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일기] 건설노동자 이영철·정양욱 고공농성 8일차

밤새 바람이 거세다. 광고탑은 쉼 없이 흔들리며 비명을 지르고 나는 자다깨다를 반복한다

머리가 무겁다. 첫사랑 금주가 오랜만에 꿈에 보인다. 그동안 꿈에 안 보여 나를 영영 잊은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자의반 타의반 금주 일주일째다.
오랜만이다, 술을 일주일째 못 먹다니..
간이 건강해 질려나?... 첫사랑 금주

춥다. 바람이 많이 분다. 
아래의 동지들이 걱정이 많다. 따뜻한 물을 올려줄 테니 안고 있으라고 한다.
마음은 고맙지만 올라오면 짐이 된다.
철골 구조물 사이에 보관장소가 마땅치 않다.

광고탑에 올라온 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요일 감각이 없다. 풍경도 매일 똑같은 사진을 보듯 이제 감흥이 없다.
사방이 뚫린 감옥이 돼버렸다. 

우리와 같은날 고공농성에 들어간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 동지들을 연대하고 온 구미 KEC지회 동지들이 광고탑 아래에서 구호를 외친다. 노동자들의 연대 마음은 산업과 직종을 넘어서 하나가 된다. 고공농성 중인 동지들의 안위가 걱정이다.

민중대회가 끝나고 많은 동지들이 농성장을 찾아왔다. 최종진 민주노총 직무대행, 사회변혁노동자당, 민중총궐기본부 박석운 대표, 서울대 학생위원회 학생들이 아래에서 힘내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아래에 소리친다. "힘내세요. 적폐청산은 이제 시작입니다."
더는 높은 곳으로 오르는 노동자가 없는 세상이 나라다운 나라가 아닐까 생각한다.

건설노동자의 삶은 하루하루 전투에 나가 살아 돌아와 가족에게 전사통지서가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전쟁터보다 더한 건설현장이다. 매일 두 명의 건설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죽어가는 삶의 전쟁터에서 건설노동자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노조와 함께 건설현장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오늘도 머리띠를 질근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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