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연 미국은 해상봉쇄를 단행할 수 있을까?

▲ 지난달 12일 동해상에서 미 해군은 항모 3척과 이지스함 11척 등을 전개 한미 해군이 연합 훈련을 했다. [사진 뉴시스]

미국이 대북 해상봉쇄 방안을 또다시 거론하고 있다. 지난 9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2375호에 해상봉쇄를 포함하려 했으나 중국의 반대와 국제법적 논란때문에 결국 한 발 물러섰던 미국이 ‘화성-15형’ 발사를 빌미로 재추진 하려는 것.

의심 선박을 추적하고 검색하는 제재수단인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 Operation)’과 달리 ‘해상봉쇄(naval blockade)’는 말 그대로 물리력을 사용해 외국 선박이 북한 영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군사행동을 뜻한다.

이에 북한은 10일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해상봉쇄는 선전포고”라며, “만일 실천에 옮기려는 자그마한 움직임이라도 보인다면 우리의 즉시적이고 무자비한 자위적 대응조치가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최근 “해상봉쇄 조치 검토”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송영무 국방장관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실 ‘해상봉쇄’는 섣불리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과연 미국은 해상봉쇄를 단행할 수 있을까?

전시가 아닌 상태에서 ‘해상봉쇄’를 감행한 예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가 거의 유일하다. 사실 이때도 미국의 쿠바 ‘피그스 만 침공’ 직후라는 점에서 준전시상태라 할 수 있다.

당시 미국은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쿠바 남부를 공격하다 실패하자, 해상봉쇄 조치를 취하고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 완공을 강행한다면 이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것이며, 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는 공식성명을 발표했지만 결국 터키에 있던 미국측 ICBM(대륙간 탄도탄) 기지를 철수시키는 수모를 당했다.

미국이 해상봉쇄 조치를 취했다 낭패를 본 사례는 전세가 기울던 베트남전쟁 막바지에도 있었다.

1972년 북베트남의 춘계공세에 닉슨 미 대통령은 과감한 응징을 지시했다. 기뢰를 사용하여 북베트남의 항구를 봉쇄하는 ‘포켓 머니(Operation Pocket Money)’로 시작된 대규모 폭격작전은 70여대의 B-52폭격기가 출격했지만 5개월간 민간인 10만여명의 사상자만 남긴채 몇 달 뒤 미국의 항복으로 끝난 베트남전 마지막 전투로 기록됐다.

이처럼 전시상태든 아니든 미국의 해상봉쇄라는 소극적 선전포고는 전세가 불리하다는 반증이다. 지난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차례 이어온 미국 전쟁사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미국이 고심끝에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공식 발표한 조건에서 ‘해상봉쇄’와 같은 선전포고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해상봉쇄를 하고, 평창올림픽 불참을 전격 결정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의 해상봉쇄 여부는 미지수지만, 첨예한 북미간 대치 국면에서 해상봉쇄를 만지작 거린데는 미국 스스로 불리한 정황을 감지한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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