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여 시민들 광화문광장서 적폐청산·사회대개혁 염원 촛불

▲ 촛불집회 1주년 대회가 열린 28일 광화문광장에서 한 참가자가 “촛불은 계속된다” 촛불을 들었다. [사진 뉴시스]

“‘처음으로 무언가를 하면 된다는 희망을 보았다’는 촛불세대의 오늘이 더 이상 헬조선이 아니길, 그래서 촛불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로 불붙은 촛불항쟁이 어느덧 1년을 맞은 28일 저녁, 다시 광화문광장에 촛불이 밝혀졌다. 지난해 10월29일 1차 촛불을 시작으로 23차에 걸쳐 1700만 촛불의 장관을 만들어낸 광화문광장에 6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킨 촛불항쟁의 역사가 담긴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광장은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 그리고 새로운 사회 건설의 열망이 표출된 자리였다. 

“한국사회의 대개혁, 시작은 박근혜-이명박 정권의 적폐 청산부터” 

먼저 행사 주최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의 최종진, 정강자, 권태선, 박석운 공동대표가 무대에 올라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11월12일 처음으로 1백만 명이 넘게 모였고, 12월2일에는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행진을 했고, 12월3일 전국 232만 명이 모여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냈다”며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파면을 전원일치로 선고하고, 3월31일 박근혜가 구속되기까지 ‘모든 것은 국민이 만든 승리’라며 촛불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의 퇴진은 박근혜 한 사람의 퇴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특권과 반칙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해온 체제의 퇴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한국사회의 대개혁은 박근혜-이명박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다시 촛불의 힘이 필요하다”며, 광장에서 외쳤던 정치개혁, 재벌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공안기구 개혁의 목소리를 더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관심과 행동도 강조했다. “우리 국민들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전쟁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탄핵을 해낸 것처럼, 70년 계속된 분단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일도 우리가 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후대를 위해 ‘평화의 촛불’을 들어 달라.”

촛불의 주인인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날도 이어졌다. 이은선 촛불청소년 인권법제정연대 공동대표가 무대에 올라 청소년 인권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울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전국학생인권법을 제정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은선 양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광장에 나와 퇴진촛불을 들었다. 하지만 청소년 삶에는 변화가 없다. 학생들은 공부하는 기계, 어린애 취급을 받으며 다양한 폭력과 인권침해에 노출되고 있다”고 토로하며 “청소년의 삶에도 민주주의가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선거참여 연령을 낮추고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5차 촛불집회 때 자유발언을 했다는 홍준의씨 가족이 무대에 올랐다. “박근혜 퇴진이후 ‘하야만사성’인 가훈이 ‘가화만사성’으로 돌아왔다”는 홍씨에 이어 중학교 2학년 아들 성흠 군은 “뉴스를 보면서 부모님이 한숨을 쉬지 않고, 세상이 바뀐 것 같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촛불의 힘을 느낀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치개혁과 개헌, 그리고 이명박 적폐청산

이어진 의제발언에서 적폐 청산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먼저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가 정치개혁을 통해 국회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국회를 바꾸는 현실적인 방법은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라며 “민심그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것, 곧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하는 것을 다가오는 지방선거부터 시행해야 하며, 여성할당제 강화, 청소년, 교사, 공무원의 정치적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개헌’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이태호 운영위원장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촛불로 증명했지만, 헌법의 취약성도 드러났다”며, 대통령의 탄핵을 주저한 국회,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드 배치 결정 및 대통령 기록물 밀봉 결정을 사례로 들곤 “촛불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국민청원권, 국민소환권 등 국민의 모든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헌법을 고쳐야 한다”며 국민의 손으로 헌법을 바꾸자고 강조했다. 

조수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적폐를 지적했다. “다스는 누구겁니까?” 조수진 사무차장이 묻자 참가자들은 “이명박”이라고 외쳤다. “이명박 정권 역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군과 국정원 댓글부대의 컨트롤타워, 녹조라떼를 만든 4대강 사업 등 어이없는 적폐들이 많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구속시키고 적폐청산에 나서자고 말했다. 

