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공공 비정규직 현재와 전망] (1)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발생의 원인과 경과

현재 한국사회의 심각한 모순으로 자리잡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부문에서부터 시작됐다. IMF 구조조정 이후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공공부문 시장화 전략 아래 확산일로에 있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은 현재 30만 명을 넘었다. 이런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 제로(0)시대’를 선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현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로 떠올랐다. 지난주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계획을 발표하고 후속사업을 준비 중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의 출발, 그리고 현재 진행과정 및 향후 전망을 주제로 전국공공운수노조와 함께 특집기획기사를 준비했다. 연재 순서는 아래와 같다. [편집자]

1.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발생의 원인과 경과
2.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정책의 쟁점과 한계
3. 공공기관 비정규직 현황과 과제
4. 지자체 비정규직 현황과 과제
5. 학교 비정규직 현황과 과제 
6. 중앙 행정기관 비정규직 현황과 과제
7.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향후 전망(토론)

정부가 비정규직 활용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법제도를 개편하고 정책을 제시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정규직의 해고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한국의 노동현실에서 노동유연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민간부문 자본시장의 변동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정부가 민간부문에게 비정규직을 활용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준거를 제시하고, 노동법적인 규율과 해석의 폭을 넓혀주는 정책적 시그널을 제공해줌으로써 민간부문에 비정규직 확산의 흐름과 구조를 만드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비정규직 제도는 민간부문에서는 사용자로 하여금 같은 업무를 하는 정규직보다 낮은 노동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용인되는 방식으로 악용되었고, 공공부문에서는 정원과 인건비에 대한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우회하여 경영효율화를 도모하려는 흐름 속에서 확대되었다. 특히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청의 사용자 책임도 회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확대한 배경이 되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활용전략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변화 양상을 띄는데 첫째,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한 인원감축과 기관통폐합 과정에서 나타났고, 둘째,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통해 가시화되었으며, 셋째,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통제전략 과정에서 활용되었다.

▲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달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와 연차별 전환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대규모 인력감축, 비정규직 대체 → 외주화, 간접고용 확대로 귀결

우선,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한 인원감축과 기관통폐합 과정에서 비정규직이 활용된 양상을 보자.

IMF 외환위기 이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조직슬림화로 명명되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춘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추진하였다. 공공성을 띄는 사업에 경영효율성을 도입하여 일상적인 기관 운영의 기준으로 삼도록 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라는 시장화 전략은 그 자체로 공공성의 훼손을 의미하였다. 이러한 공공부문의 조직규모 축소는 단순히 공공부문에서의 대규모 인력감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축소된 인력만큼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비용감소를 위한 민간위탁, 외주용역을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에 시장원리를 도입한다는 것은 기능의 민영화, 민간위탁, 유사·중복 기능의 통폐합 등을 통한 공공부문의 축소로 귀결되었고, 이는 외주화·간접고용화를 확대하였다.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추진된 상시적 구조조정 체제는 2003년 「공기업 경영혁신 추진지침」,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 제정으로 심화되었고, 2007년 공기업과 정부산하기관을 하나의 관리체계로 운영하는 법체계로써 제정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로 이어졌다. 이 법에서는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경영혁신 추진을 명시하고, 조직 및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인력을 최소화하고 인건비 절감 노력을 상시적으로 하도록 했는데, 이에 따라 공공부문의 비정규직화, 간접고용화가 촉진되었다. 특히 이 법에 따라 정부산하기관도 경영평가를 받게 되었는데,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노동생산성이나 계량인건비, 총인건비인상률 등 적은 임금으로 얼마나 많은 수의 노동자들을 고용하였는지를 평가 지표로 삼고 있어 비정규직 활용을 유인하게 되었다. 인력 축소 지향의 경영평가기준 때문에 공공서비스 수요 증가에 걸맞는 공공부문 고용이 늘어나지 못하고 비정규직 증가로 귀결되었던 것이다.

또한 총액인건비 내에서 조직·정원, 보수, 예산을 각 기관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하되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총액인건비제를 통한 예산 통제도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요인이었다. 각급기관들은 총액인건비 중 상당한 인건비 절감을 성과로써 평가받기 때문에 인건비가 아닌 사업비·잡비 항목으로 비정형적인 비정규직 인력을 활용하거나 민간위탁·외주용역을 통해 조직슬림화를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국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 대해서는 경영평가와 총인건비제를, 그리고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에는 총액인건비제(현재 지방자치단체는 기준인건비제로 변경되었으나, 실내용은 크게 변화되지 않았음)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가 제도화되었다. 인건비가 일정 범위를 초과하면 해당 기관이 예산 삭감 등 페널티를 물게 되므로 청소·경비·콜센터 같은 이른바 주변 업무를 아웃소싱하게 되었던 것이다. 정부 기관들은 결국 공공서비스 제공과 사업수행을 위해서 비정규직, 용역근로, 외주화에 의존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장기요양서비스, 민간어린이집 등과 같이 민간부문이 담당하도록 하였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정책은 계속해서 외주화를 확산해 왔으며, 외주화 이후에도 정부의 비용절감에 의해 가장 먼저 노동노건이 축소되고 고용 불안을 겪어야 했던 노동자들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었다.

비정규직 문제 악화시킨 ‘비정규직 대책’

둘째,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통해서 해소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되었다. 

2006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공부문 전체의 비정규직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여 일관되게 추진한 최초의 대책이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비정규직 해소방안은 무기계약직이라는 또 다른 비정규직을 만들어냄으로써 정규직과 다른 임금 및 처우 상의 차별이 사실상 지속되는 구조를 취했다. 동일한 상시업무 중에서도 무기계약직과 기간제가 상존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을 계층화하였던 것이다. 

