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통한 대북 압박 지속할 듯… 문재인, 동북아 평화‧안정 전략 내놔야

▲사진 : 노동신문 홈페이지

유엔에서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에 대한 제재 작업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한미 두 나라가 앞장서서 대북 송유 중단을 중국과 러시아에 설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중국과 러시아는 항상 그렇듯이 이번에도 대화와 협상을 앞세우면서도 미국의 요구 일부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에 합의할 경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반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마주 달리는 열차와 같은 이 사태의 종착점이 어디일 것인가 하는 질문은 더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안개 속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이 수소탄을 탑재한 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수준이 되었다는 점이다.

종래 미국은 북한이 직접 자국을 공격할 수단이 없다는 점을 전제로 대북 정책을 추진해왔다.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공동성명 등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지만 미국이 그 이행에 직간접적인 제동을 걸어 무산시켰다. 미국에게는 무산시키는 쪽의 이익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늘의 사태까지 비화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자국의 과오를 인정치 않고 있다. 북한의 도발 탓이라고 하다가 최근 중국이 북한 통제를 제대로 못했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런 미국을 남한의 일부 정치권과 주류언론은 정의의 십자군으로 받들면서 그들의 대북 처방에 맹종하는 태도를 고수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이 되었지만 여전히 미국의 군사식민지 같은 지위에 안주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한반도 문제는 북한과 미국의 문제로 좁혀진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남한의 존재감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는 점을 밝혀 이명박근혜와는 다른 면을 보이고 있으나 그런 주장을 구체화시킬 전략 전술을 내놓지 못하는 답답한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지구촌은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과 북한을 주시한다.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이 적잖은 주민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북한과 맞장 뜨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객관적인 두 나라의 군사력 수준은 하늘과 땅차이라 할만하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수준에서 미국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중국은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북한이 미국을 선제공격할 경우 미국의 보복으로 괴멸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러니 북한 핵문제는 미국의 선택이 무엇이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사회와 특히 대부분의 국내외 대중매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을 유엔 안보리 결정에 따라 ‘도발’로 규정하고 북한을 비난하기 때문에 얼핏 북한이 국제법을 위반한 타국 공격 행위를 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북한은 유엔 회원국이라는 입장과 군사력 열세 등을 고려해 군사적 보복을 유발하지 않는 식의 신중함을 보인다. 예를 들면 북한은 미국 영토 괌 주변에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는데 그 탄착점은 공해상에 위치한다. 북한은 최근 장거리미사일을 일본 상공으로 쏘았지만 이 역시 영공 100km을 벗어나는 고도 550km였다. 미국과 일본이 군사적 공격 행위라고 북한을 몰아세울 근거를 주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미국도 북한에 선제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미국 공격이 임박하고, 모든 정황 증거가 그것을 뒷받침하며, 북의 침공을 막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의 대북 정책이나 대책은 선제공격을 할 사전 요건과는 거리가 멀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미국을 핵공격 하겠다고 공언하지만 다분히 심리전 차원의 메시지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 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요격하고 그것을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히면서 북한에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이 또한 미국 의회의 동의를 받을 절대적 요건의 하나인 국제법에 합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정치적 수사다. 트럼프도 북한을 향해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핵에 대해 미국, 중국, 러시아는 서로의 입장차를 보이면서 대처하고 있지만 실상 대국의 이기주의가 최우선적인 고려사항이라고 보아야한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을 공언하지만 전쟁의 역사를 보면 전쟁으로 인한 득이 실보다 반드시 커야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쟁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얻을 수 없는 이익이 클 경우에 일으키는 정치 행위의 하나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미국, 중국, 러시아는 당분간 한반도에서의 전쟁에 휘말리는 것이 아닌 유엔 안보리에서처럼 북핵 문제에 대해 적당히 절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낼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러면 향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 공격력을 완벽하게 갖추게 된다면 그런 상황에서 전개될 미래는 어떤 것일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수소탄 실험을 향후 강행하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공격력을 확실히 인정할 경우 그 이후의 미래 시나리오는 두 가지가 될 듯하다.

