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일기] 건설노동자 이영철·정양욱 고공농성 13일차
오늘은 포항지진 때문에 미뤄진 수능 날이다. 광고탑에서 바라본 국회 앞은 수능 날과는 관계없이 일상적으로 흘러간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 자식들이 배움을 받고 안정적이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을 가지길 원한다.
우스갯소리로 건설현장을 지나던 엄마가 우는 아이를 달래거나 공부 안 하는 학생들을 꾸짖을 때 "너 울면 저기 저 아저씨처럼 건설현장에서 일한다"고 하거나 "공부 못 하면 노가다뿐이 할 것 없으니 공부하라"고 재촉한다고 한다.
건설현장은 그런 곳이 돼버렸다. 울고 떼쓰는 아이가, 공부 안 하는 학생이 와야 할 곳으로, 정상적으로는 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 되었다.
건설기계노동자들은 캐피탈(대부업체)의 돈을 빌려 장비를 하나 사고 캐피탈 이자를 갚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는 수입의 대부분을 캐피탈 비용으로 내고 남는 돈은 기름값, 수리비 등 유지비로 내고 나면 월평균 200이 안되는 수입으로 살고 있다.
사업자등록증이 있으니 사장이라고 한다면 나는 '개나 줘버리라'고 한다. 건설회사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건설기능인들도 적정한 인원을 보유해야만 건설회사라고 해야 한다. 서류상으로 수주만 받는 건설회사는 수없이 많다. 페이퍼컴퍼니는 만악의 근원이 된다.
점심 집회에 정양욱 지부장을 연대하고 지지하기 위해 전남의 동지들이 발언을 한다. 정 동지는, 지역에서 많은 동지들이 광고탑 농성장에 와서 힘내라고 사랑한다고 외치면 쑥스러워하면서 열심히 손을 흔든다.
광주전남지역의 동지들이 동영상으로 응원하는 영상을 보낸다.
"이것 좀 봐보셔."
정 동지는 휴대폼을 내 앞에 슬쩍 내려놓는다.
"아따 지역에서 이리해븡께 어짜겄어 몬내려 가것는디."
"그럽시다. 지역 동지들이 힘내라고 하는데 법 개정 안 되면 못 내려가지."
"지역에서 나 없응께 사업이 더 잘된다 안하요. 안 내려 갈라요."
또다시 실없이 서로 한마디 한다.
농성이 며칠인지 알 수가 없다. 집회하는 동지들이 며칠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하고 공간도 멈춰져 있다.
건설노동자의 단순한 바람이, 건설기계노동자의 정당한 요구가 도로 건너 보이는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길 바란다.
특수고용 단위들이 국회 앞에서 문화제를 진행한다. 동지들의 마음이 전해진다.
모두 힘내자.
아 춥다.... 핫팩 한 개를 가슴에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