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당 “유보금, 현금과 자산 사이 경계 모호” 주장

국내 재벌기업들이 과도하게 사내유보금을 쌓아놨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보수언론들의 “사내유보금 중 현금은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 투자에 묶여있는 돈”이라는 반박도 마찬가지다.

최근 사례를 들면 조선비즈는 31일자 논설에서 “사내유보금에 대한 시비는 대부분 재무제표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헛소리로 환수를 주장하는 이들의 학습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조의 막말을 늘어놓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지난 18일 기사에서 “용어 때문에 마치 사내유보금이 현금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사내유보자산 등으로 용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역시 지난달 21일 “사내유보금에 대한 국내 진보단체들의 비판 중 상당수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한 기사에서 지적했다.

이들의 어투는 뭘 모르는 사람에게 훈계하거나 따끔히 가르치는 식이다. 그런데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를 주장하는 이들은 정말 사실도 모르면서 억지를 부리는 걸까? 사회변혁노동자당(변혁당)이 최근 <문제는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가 답이다>란 책자를 발간해 이런 재계와 보수언론들의 주장을 꼼꼼히 반박하고 나섰다.

사내유보금 환수 주장이 몰이해에서 오는 헛소리?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국내 기업들이 가진 자산 중 현금·현금성자산 및 단기투자자산 비중은 10.2%에 불과하다. 전경련 등은 보통 이런 수치를 근거로 유동성 있는 현금자산이 거의 없는 것처럼 주장한다.

그런데 전체 자산의 17.0%에 이르는 투자자산도 “기업이 타 기업을 지배하거나, 장기시세차익 및 배당을 위해 보유하는 자산”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삼성생명 주식을 매입해도 투자자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런 돈은 고용 증가나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현금화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런 현금자산과 투자자산을 합한 금융자산 항목은 1990년 14.7%에서 2012년 27.2%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기계설비나 공장부지 같은 실물자산은 47.7%에서 33.7%로 줄어들었다.

<국내 기업자산 구성비율 변화>

▲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동향&이슈」 통권 30호(2014년 8월 29일)]

부동산 투기와 재벌 지배권 확보에 이용

실물자산이라고 해서 반드시 고용을 늘리는 설비투자 등에 투입된 것도 아니다. 기업이 시세차익이나 임대업을 목적으로 땅을 사들여도 실물자산이 될 수 있다. 물론 비업무용 토지는 금융자산으로 잡혀야 하지만 기준이 모호해 현대자동차 그룹이 10조 원을 들여 한전 부지를 매입해도 정부는 실물투자로 분류했다.

국내 30대 재벌이 보유한 토지는 지난 10년간 534제곱킬로미터(㎢)에서 824제곱킬로미터(㎢)로 54.3%나 증가했으며 공시지가로만 183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이 토지가 모두 공장부지 등으로 활용되는 것도 아니다. 재벌그룹의 재무제표 상 공식적으로 잡힌 비업무용 부동산의 장부가액(최초 매입가)만 30조원이다. 수만 평의 땅을 산 뒤 대지의 일부에만 공장을 짓고 업무용 부동산으로 등재하는 경우도 있는데다 실거래가가 일반적으로 장부가액보다 훨씬 높은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비업무용 부동산의 가격 총액은 30조원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게다가 앞서 든 예에서 보듯 사내유보금의 상당액은 총수일가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계열사끼리 서로 지분을 소유한 ‘내부 지분’으로 구성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국내 10대 재벌의 계열사 소유 지분비율은 1996년 36.3%에서 2015년 50.6%로 계속 늘어났다.

▲ [출처: 공정거래위원회(ftc.go.kr)]

심지어 영국의 보수적인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2014년 9월 한 기사에서 “한국 기업들은 GDP의 34%에 달하는 현금(사내유보금 지칭)을 가지고 있지만(중략) 가계는 급증하는 부채 부담으로 짓눌리고 있다. 2008년 이후 한국의 투자증가율은 연평균 1%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적잖은 국민들이 “이익은 총수일가를 위해 사유화하면서 손해는 구조조정 등으로 사회화하는 재벌을 더 이상 그냥 둘 수 없다. 재벌의 과도한 이윤은 환수위원회와 같은 사회통제기구에 의해 사용과 집행이 감독돼야 한다”는 변혁당과 재벌사내유보금환수운동본부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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