첫째,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경우이지만 이는 핵비확산금지조약(NPT)의 해체를 의미하는 등 국제 핵 기존 질서의 지각 변동을 초래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적다. 둘째, 파키스탄이나 인도와 같이 실질적인 핵보유국이지만 공인되지 않는 경우다. 현재로 보아서는 이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나 이 경우 미국은 중국을 계속 압박해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핵을 가진 북한 체제가 붕괴되도록 압박과 봉쇄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할 경우 미국은 남한의 전술핵 배치 요구나 자체 핵개발의 명분을 봉쇄할 수 있다. 남한에 대한 전술핵 배치는 러시아와 20년 넘게 지속하고 있는 핵무기 감축 합의가 깨지는 등의 부작용이 커 미국에게 부담이 된다.

NPT는 1970년 조약 발효 이전부터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외에 다른 나라는 핵무기를 제조하거나 획득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은 NPT에 가입하지 않고 수차례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서 현재 핵 보유를 이유로 국제사회의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다 해도 미국을 선제공격하지 않고 미국도 대북 압박과 봉쇄를 지속한다할 경우 중국, 러시아도 이런 상황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대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향후 20년 전후해 G1이 된다는 점을 계산해 북핵 문제에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처하면서 동시에 남한에 대해 사드 보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 전초기지가 된 남한에 대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폐 등을 압박, 미국의 전략적 위상을 약화시키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중국은 향후 미국의 대북 압박이 고조되는 것에 맞춰 남한에 대한 보복 수위를 같이 높이려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남한이다. 남한 내 보수세력들은 최근 북한 핵이 불안하다면서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배치나 자체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엄청난 국제적 보복 조치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핵무장을 관철하려는 정치집단이 등장해 집권할 수도 있다.

기대를 모았던 문재인 정부는 출범 수개월이 지났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비가 무엇인지 확실치 않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서 운전자를 자처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운전에 필요한 지도를 동시에 내놓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촛불혁명이후 등장한 정권답지 못한 모습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의 눈에도 확실했고 그런 북한의 전략에 대응할 카드가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의 미사일과 핵 실험에 대해 격앙된 모습의 언행을 되풀이했고 급기야 북의 숨통을 조이는 조치를 러시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가 면전에서 거절당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당분간 또는 상당기간 남북의 원활한 관계는 물 건너간 셈이다.

북한은 미국의 체제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핵과 미사일을 집중 개발했다. 하지만 그런 목적을 달성한 이후 미국이 어떤 대처를 하느냐 하는 것은 북한의 의중과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을 계속 압박해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이 강행되도록 하는 등 북한 체제에 대한 위협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대해 북한이나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등은 아직 불투명하다.

중국은 한반도의 휴전선이 변화하지 않는 선에서 벌어지는 무력충돌에는 개입치 않겠지만 휴전선이 변경되는 상황이면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미래에 전쟁 가능성을 상정하고 자국 이익에 맞는 방향이 무엇인지 제시한 것이다. 미국이 과거 이라크, 리비아에서 드러낸 제국주의적 침략성을 앞세워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할 가능성을 중국은 경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한편 북한 핵과 미사일 전력이 미국의 최소 수백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북한이 선수를 친다는 것은 상상키 어렵다.

향후 한반도 미래에 대한 추정 작업은 한반도 당사국의 하나인 남한에서 활발히 전개되어야 하지만 국가보안법에 의한 북한 고무, 찬양, 동조죄로 인한 처벌이나 극심한 종북몰이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민족이 절멸 위기에 처하느냐 하는 상황인데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모습이다. 국제사회가 이를 어떻게 볼까. 이런 국치를 벗어나기 위해 보안법은 하루 빨리 폐기되어 한반도 미래에 대한 막힘없는 공론화가 가능해져야 한다. 한반도 사태가 더욱 악화되기 전에 문재인 정권은 발상의 대전환을 통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이 보장되는 한반도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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