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중의 벗 정광훈 평전> 출판기념회 준비하는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대표

“비온 뒤 죽순 크는 것 봐 
장마 뒤 나락 새끼치는 것 봐 
혁명은 그렇게 오는 것이여 
민중의 축제, 혁명의 축제의 장에서 만납시다.”

(정광훈 의장 말씀 중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민중의 벗 정광훈 평전>이 나왔다. 오는 11일(토) 출판기념회도 열린다. 돌아가신 지 6년만이다. 
정광훈 의장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내리는데, 입에서는 미소가 올라간다. 정광훈 의장의 명연설은 언제나 집회장을 들뜨게 했다. 평전 출간에 즈음해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를 만났다. 중간에 정광훈 의장 어록도 실었다. 

인터뷰 / 정리 : 김장호 민플러스 편집국장
사진 : 강호석 기자

 

▲ 정광훈 의장을 회고하는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 돌아가신 지 6년 만에 평전이 나왔네요. 어떤 내용에 중점을 두셨나요?

“정광훈 의장님의 삶을 정리하면 농민운동 지도자로 성장해오셨고, 민중운동 지도자로 성큼 나서시고, 세계적인 반세계화운동의 지도자로 우뚝 서신 생애였죠. 농민운동 지도자, 민중운동 지도자, 반세계화운동의 지도자로 우뚝 서 가는 과정을 정리하는 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농민운동의 경우 정광훈 의장님이 직접 관여하신 전농 20년사라는 자료로 정리가 되어 있는데 민중운동, 반세계화 지도자로서의 내용은 자료가 거의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요. 압수수색, 탄압 등으로 자료들이 많이 멸실되었죠. 

정광훈 의장님은 우뚝 솟은 산과 같은 분이라 모든 면모를 밝히기가 어려워요. 산이라는 게 앞으로도 올라갈 수 있고, 뒤로도 올라갈 수 있는 곳 아닙니까? 그 동안 농민운동 지도자와 자주통일 지도자로서는 많이 부각되어 있는데, 민주운동 지도자, 반세계화운동 지도자로서 면모를 보강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평전은 1차 평전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연설하는 고 정광훈 의장(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진보연대 상임의장)

- 평전 작업과정에 소회같은 것이 있다면?

“광주전남쪽 동지들이 역할을 많이 하셨고, 문경식 의장님이 고생 많이 하셨죠. 박웅두 전 전농 정책위원장이 편집책임자로서 일을 많이 했습니다. 많은 동지들 가슴속에 남아있는 정광훈 의장님의 산같은 모습을 글로 담다 보니까 늘 아쉬움이 생기고, 그래서 보완에 보완을 거듭하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초안이 만들어진 것은 2, 3년 전인데, 결국 6년에 걸쳐 보완과 수정을 거친 거죠. 그래서 난 1차 평전이라고 하는데, 마침내 손색이 없는 결과가 나왔어요. 

대중들이 읽어도 매우 쉽고 평이한 필치로 되어 있습니다. 어려운 이론적인 얘기 별로 안합니다. 워낙 정광훈 의장님이 그렇게 사셨구요. 어려운 문제의 본질을 매우 쉽고 해학적인 언어로 표현해내신 <정광훈표 민중화법>이 있잖아요. 그런 흐름에 맞춰서 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그 시대 운동에 대해서 새로운 세대들은 잘 모를 수 있는데, 그때의 분위기나 정광훈 의장님의 강단있는 투쟁과 해학을 잘 느낄 수 있는 평전입니다. 흥미를 잃지 않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평전입니다.” 

워낙 큰 산이라 정리를 해도 늘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 싶었다. 평전을 통해서 정광훈 의장의 면모를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큰 자극이 될 것 같았다. 

- 정광훈 의장님의 삶이 오늘날 촛불혁명, 북미대결의 시기에 어떻게 재조명될 수 있을까요?

“정광훈 의장님이 늘 주장하신 게 민중의 난장을 펼치자고 하셨고, 촛불항쟁이 정광훈 의장님이 꿈에도 그리던 대항쟁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난장의 또 다른 모습이죠. 살아계신다면 한편으로는 위대한 성과에 대해서 흡족해 하시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 바꾸는 걸로 현재 그쳐있는 현실을 넘어서 더 나가야 된다고 말씀하시겠죠. 보다 근본적인 변화로 나가야 한다, 촛불항쟁이 2단계, 3단계 진전되면서 촛불혁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하시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역시 정광훈 의장의 정신을 받아서 촛불항쟁 1단계는 성공했고, 촛불항쟁 2단계로 나아가서 촛불혁명으로 완수해 나가야 합니다. 촛불혁명 완성이라는 게 실제로는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반전평화, 촛불헌법 쟁취 등인데, 그 정신으로 방금 전에도 11월18일 국회 앞에서 국민대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의하고 기자회견까지 했어요. 

정광훈 의장이 계시던 당시에는 촛불혁명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정광훈 의장님은 혁명을 축제라고 하셨지요. 현재 언어로 표현한다면 촛불혁명축제로 더 전진해야 되지 않겠느냐, 사드 철거, 평화체제 구축, 시대적 과제를 한 번 더 역설하셨을 겁니다.”

정광훈 의장이 살아계시다면 뭐라고 하실지 눈에 선했다. 