2008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2차 대책은 무기계약직 전환의 기본방향을 “공공기관의 구조개혁이 진행, 예정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구조개혁시 예외 및 기관의 자율성 인정”으로 삼았다. 공공부문 경영효율화를 명목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모든 공공기관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해고를 부추겼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뒤 2009년 6월3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 추진위원회와 실무추진단이 해체되면서 2011년 9월9일 비정규직 종합대책 발표까지 정부차원의 대책은 별도로 발표되지 않았다. 

그리고 2011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이후 야당 당선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비정규직 확산을 막기 위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시도가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2011년 9월9일 발표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는 오히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비정규직 사용이 긍정적이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비정규직이 무조건 나쁜 일자리인 것이 아니라 일부 불합리한 것을 바로 잡으면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하였다. 

이러한 취지는 2011년 11월28일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도 투영되어, ‘공공부문의 행정수요 증가와 효율적인 예산 및 인력운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로 인해서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노사가 양보하고 협력하여 정규직·비정규직간 격차와 불합리한 차별 개선에 노력’하자는 입장을 담아 대책이 발표된다. 특히 2011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상시·지속적 업무’와 ‘2년 이상 계속 근로’라는 무기계약 전환 조건에 더하여, 평가에 따라 전환 여부를 달리하는 엄격하고 제한적인 기준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자의적 평가체계의 도입은 사실상 부적절한 현장통제 전략으로 악용됨으로써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법이 아니라 상시적인 비정규직 활용을 위한 체계화 과정으로 파악되었다. 

2012년 1월16일에는 상시·지속적 업무 담당자의 무기계약직 전환기준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이 발표되었다. 이 지침에서는 연간 계속되는 업무인지를 파악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대책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대선 공약과는 달리 무기계약직이 곧 정규직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2013년 4월9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대책 보완지침」에서는 공공부문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2015년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을 발표하면서,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접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경우 지원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였다. 이후 2013년 9월5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13~'15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계획」을 발표하는데, 이때 810개 공공기관 및 소관부처의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6만5711명을 2015년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제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업무에 대하여는 이후에도 기간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 대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일정한 수준에서의 관리대책을 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전환계획이 제출된 인원인 6만5천여 명에 대해서 무기계약 전환을 시행하고, 이후 정원 5% 범위 내에서 비정규직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간접고용 활용 여부는 이 비율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 역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주요특징

박근혜 정부의 초기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이전 정부의 정책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수준에서 무기계약 전환의 성과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노동시장 구조개편 정책이 제출되면서 비정규직 대책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정규직을 규제하기보다는 비정규직 사용을 보다 유연하게 하기 위한 비정규직 개악안이 제출되기 시작했고, 2014년 12월29일 발표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 - 비정규직 처우개선 및 노동시장 활력제고 방안」은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이나 고용안정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정규직 고용유연화 및 비정규직 확대를 기본 바탕으로 하는 정책이었다. 특히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에서는 무기계약직 처우 및 보수관리체계 개선을 제시하면서,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화’를 명목으로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을 유지하고, 또한 무기계약직에 대하여 직무급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2016년 2월17일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상시·지속적 업무 무기계약 고용관행 정착(목표관리제 시행),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고,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보수관리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직무급제 도입), 소속 외 근로자의 합리적인 인력 운영방안을 검토하고, 용역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강화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대책」이 발표되었다. 

‘간접고용 직영화’, 온전한 정규직화는 먼 얘기 

셋째, 정부는 기간제 노동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전략 대신 새로운 유형의 비정규직을 다변화하면서 비정규직의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을 취했다. 특히 시간제 노동은 시간급 임금체계를 기초로 저임금화를 초래하였는데, 전일제 업무를 단시간 업무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받던 임금보다 임금수준이 저하되는 등 시간제 일자리의 확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저임금화와 근로조건 저하로 나타났다. 

한편, 그간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은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고, 간접고용은 규제의 대상으로 포섭되지 않았다. 정부는 오히려 청소용역을 중심으로 한 일부 노동조건이 열악한 일자리의 문제이지 간접고용이라는 형태 자체는 비정규직 고용의 문제가 아니라며 외면했다. 이런 인식 속에서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만들고, 이의 준수 여부를 중심으로 현장을 점검하는 방식이 지금까지 간접고용에 대한 정책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접고용 활용에 대한 비판으로 일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영화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온전한 정규직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보기 어렵고, 대부분 시설관리공단이나 자회사를 통해 여러 개 업체로 흩어져 있던 노동자들을 묶어 관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들도 있다. 그나마 민간위탁이나 외주용역일 때에 비해 개선된 형태일 수 있지만 시설관리공단에서 민간으로 위탁이 되거나 직영 노동자를 시설관리공단으로 업무 이관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공공기관의 경우는 자회사를 통한 고용이 외주화를 확산하는 경로로 기능하고 있기도 하다. 지자체에 만연한 민간위탁은 여전히 비리와 노동권 침해 등 온갖 폐해를 낳고 있지만 직영화에 대한 논의는 아직 먼 이야기인 상태다. 또한 공공의 업무들이 공공적 목적 달성이라는 취지와 무관하게 비용의 논리로 외주화되고 있고, 애초에 분리가 불가능한 업무들이 비용 절감만을 위해 외주화되면서 불법파견의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제도적으로 고착되어 가면서, 공공부문에서는 최초의 고용형태를 기간제로 하여 2년 후 업무의 상시성 등을 판단하여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공공부문은 민간부문에 귀감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공공부문이 앞장서서 인건비 절감, 경영효율화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 사용, 외주화, 민간위탁, 용역근로의 확대 등을 장려하였다. 

이처럼 역대 정부에서는 공공부문에서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은 없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 들어 진정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가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