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일기] 건설노동자 이영철·정양욱 고공농성 7일차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해진다.
비 소식이 있어서 비를 어찌 피할까 궁리 또 궁리한다. 며칠 전 비바람에 비닐은 다 날아가고 몸으로 비 맞이를 해서 더욱 꼼꼼히 준비한다. 
비닐을 두 겹으로 하고 고정하기도 여러 곳으로 하면서 비 단도리를 한다.
정 동지가 손재주가 있다.... 매듭을 척척 매고 테이프를 잘라 구석 구석 땜빵을 한다.

난 뭐... 또... 입으로 집 하나 지었다. 

각종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온다. 기고문도 쓰라 하고. 직접 인터뷰도 해야 하는데 건설노동자와 특고노동자의 진심이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또 일을 시킨다. 현수막 고정 작업이다. 
휴... 남성들은 군대의 후유증인지 각 잡는 것을 좋아한다. 
계속 각 잡는 주문이다.... 

"올라와서 하라고" 밑에다 대고 소리친다. '무섭다고 제발 좀....'  

금요일 투쟁 문화제가 광고탑 아래에서 진행된다. 

문화제 전에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서 인터뷰를 했다. 멀리멀리 퍼져나가서 건설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면 한다. 

문화제에 광주에서 올라온 선숙희 동지의 목소리가 들리자 정양욱 동지가 자세히 들으려고 몸을 광고탑 밖으로 더 내민다. 반가움이 몸으로 표현되지만 위험해 보인다.

김성만 동지의 감자탕 노래가 들린다.
갑자기 감자탕이 땡긴다. 돼지뼈를 쪽쪽 거리며 소주 한 잔 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한 잔술 들어가면 운동이 어쩌니 노조가 어쩌니 정부가 이렇니 하며 술안주 삼아 동지들과 어울려 한잔 또 한잔에 밤 깊은 줄 모르고 지낸 시간이 그립다.

문화제 사이에 비가 내린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오전 내 비 단도리 덕분에 잘 보낼 수 있었다. 오늘은 바람이 잔잔해서 지낼만했다. 

특고단위 동지들이 20일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한다는 소식이 왔다. 특수고용노동자 대책위의 의장으로 함께 해야 되는데 단위들에 짐만 지어주고 와서 안타깝다.  

나는 계속 이야기해왔다. 특고 대책위를 해산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사업이라고.... 하지만 특고 직종은 계속 늘어나서 너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비정규직을 넘어, 간접고용을 넘어 특고노동자로 자본은 내몰고 있다. 비정규직이 단결하고 모든 노동자가 연대해야 하는 이유다. 

특수고용노동자 대책위의 해산을 꿈꾸며 다시 침낭의 끝을 조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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