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부터 “민족은 하나, 조국은 하나, 동포는 하나” 구호 아래 동포단체 참가

‘민족은 하나, 조국은 하나, 동포는 하나’를 구호로 내걸고 지난 1994년 시작된 ‘통일마당’ 행사가 올해도 일본 각지에서 열린다. 제23회 통일마당 이쿠노(오사카후 오사카시 이쿠노구 다츠미 공원)와 제20회 통일마당 고베(효고현 고베시 나가타구 와카마츠 공원)가 다음달 5일에, 그리고 제23회 통일마당 도쿄(도쿄도 아라카와구 닛뽀리 역전 이벤트 광장)가 12일에 각각 열린다. 현재 행사준비가 한창인 것과 관련해 6.15민족공동위원회 해외본부 박명철 사무국장이 ‘통일마당’의 역사와 취지 등을 소개하는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통일마당이 시작된 90년대 초반은 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민주화가 크게 진전하는 가운데 89년 문익환 목사와 임수경 학생의 방북, 90년 시작된 범민족대회로 통일운동이 그 어느 때보다 고양한 시기였다. 그리고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을 비롯한 재일민주인사들도 해외동포로서 범민족대회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등 통일운동을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었다.

▲1994년 8월7일 제1차 통일마당 도쿄[사진제공 : 박명철 6.15해외본부 사무국장]

그리고 이처럼 획기적으로 진전하는 통일운동을 일본 땅에서 폭넓게 홍보해 재일동포들의 마음속에 담긴 통일 열망을 일깨워 조국통일사업에 대한 이해와 협력, 참여를 호소하는 대중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런 정세 발전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한통련 등 재일민주인사들은 취지에 동의하는 일본의 벗들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민족의 화해를 바라며 94년 제1회 통일마당을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또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하여 식민지배 했다는 역사적 경험이나 한반도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는 관점에서 재일동포에 대한 민족차별 반대나 식민지배의 올바른 청산, 반전평화도 주요한 테마가 되고 있다.

90년대 중반 재일동포 통일 열망 일깨운 대중사업

▲2000년 7월22일 7차 통일마당 도쿄. 한청과 조청이 준비한 합동문화공연에서 '임진강'을 부르고 있는 것을 당시 일본 공영방송 NHK가 보도했다.[사진제공 : 박명철 사무국장]

이렇게 매년 열리게 된 통일마당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놀러와 즐길 수 있는 대중적으로 열리는 야외 문화 이벤트이며 따라서 입장료도 무료다. 현재 도쿄, 오사카, 효고(2지역) 등 4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다. 특설 무대에서는 부채춤 등 민족무용이나 풍물 가야금 등 민속악기, 태권도 시범, 조선학교 학생들의 공연, 한국 민중가요를 비롯해 와다이코와 사자춤 등 일본 전통 음악, 에이사 산신 등 오키나와 전통 음악, 록밴드, 매직, 팬터마임 등 밝고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박보, 이정미씨 등 재일동포 프로가수의 미니 콘서트에서는 참가자들도 모두 일어서 춤을 추면 행사장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른다. 2000년 이후에는 한류 붐을 타고 케이팝 댄스도 등장하게 되었다. 수년 전에는 재일동포 데이 서비스에 다니는 할머니들의 합창, 교토 우토로 지역 거주 재일동포의 사물놀이 등 특색 있는 공연도 있었다. 또 지역에서 유명한 냉면가게를 비롯해 불고기, 떡볶이, 막걸리 등 다양한 한국요리 노점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터키, 타이 등 국제색 풍부한 출점이 수십 곳 늘어서 방문자들도 기대가 크다.

▲2002년 7월28일 제9차 통일마당 도쿄. 조선학교 학생들의 부채춤{사진제공 : 박명철 사무국장]

지자체의 후원도 받아 국회의원이나 구(청)장, 구의회 의원 등 정치인들도 참가 또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온다.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등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도 연대사를 보내오고 있다. 일본의 TV나 신문 등 언론이 기사로 다루는 일이 많으며 방문자는 지역의 재일동포와 일본인 등 최대 5천여 명이 모일 때도 있어 지역의 이벤트로서 정착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야외 문화 이벤트

이처럼 지역의 문화 이벤트로 정착한 통일마당인데 그 특징의 첫째는 우리민족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 매 시기의 정세나 여론을 행사 내용이나 진행, 행사장의 전시물 부스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10월8일 제10차 통일마당 고베. 오키나와 전통음악 에이사 공연.[사진제공 : 박명철 사무국장]

90년대는 8.15광복절을 정점으로 하는 남북해외 3자연대의 통일운동과 연동하기 위해 7월말부터 8월에 걸쳐 개최하여 범민족대회 홍보와 협력 요청에 노력했으며 2000년 6.15공동선언 발표 이후는 선언에 대한 지지와 실천을 호소하기 위해 주로 5월말부터 6월에 개최하고 있다.

