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정상회담에 부쳐2

▲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근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갈등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NO원칙’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봉합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중국정부와 언론은 한국정부에 그 실천을 압박하면서 일부 단체 관광객들의 여행을 허용하는 등 부분적인 완화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드제재’는 계속되고 있다.

10.31발표 직후 중국정부가 이를 ‘약속’으로 표현하자 한국정부가 이를 부인하며 ‘입장표명’이라고 반박했던 적이 있다. ‘입장표명’으로 ‘봉인’하고 넘어가려는 한국정부와 확실한 ‘약속’을 받고 한국정부의 ‘실천’을 보아가며 한중관계를 풀어나가려는 중국정부의 입장차이가 발표 직후부터 뚜렷했던 것이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는 공동성명도 발표하지 않고 각자 언론발표문으로 대신하기로 했다는데 청와대는 그 이유를 “사드 문제를 두고 공동성명에 양국 이견이 드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조율과정에서 중국정부는 최소한 ‘3불’을 공동성명에 담기를 요구했고 한국정부는 이를 수용하기 곤란하다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 문제는 사드문제가 여전히 한중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두고두고,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의 파괴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이미 20여 년전 김대중 정부 때부터 한국의 참여를 종용해왔다. 그리고 그 가시적 결과가 성주 소성리의 사드 배치이다.

미국의 주요 안보 싱크탱크인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마이클 그린 부소장은 강경화장관의 10.31 발표직후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는 미일은 물론 한미일 삼각안보협력도 강화하려고 해왔다"며 "이 정책들(3N0 원칙의 내용들)을 제외해 버리면 한미일간 결속을 다지려는 트럼프 정부의 노력을 저해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 11월 2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언론 인터뷰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발언이 확정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국이 그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인지 회의적"이라고 말해 한국정부의 3NO 원칙을 주권 포기 행위로 규정하고 그 이행여부에 물음표를 던졌다. 미국이 이제 본격화된 한국의 MD 참여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정부가 미국의 압력을 극복하고 3NO 원칙을 고수할 수 있을 것인지 우리가 봐도 회의적이다.

먼저 사드추가배치를 보면, 10.31입장표명 직후인 지난 11월 3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육군협회가 주최한 강연에서 "사드 배치를 통해 한반도 남부 지역 방어 태세를 강화함으로써 김정은이 남부 지역을 함부로 위협하지 못하게 됐다"며 "더 이상 김정은이 함부로 수도권 주민을 위협하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미사일방어망 추가 배치를 통한 수도권 방어능력 강화 조치를 언급했다. 미국이 향후 북한 미사일 위협을 빌미로 사드추가배치를 요구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미국의 MD망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문재인정부의 입장도 이미 배치된 사드가 미국 MD의 주요한 구성요소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설사 문재인 정부의 주장대로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미사일의 탐지·추적과 관련한 정보공유시스템을 이미 한미가 공유하고 있다. 최근 확인된 바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이 독자적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에 나서는 것에 부정적이며 KAMD 운용을 위한 정보지원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미사일 방어자산을 미국이 통합·통제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한국국민의 감정과 여론을 고려하여 원칙적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미, 미일 사이에는 군사동맹이 구축되어 있고 한일사이에는 지난해 한일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었다. 한·미·일 3국 해군의 연합 미사일경보훈련이 지난해 6월 첫 훈련 이래 열린 이래 지금까지 다섯 차례 열렸고, 한·미·일 3국의 연합해상구조훈련(SAREX)도 해마다 하고 있다. 한·미·일 3국 합참의장 회의도 2014년 7월 이후 다섯 차례 열렸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10,31 ‘3NO’ 입장표명 정도로 사드문제를 ‘봉인’하고 넘어갈 수 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역지사지’를 말하며 “사드는 북한미사일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배치‘라고 말했다. 여기서 사드논쟁을 다시 할 생각은 없다. 사드가 대북방어용이 아니라 미국의 MD망의 일부라는 증거는 그동안 차고 넘치게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강경화 외교장관을 통해 3NO원칙을 표명한 것은 미국의 사드배치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통해 나토와 같은 집단 안보 블럭을 구축함으로써 중국을 견제 봉쇄하려는 미국의 동북아안보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주도의 집단안보체제의 하위동맹으로 편입되게 되면 한국의 군사전략은 미국에 강하게 예속되고 중국과 북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3NO원칙은 일종의 ‘저지선’을 친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심기를 정면으로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풀기위한 고육지책으로 강경화 외교정관을 내세워 중국과의 관계에서 사드를 ‘봉인’하려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을 앞두고 중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결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러한 속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은 미국주도의 MD망에 더 깊숙이 긴박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른바 ‘사드 알박기’를 통해 노리는 것도 바로 이점이다.

문재인정부는 더 늦기 전에 ‘전략적 선회’를 해야 한다. 사드배치에 경제보복으로 맞서는 중국의 태도를 찬성할 수는 없으나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MD망구축과 한미일동맹에 단호히 선을 긋지 않으면 중국과의 전략적 이해의 충돌은 결코 피할 수 없다.

사드배치는 원칙적으로 철회되어야 한다. 설사 당장 철회는 못한다면 이번 한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최소한 ‘3NO'정책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선언해야 한다. 중국이 요구하기 때문에 그러라는 것이 아니다. 그 것이 자주적인 태도이며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미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미국으로부터 자주적이지 못하면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절대로 당당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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