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일기] 건설노동자 이영철·정양욱 고공농성 14일차

광고탑 위로 눈이 내렸다. 비닐 위로 소복이 쌓인다. 건설노동자의 소망인 양 쌓여 몸을 누른다. 헤어나보려 발버둥치지만 벗어나질 못한다.

오늘은 정 동지의 부인께서 다시 광주에서 아들과 함께 광고탑에 오셨다.
미역국을 싸서 올려준다. 
"정 동지 생일인가?"
"아녀라 안지기 생일이디요."
"그려? 그럼 내려가서 케익에 촛불 끄고 올아오셔."
"잠깐 계시오, 내려갔다 올랑께."

한참을 연애사를 들었다. 너무 좋아서 잠깐 헤어질 때 식음을 전폐하고 따라다녔다고 했다.(들은 그대로다)
주변의 도움으로 결혼에 골인하고 아들도 낳아 알콩달콩 잘살고 있다. 

햇볕이 나서 내린 눈이 녹아 한방울 한방울 아래로 떨어진다.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조합원들과 간부들은 오늘도 국회의원 회관을 돌며 의원들 면담을 진행한다. 한정애 의원과 영상통화도 했다. 정치인들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정치인들의 말이라면 벌써 노동기본권도, 건설근로자법도 통과돼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광고탑에 올라왔다.

저녁에 신명 나는 문화제가 있다.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되는 모습과 함께 위에서 내려다보며 동지들과 함께 즐거워 한다. 오늘은 밥차(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동지들도 연대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다시 한번 한참을 웃으며 침낭 끈을 조여 본다. 동지들이 있기에, 연대하는 많은 분들이 있기에 광고탑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꿈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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