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바로세우는 데 피곤해 할 국민은 없다

▲사진 : 대법원 홈페이지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사들의 적폐청산 방해 판결을 옹호하여 국민을 아연케 하더니 문무일 검찰총장이 나서 주요 적폐 사건을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하여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국민적 여망인 적폐청산의 주요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검찰과 법원의 수장이 적폐청산에 앞장서지는 못할망정 몇몇 고위직 판사들의 고의적인 적폐 수사 방해와 수구세력들의 반발에 ‘국민적 피로감’을 운운하며 적폐청산이란 시대적 역사적 과제를 또 다시 뒤로 물리려는 기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고위직 판사들의 고의적인 적폐 수사 방해 행위는 노골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신광렬 부장판사는 이미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나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을 아무런 변경 사유가 없음에도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하였다. 자신들이 구속 사유가 분명하다고 인정하여 구속시켜놓고 불과 며칠 만에 구속 사유가 안 된다고 풀어준 것이다. 이게 법치인가. 이에 국민적 비난이 일자 대법원장이 나서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 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행위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국민을 훈계했다. 한마디로 국민적 비난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폄하하고, 자신들의 판결은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실현이니 조용하라는 것이다. 오만하기 이를 데 없다.

참으로 소가 웃을 일이다. 적폐청산이란 자기들의 정치, 경제적 이해실현을 위해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법치를 악용하여 국정을 농단한 사안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다. 이야말로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과정인 것이다. 오히려 정치적 이해관계를 법의 이름으로 포장하여 실현시키려 하고 있는 게 판사들이다. 더욱이 판사의 판결보다 국민적 여망을 받들어야 할 사법부 수장이 잘못된 판결을 내린 자를 징계는커녕 거꾸로 두둔해 나서는 것은 자유한국당이나 조선일보류들이 적폐청산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생떼를 쓰는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법원의 적폐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연속적인 영장실질심사 기각판결 또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오민석, 권순호, 강부용 영장실질심사 부장판사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적폐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줄줄이 영장을 기각하였다. 이들은 우병우, 정유라, 이영선을 비롯해 국정원 직원들, 김재철 전 MBC 사장, 추선희 어버이연합 전 총장, KAI 관련자 등의 영장을 예외 없이 기각하였다. 며칠 전에는 우병우의 핵심 측근인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기각하였다. 우병우에 대한 세 번째 영장 청구도 기각하겠다는 뜻이다. 판사들이 영장을 기각한 사유는 간결하다. 이들이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7일 국정원 내부 고발자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보낸 편지에서 보듯 국정원은 증거인멸과 조작을 일상적으로 행했다. 국기문란이다. 판사들의 이런 판결은 명백한 수사방해이자 적폐옹호다. 오죽했으면 서울중앙지검이 나서서 “국민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하소연 했겠는가.

법원의 이런 수사방해 행위의 압권은 지난 6일 최순실 조카 장시호에 대해 구형량보다 많은 2년6개월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적폐사건 수사에 협조한 자에게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적폐사건 관련자들에게 수사에 협조하지 말라는 신호라는 것이다. 이렇듯 사법부의 적폐사건 판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높다.

사법부의 적폐청산과 개혁이 절실하다. 한국의 사법부 신뢰도가 OECD 42개 가맹국 가운데 거의 꼴찌 수준인 39위라는 보도가 나왔다. 국민의 27%만이 사법부를 신뢰한다고 답할 만큼 이들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은 극에 달해 있다. 한국의 사법부는 지난 60년 이상 ‘독립성’이란 미명 아래 외풍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국민세금으로 그들의 높은 지위와 보수를 보장받고 전관예우라는 해괴한 관례로 자신들의 이해를 실현해 왔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시각에 국민은 훈계해야 할 대상이요, 자신들의 판결은 이해관계를 뛰어넘은 법치주의의 최고 권위인양 우월감이 만연돼 있다. ‘민중은 개, 돼지’라고 했던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파면 불복소송에서 파면이 부당하다고 나 전 기획관의 손을 들어준 게 바로 법원의 시각이다.

철저히 보수화된 사법부에 약간의 변화라도 올 수 있는 적폐청산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법부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제기된, 진보성향 판사들의 신상자료를 따로 관리해왔다는 이른바 ‘사법부 불랙리스트’ 조사를 지금까지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사법부가 자체의 힘으로 내부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한다는 것은 경찰, 검찰보다 어려울 것 같다.

적폐청산에 기한은 없다. 피로감을 느끼는 자들은 적폐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자들뿐이다. 정의를 바로세우는 데 피곤해 할 국민은 없다. 히틀러의 나치였거나 그에 부역한 자들에 대한 청산작업이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듯이 국기를 문란케 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법치를 악용한 자들에 대한 청산작업에 시한이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문부일 검찰총장은 민생을 앞세워 적폐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하겠다는 거짓된 말로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민생은 적폐를 청산하는데 있다. 사회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면 민생은 더욱 나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법부 적폐, 검찰, 경찰, 국정원 내부의 적폐는 그들 자체의 힘으로 청산되기 어려울 것이다. 오직 외부에 공정하게 구성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만이 그나마 어느 정도라도 시대적 역사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공수처법 통과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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