- 의장님만 무대에 서시면 전부 기대감이 있고, 가슴이 설레였는데요. 어록도 참 많으신데요. 기억나는 대표적 어록들을 소개해 주시죠. 

“민중화법을 잘 구사하신 전범, 모범이 될 수 있는 그런 분이셨죠, 그냥 우스개 소리가 아니었어요. 본질을 꼭 집어서 이야기하는데 아주 해학적으로 유머와 위트, 그 속에서 눈물과 웃음이 나오는 화법을 잘 구사하셨지요. 

‘혁명의 축제, 민중의 난장’

언제나 낙천적, 낙관적이셨어요. “싸우다 지쳐 낙담할 수도 있고 희망이라곤 손톱만치도 안 보일 수가 있고 이놈의 세상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안 보일 수도 있어. 그 끄트머리에서 포기하면 되것어? … 우리의 역사는 혁명의 역사를 쓰고 있다네, 혁명의 축제날은 분명히 정해졌다네. 우리 축제를 상상만해도 생기가 돌지 않는가!"  이런 말씀을 입에 달고 사셨던 분이예요.

‘아스팔트 농사’

아스팔트 농사라는 농민가요도 직접 작사하셨지요. 

‘회의 멀미나네’

회의를 너무 길게 하는 거 안 좋아하셨어요. 회의를 길게 하는 것보다 실천을 강하게 굳게 나가야 한다고 굉장히 강조하셨죠. 

‘전선 없는 운동은 달밤에 체조이다’

의장님은 노동자는 공장을 뛰어 넘어야 하고, 농민들은 논두렁 밭두렁을 뛰어 넘어서 전선으로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셨어요. 
“민중들을 지배한 지배자들은 정경동맹을 공권력이라고 하면서 마피아들처럼 힘이 막강하며 폭력적이지 않는가? … 지배자들도 동맹을 하는데 핍박 받은 우리 민중들은 동맹 않을 이유가 없다. 동맹만이 힘이다.… 단결은 그냥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이 아니다. 사상의 단결이고, 한길 가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투쟁이다.” 

‘DOWN DOWN FTA!’
‘DOWN DOWN WTO!’
‘DOWN DOWN USA!’

국제적인 어록이 된 대표 어록이죠. 정광훈 의장님이 직접 만든 구호예요. 국제적으로 굉장히 유행했는데, 지금도 많이 쓰고 있을 거예요. 

‘OUR WORD IS OUR WEAPON!’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이다!’라는 뜻인데, 연설하실 때 언제나 이 구호를 외치셨죠. 이 구호만 나오면 집회참가자들이 신나서 따라 외치곤 했지요. 
민중화법을 잘 구사하셨고, 그런 언어를 우리가 살려내야 하는데 잘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 정신없이 투쟁하다 보니까 잘 형상화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중의 언어가 촛불의 언어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해 주실 분이었지요.”

얘기를 듣다보니 정광훈 의장의 그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치던 필자의 모습도 떠올랐다. 

- 올 5월 13일이 정광훈 의장 6주기였는데요.

"백남기 농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 결의의 자리였어요. 촛불혁명 1단계를 완수한 후라 한 호흡 가닥을 잡기도 했고요. 다만 정광훈 의장의 소망이었던 민중정치세력화가 잘 안되어서 안타까웠죠. 정광훈 의장 자신이 민중후보를 지원하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겼으니까요. 그게 못내 아쉬웠죠."

- 출판기념회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요?

“6년이 지났기 때문에 당시 인연이 있었던 분들이 아니면 기억이 생생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당시 함께 투쟁했던 선배그룹과 현재 일선에서 뛰고있는 현역 활동가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진보민중운동 내 평등을 강조하는 활동가, 자주를 강조하는 활동가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합니다. 정광훈 의장은 언제나 함께 아우르면서 활동하셨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금 민중진보진영이 크게 뭉치는 것이 중요한 숙제입니다.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런 흐름들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할 겁니다. 지금 적폐청산이 잘 안되고 사회대개혁도 지지부진한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민중진보진영이 통 크게 단결해서 끌고 나가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좌클릭되어 진보민중진영은 마치 과격한 행동을 하는 집단으로 몰아가는 경향도 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보수진영으로 우클릭하고 빨려들어가는 모습도 굉장히 많고. 진보민중진영이 잘 안보이는 상황입니다. 

작년 촛불항쟁을 만들어내고 세상을 바꾼 주역은 진보민중진영인데 응당한 대접을 못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원인의 한 부분은 크게 뭉치지 못한 우리 민중진보진영에게도 있다는 거죠. 정광훈 의장 평전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자주파, 평등파가 크게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오늘날 특별히 되새겨야 할 정광훈 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광훈 의장님을 상기하면서 진보민중진영이 하나로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정광훈 정신에 따라서 진보민중진영이 하나되는 것이 우리의 시대적 과제입니다. 그래야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큰 길을 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웃음속에서 역경을 뚫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민중과 함께 하나로 만드는 것이 정광훈 정신이죠. 정광훈 정신은 어려울수록 즐거운 마음으로 혁명의 난장을 펼쳐나가는 거대한 출발의 지침이자 등불입니다.” 

정광훈 평전 신청 = http://bit.ly/2yNjyAV

정광훈 의장 추모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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