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일기] 건설노동자 이영철·정양욱 고공농성 10일차

월요일의 햇살이 얼굴 위로 내려온다. 

햇볕만 보고 있으면 따뜻함을 느끼지만 실상 부는 찬바람은 햇볕마저 싸늘하게 만든다. 

오전 10시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 주최로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전화기에 대고 특고 단위들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이야기한다. 논의없이 결행한 농성에 특고 단위들에게 혼란스럽게 해서 미안하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근 20년 동안 투쟁해 왔다. 

17년전 레미콘 노동자들이 바로 여기 여의도에서 도끼와 망치와 빠루를 든 경찰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당했다. 

보라매공원에서는 학습지노동자의 농성장을 용역깡패들이 짖밟았다. 마포대교 앞을 점거하며 노동기본권 보장하라고 외쳐도 보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을 하며 우리는 노동자라고 알려내기도 했다. 

2000일을 쉼없이 투쟁한 학습지노동자들이 있고 대한통운에 맞서 투쟁한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를 기억한다. 곡기를 끊고 노조 설립신고 받아달라고, 우리도 노동자라고 몇 번씩 아니 수십 번씩 수백 번을 단식하고 농성했다. 

내가 기억 못하는 투쟁, 함께하지 못하는 투쟁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특고 단위들은 오늘부터 농성합니까?" 

"아니 특고의장도 없이 한다 말이요?"

"난 여기서 하잖아요...."

"아따, 올라와서 하라 하쇼." 또다시 우리는 실없이 몇마디 나눈다.

오후에 눈발이 날린다. 첫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적다. 눈이 많이올까 지레 걱정을 했다. 국회 앞에 농성장이 차려지고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농성장을 찾아 전화통화를 했다. 

더많은 의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건설노동자의 삶을 이해한다면 이곳에 올라올 이유도, 총파업을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노동자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의원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랄뿐이다. 

국회 앞 농성장. 특고 단위 농성장. 그리고 광고탑 농성장 등 건설노조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년 첫눈이 내리는날 따뜻한 차 한잔 하며 건설노동자들이 즐겁게 오늘을 이야기하는 것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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