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공공 비정규직 현재와 전망] (2)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정책의 쟁점과 한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로드맵이 지난 10월25일 발표되었다.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41만6천명(기간제 24만6천명, 파견·용역 17만 명) 중 일시 간헐적 일자리 10만 명을 제외한 31만6천 명 중 전환 예외를 제외하고 20만5천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애초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전반적인 추진 일정이 지연되고 있고, 전환 예외가 과도하다는 문제 등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되었다.
추진일정의 경우, 특별 실태조사가 애초 계획보다 2개월 정도 지연되었다. 지금까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한 점과 함께 사용자들의 의지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각 공공기관의 전환 심의기구 구성과 논의가 11월이 되어서야 본격화되고 있다. 또 파견·용역 노동자의 전환을 논의하는 ‘노, 사, 전문가 협의기구’ 구성도 지연되었다. 이는 실태조사가 지연되는 것에 영향을 주었다. 애당초 사용자들의 추진 의지도 약한 상태였다.

출발부터 상처를 남긴 ‘비정규직 전환 최소화’

결론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정규직 전환이기는 하나, 애초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된 핵심적인 이유는, 첫째 일시 간헐적 일자리로 판단해 전환에서 아예 제외된 인원이 상당하며(10만명), 상시지속 업무 중에서도 ‘고도의 전문성’ ‘구조조정 예상’ ‘강사’ 등 “전환 예외 사유”에 대한 기준이 매우 폭넓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체 비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인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이 수치는 정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기관별 전환 심의기구 논의를 통해 전환 대상이 결정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와 각 기관이 전환 예외대상을 폭넓게 해석해 전환 대상이 축소되지 않도록 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각 사업장 노조에서도 기관별 전환 심의기구에 개입해 사측이 제시한 일시 간헐, 혹은 전환 예외 대상 수치에 대해 따져 묻고 최대한 전환 대상에 포함되도록 개입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미 첫 번째 정규직 전환 심의 대상이었던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결정에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도출됨에 따라,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이미 출발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정부(교육부)가 다양한 형태의 학교 비정규직 전환 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 앞선 상황에서 논의과정을 충분한 준비 없이 개시하면서 취업준비생, 기존 정규직과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간 갈등이 발생하는 양상까지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발표는 이후 전환 심의과정에서 학교 비정규직 사례가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사점도 있었다.

외형적으로는, 공공부문 고용과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애초 정규직 전환 규모를 통제하려는 모습을 강하게 보이고 있지는 않으나, 전환자의 처우개선에 필요한 예산 보장이 불확실한 관계로 각 공공기관 현장에서 정규직 전환 인원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은 계속되고 있다. 많은 기관에서 기획재정부의 유무형의 압력으로 인해 정규직 전환이 어려워진다는 점이 확인되고,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등 노동계가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결과, 9월22일 발표한 2차 가이드라인에서는 각 기관의 전환 심의 내용을 존중하기로 하는 등 어느 정도는 개선된 지점이 있지만, 아직 예산 보장의 한계는 남아 있다.

이를 위해 공공운수노조는 각 사업장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전환 심의기구 논의 경험을 총괄해 현장 대응 매뉴얼 및 요구안(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 방문 사업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전환 심의를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 구성 과정에서 주는 시사점, 사측이 주로 제시하는 주장과 우리의 대응 방향에 대해 해설을 제공하고 각 공공기관 현장에서 참고하도록 알릴 예정이다. 특히 모범사례를 적극 발굴해 전파할 예정이다.