재일한국청년동맹(한청)과 재일한국인학생협의회(학생협) 등 청년학생들은 영상이나 시와 노래로 엮는 문화발표, 마당극을 통해 온갖 장애를 돌파하여 조국통일을 실현하려는 동포청년의 뜨거운 마음을 외치고 있으며 북이 큰물 피해로 식량위기에 빠졌을 때는 식량지원을 호소했으며 국가보안법 폐지, 미군장갑차 압사 사건, 촛불시위, 주한미군 등 한국 정세와 배외주의 등 민족차별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등을 취급하고 있다.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홍보대사 권해효씨가 2008년 8월3일 제15차 통일마당 도쿄 토크쇼에서 '임진강' 등 노래를 부르고 있다.[사진제공 : 박명철 사무국장]

무대 밖에서는 재일동포사, 통일운동사, 일본군 ‘위안부’ 문제, 북미·북일관계, 재외선거 홍보 등 갖가지 패널을 전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개성공단 물품 전시회, 북녘동포 식량지원 모금 부스, ‘통일 열차’ 코너를 설치하는 등 장내의 전시물은 관객의 주목을 끌었다.

또 재일한국민주여성회(민주여성회)를 비롯하여 재일동포와 일본인 여성들은 수년전부터 ‘재일동포 여성과 일본여성의 평화 어필’ 낭독을 통해 조국통일과 반전 평화, 반차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등을 호소하고 있다.

▲2009년 8월9일 제16차 통일마당 도쿄에서 박보밴드와 한청도쿄 풍물패가 합동연주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 박명철 사무국장]

세월호 참사 때는 참가자 전원이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올리고 추모행사를 했으며 한신 아와지 대지진(1994년), 동일본대지진(2011년)의 부흥 지원활동도 해왔다.

우리민족의 과제나 정세 등 행사에 적극 반영

둘째는 재일동포가 놓인 상황을 살려 ‘작은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다.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한청·학생협은 재일본조선청년동맹(조청)과 합동공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합동 앙상블이나 마당극 등 공연에서는 청년들의 통일열망을 힘차게 표현하고 있다.

▲2013년 5월26일 제20차 통일마당 이쿠노에서 일본학교의 민족학급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탈춤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 : 박명철 사무국장]

또 통일마당과 남북동포를 국제전화로 연결하는 참신한 시도도 있다. 회선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겨우 전화가 이어져 관객들이 목소리를 하나로 하여 “반갑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낼 때면 남북해외의 감동적인 만남에 객석에서는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짓는 모습도 보이곤 한다. 사상과 이념, 단체의 벽을 넘어 실현한 수많은 ‘작은 통일’은 지역동포들에게 조국통일의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실행위원회도 한통련을 중심으로 ‘작은 통일’의 마음을 형태로 만들면서 운영하고 있으며 당연히 6.15민족공동위원회의 후원을 받고 있다.

셋째는 매력적이며 다채로운 한국 게스트다.

▲2013년 7월28일 제20차 통일마당 도쿄에서 민주여성회를 비롯한 재일동포와 일본 여성들이 '남북 재일동포 여성과 일본인 여성의 평화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다.[사진제공 : 박명철 사무국장]

남북의 화해와 교류가 꽃핀 2000년 전후와 축을 함께하여 방일하게 된 우리나라, 꽃다지, 소리타래, 소리결 등 민중가요 그룹의 활기 넘치는 노래, 6.15합창단이나 재일 한청과 자매결연한 국내 한청의 공연은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끊임없는 투쟁을 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지금을 상기시켜준다. 특히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과 몽당연필의 홍보대사로 방일한 배우 권해효씨의 토크와 노래는 관객의 대갈채를 받았다.

이처럼 통일마당은 평화와 통일의 바람을 재일동포와 일본사회에 불어넣어 어떤 험난한 역풍이 불어와도 일본의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조국의 동포, 지역의 재일동포와 함께 조국통일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다.

▲2014년 7월27일 제21차 통일마당 도쿄에서 태권도 시범에서 날아차기를 선보였다. 뒷편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제공 : 박명철 사무국장]

그리고 올해도 통일마당 계절이 찾아왔다. 제23회 통일마당 이쿠노(오사카후 오사카시 이쿠노구 다츠미 공원), 제20회 통일마당 고베(효고현 고베시 나가타구 와카마츠 공원)가 6월5일(일)에, 제23회 통일마당 도쿄(도쿄도 아라카와구 닛뽀리 역전 이벤트 광장)가 6월12일(일)에 각각 열린다.

올해 통일마당의 특징은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해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을 호소하는 것이다. 각 마당 실행위원회에서는 온갖 지혜를 짜내어 준비에 분주하다. 또 8월28일(일)에는 제7회 하나 마당 아마가사키(효고현 아마가사키 다치바나 공원)가 개최된다.

통일마당을 주최하는 실행위원회에서는 참가를 폭넓게 호소하고 있다.

▲2015년 8월30일 제22차 통일마당 도쿄에서 '조국과 일본의 진실한 화해'를 호소하는 한청, 학생협의 율동 공연.[사진제공 : 박명철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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