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일기] 건설노동자 이영철·정양욱 고공농성 5일차

15일, 바람이 많이 불어서 깬다.
바람소리보다는 광고탑의 흔들림이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아침을 맞이한다. 

잠깐 바람이 잦아진 틈을 이용해 아침겸 점심을 먹는다. 나는 원래, 속된 표현이지만 일명 ‘노가다’라 눈을 뜨면 아침 한술 뜨고 현장에 가던 습관이 있어 아침을 꼭 챙겨먹는데, 이곳은 우아하게 브런치를 즐기게 된다. 한강변을 바라보며 즐기는 브런치는 그럴싸하다.

광고탑 아래 동지들은 아침 집회 후 여의2교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연대하러온 서비스연맹 동지들도 지지 현수막을 걸고 응원하고 있다.
노동자의 승리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아래 고생하는 동지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전화벨이 울린다. 
“수석.”
“네. 말씀하세요.”
“노동기본권 현수막이 왼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제대로 다시 달아요!”
“네. 네….”

대답은 했지만 난감하다. 광고탑 끝으로 가야 하는데... 음...

“정 동지! 저기 현수막이 각이 안 잡힌다고 제대로 달라고 하는데...”
“뭐여? 아따 을매나 무서운지 아요? 올라와서 하라하쇼. 난 모르겄오.”

역시 구수한 남도 사투리로 대답한다. 

“그럼 그냥 놔둘까?” 
“워메, 참나.”

엉금엉금 정 동지는 광고탑 끝 쪽으로 기어가고 있다.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한쪽을 보수하니 ‘건설근로자법 개정’ 현수막이 고정이 안 되고 펄럭인다. 한쪽 물통이 터져서 광고탑 위로 펄럭인다. 
너무 위험해서 멀찍이 피해본다. 
다시 고정해야 하는데 광고탑이 흔들려서 정 동지와 나는 말 그대로 ‘멘붕’이다. 

이제는 바람에 흔들리면서 광고탑에서 소리가 난다. ‘삐익 삐익 삐익.’
결국 바람에 ‘노동기본권’ 현수막이 광고탑 꼭대기까지 날아와 피뢰침에 찢어졌다.
특수고용노동자의 18년 동안의 지난하고 어려운 투쟁을 표현하는 것 같아 한참을 쳐다봤다.

갑자기 휴대폰에서 경보가 울린다. 지진경보에 광고탑이 더더욱 흔들린다. 설마 여기도?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 본다.
하루 일과가 현수막 보수 대기조가 되어 간다.

전국의 현장에서 11월28일 총파업을 알리는 선전전을 하는 소식이 들려온다.
건설노조가 위력적 파업을 통해 건설노동자의 삶을 바꾸기 위해 결정한, ‘총력 총파업 투쟁’이다.

또다시 여의도 한강변 야경을 휘이 둘러보고 국회 불빛을 보며 침낭 속에 몸을 뉘인다.

<15일(수).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 정양욱 광주전남 건설기계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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