▲ 지난 8월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적용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민주노총 기자회견 모습 [사진 뉴시스]

‘표준임금모델, 자회사 기준, 표준인사규정’ 세 가지 사항 주목

한편, 정부가 제시하는 여러 제도개선 사항 중 세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소․경비․시설관리․사무보조․조리 등 5대 다수 전환 직종에 대한 표준임금모델(안) ▲자회사 운영 기준 설명자료 ▲전환자에 대한 ‘표준인사규정’이 그것이다. 세 가지는 11월부터 연말까지 제시될 예정으로, 전환 대상 범위만큼 정규직 전환 이후의 처우와 인력 운영에서 핵심적인 쟁점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가장 규모가 큰 5대 직종에 대한 표준임금모델에 대해 기관별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추진하고 있다. 첫해인 2018년에는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될 예정이다. 취지 자체는 의미가 있으나, 자칫 하향평준화의 명분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일종의 ‘산별임금기준’이라면 당연히 노동조합과 산별교섭 혹은 노정 협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자회사 설명자료의 경우, 용역회사 수준에 불과한 자회사를 지양하겠다는 것이 명분이기는 하나, 이 역시 모회사의 신분 및 처우와는 분명히 다른 자회사로의 전환을 정당화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자회사를 정당화하기 보다는 기존의 공공기관 시장화 전략에 따른 무분별한 자회사로의 전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분명히 이를 제한하는 설명자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전환자에 대한 ‘표준인사규정’도 기존의 무기계약직 관리규정의 독소조항(저성과자 퇴출)을 없애고 정규직과의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도록 하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세 가지 대응은 공공부문노조의 강력한 요구와 투쟁을 통해 관철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현재 이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공동 투쟁, 여론화 시작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공공기관 노조의 대응에서 주요하게 담보되어야 할 몇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각 사업장에서는 철저한 준비로 전환 심의기구에 대응해 전환에서 누락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없도록 해야 하며, 신분과 처우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되도록 최선을 다해야한다.

둘째, 정부를 상대로 제도개선 과제가 올바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책협의는 물론 공동투쟁, 여론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를 상대로 하는 공동대응을 위해 민주노총과 함께 전환 심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각 사업장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으며, 11월에는 전체 공공기관노조의 현장대표자 회의를 통해 집중행동과 릴레이 행동 등 투쟁 및 여론화 계획을 확정할 것이다.

비록 늦어지기는 했지만 각 공공기관에서는 전환 심의기구가 차츰 구성되고 있다. 특히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 올해 안에 전환하려면 11월말까지는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한 것도 사실이다. 파견·용역 간접고용 노동자의 경우에도 연말 연초에 용역 계약이 갱신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속한 전환을 위해서는 협의·대응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협의만으로는 불가능한 ‘정규직화’

현재 정규직 전환 과정은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전환 심의기구의 협의에서 시작하지만, 노동조합의 힘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다녀간 인천국제공항의 경우에도, 사측은 대부분 “자회사로 전환”을 제시하거나, “모회사 전환 시 경쟁채용”을 주장하는 등 기대에 매우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나타난 노사간 쟁점을 살펴보면, 향후 각 공공기관에서 벌어질 쟁점을 예상할 수 있다. 노조(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공사에 대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전체 비정규직의 10% 수준-으로 제시된 직접고용(모회사 전환) 규모에 대한 주장 철회 △ 직접고용 시 경쟁 채용 주장의 철회 △기존 용역업체에 대한 성과공유금제가 온존하는 성과급 제도 도입 주장의 철회 △고도의 전문성을 근거로 한 보안검색장비 등 전환 예외대상에 대한 주장 철회 등 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자회사-모회사 전환방식 및 전환규모와 전환 시 채용방식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으나, 여전히 공사 측은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비정규직 규모가 큰 철도공사에서 나타난, 사실상 비정규직-용역업체에 불과한 열악한 자회사를 모회사로 인소싱하는 문제, 도로공사·석탄공사 등 구조조정 예상 직종의 전환 여부와 함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인천공항의 사례는 단순히 심의 기구 내 협의만으로는 제대로 된 정규직화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협의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진단하고 곧이어 인천공항공사와의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모델 사업장이자, 최악의 공공기관 간접고용 사례이기도 한 ‘인천공항’에서 올바른 결과가 나와야 모든 공공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모처럼 맞이한 공공부문에서의 ‘좋은 일자리’ 확대, 이를 위한 정규직 전환 과정에 공공부문노조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연대투쟁과 관심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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