지 제안했는데 북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도 저도 통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의 이스라일 수도 선언으로 전선을 잠시 중동으로 옮기는 회피전략을 써보지만 이마저도 되레 중동지역에 반미열풍을 촉발해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이대로 간다면 러시아든 중국이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유엔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라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 도미노처럼 번질 수 있다.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다. 하물며 사용할 카드도 다 떨어져 간다. 미국의 선택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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