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이 ‘호칭 논란’ 빚어놓고 뒤늦게 기자들에게 문자로 협조요청

▲지난 9월1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8일 합동참모본부가 국방부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가 도마에 올랐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태였기 때문이다. 

합참은 이날 문자에서 “일부 언론에서는 새로 편성된 특수임무여단을 ‘참수작전 부대’로 칭하며 보도하고 있으나 참수작전 부대는 우리 군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용어”라며 “향후 보도시부터는 특수임무여단이라는 정확한 용어 사용을 당부한다”고 요청했다. ‘참수작전 부대’란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는 것. 

그러면서 합참은 “이번에 새로 편성된 특수임무여단은 과학화된 장비와 다양한 전력 자산을 운용해 특수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부대로, 외국군에서도 편성돼 운용되는 부대”라고 부연했다. 서슬 퍼렇던 ‘유사시 북한 전쟁지도부 제거 임무’는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인다. 

합참의 이런 행태가 어이없는 것은 애초 ‘참수작전 부대’란 용어를 둘러싼 논란을 일으켜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장본인이 바로 국방부 장관이기 때문이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9월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한미 연합전력으로 북한 전쟁지도부에 대한 참수작전이 가능하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개념 정립 중인데 금년 12월1일부로 부대를 창설해서 전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내년 말 정도에는 참수작전 능력을 구비할 수 있느냐”고 야당 의원이 또 묻자 “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민감한 ‘북 지도부 제거’가 임무여서 박근혜 정권 때부터 논란이 돼온 ‘참수작전 부대’였고, 또 주무부처 장관이 애초 2019년 창설하려는 계획으로 알려졌던 것을 2년이나 앞당겨 만든다니 언론들이 이날 송 장관 발언을 비중 있게 다룬 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언론이 “참수작전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포착되는 등 한반도 유사시 평양으로 은밀히 침투해 김정은 등 북한 전쟁지도부를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연합뉴스)고 소개하는 것도 마찬가지. 

더욱이 송영무 국방장관은 자신의 ‘참수작전’ 용어 사용에 대해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교수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자 지난 9월18일 국회 발언에서 “부적절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반박하곤 되레 문 교수를 겨냥해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는 않아 개탄스럽다”고 비난까지 했다. 

언론들이 이런 송 장관의 발언을 앞 다퉈 보도해 논란이 커지자 결국은 청와대로부터 ‘주의’까지 받고, 또 이런 사실이 다 알려져 ‘참수작전’이란 용어를 국민들 뇌리에 또렷이 각인시킨 장본인이 바로 송 장관이다. 

그래서 지난 1일 특수임무여단이 창설되자 대부분 언론이 <軍, ‘김정은 참수작전’ 특임여단 창설>(세계일보), <軍, ‘참수작전’ 맡는 특임여단 창설… 부대개편식 개최> 등으로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참수작전 부대는 우리 군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니 사용하지 말아 달라? ‘어이상실’,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쓴소리가 나오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 됐다. 

이름을 바꾼다고 실체가 달라질까? 하늘이 손바닥으로 가려지겠느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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