이어 김욱동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이 무대에 올라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 역시 실망을 주고 있다”며 정권교체 적폐청산 문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짚었다. “군사적, 경제적 보복위협을 가져온 사드 배치, 박근혜 정부에 이은 대북 적대정책으로 인한 남북관계 악화, ‘위안부’ 야합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아직 감옥에 갇혀있는 양심수, 개 사료값만도 못한 쌀값, 노점상·여성·소수자 탄압 등 사회대개혁을 위해 갈 길이 멀다”며 촛불은 꺼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참가자들이 촛불과 휴대폰 불빛을 비추고 있다. [사진 뉴시스]

세월호 2기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사드배치 철회, 언론개혁

지난 3월 촛불의 힘으로 박근혜가 구속되자 세월호가 올라왔다. 전명선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4.16해외연대 서울포럼2017 뉴욕 참가자들과 무대에 올라 세월호 참사를 낳은 박근혜정권 적폐청산 발언을 이어갔다.

“세월호 참사 이후 뉴욕에서 매달 한 번도 빠짐없이 촛불을 들었다”는 4.16해외연대 김대종씨는 8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아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인사했다며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나쁜 사람이 벌을 받은 사회가 된다. 세월호 2기 특별조사위원회 설립하라”고 촉구했다.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구조를 방해한 박근혜 적폐 일당은 304명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세월호 참사 보고시간까지 조작했다”고 질타하곤 2기 특조위 구성을 방해하고 있는 세월호 당시 여당인 자유한국당을 규탄했다. 이어 “촛불의 힘을 모아 박근혜 적폐를 몰아내고 304명의 명예를 회복하자”며 “4.16생명안전공원 조성과 세월호 보전, 4.16재단 건립을 통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한발 다가가자”고 호소했다. 

이종희 소성리 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장은 현재진행형인 적폐 ‘사드배치’에 대해 얘기했다. “박근혜 적폐만 청산되면 사드가 철회되는 줄 알고 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도, 당선자 시절에도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해 기대가 컸다. 너무 믿었기에 너무 아팠다”며 소성리 주민들의 심경을 전했다. 이어 “국민 지지율 70%가 넘는 문 대통령이지만, 미국 앞에서 당당하지 못하고 안보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기를 들인 것에 대해 따가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마지막 발언의 주제는 ‘언론개혁’이었다. 적폐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55일째 총파업 중인 언론인들을 대표해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이 무대에 올랐다. “언론이 질문할 수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확인했다. 국정원이 언론파괴공작을 일삼았고 언론 내부에 김재철, 고대영이라는 조력자들을 심어 언론을 장악했다. 기자와 피디는 물론 영화인, 방송인들도 내쫓았다”고 언론 적폐 실태를 언급하곤 “이제 김장겸 MBC사장, 고대영 KBS사장이 물러나고 승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응원과 격려를 부탁했다. 

오늘 기념대회에는 평화의 나무 합창단, 416합창단, 민중가수들과 시민합창단, 노래패 우리나라를 비롯해, 권진원, 이상은, 전인권밴드, 시함뮤 등 지난겨울 촛불시민과 함께 했던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촛불1년을 축하하고 응원했다. 

참가자들은 스무세 차례에 걸친 촛불대회에서 광장을 수놓았던 촛불 소등, 촛불 파도타기 퍼포먼스를 재연하며 행사를 마치고,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주최한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반전평화 청와대 행진’을 시작했다. 광화문광장에서 경복궁역을 거쳐 청운동사무소까지의 행진을 끝으로 촛불1주년 기념대회가 모두 마무리됐다. 

촛불 1주년 대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미래세대와 세계인들에게 민주주의를 되찾은 우리 국민의 위대한 시간을 알리기 위해, 지난 1년 촛불대회 과정에서 모인 성금으로 <촛불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시민토론회, 학술토론회, 국제토론회를 개최하고, 광화문광장에 촛불혁명을 기념하는 상징물을 남길 예정이다. 

한편, 촛불 1주년 대회에 앞서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선 ‘전쟁위협, 무기강매, 통상압력 트럼프 방한 반대’를 위한 서울시국대회가 열렸다. 시국대회 참가자들은 “10월30일부터 트럼프 방한을 반대하는 집중농성, 11월4일 전국 주요 광역도시 반트럼프 투쟁, 트럼프가 방문하는 11월7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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