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장착용 수소탄 시험 성공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 수위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연속적인 미사일, 핵 시험 공세는 전례 없는 일이다. 북한은 중단을 요구했던 UFG 한미연합훈련이 강행되자 불과 10여일 사이에 두 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 연평도 백령도 점령 훈련, 소형화된 수소탄 시험까지 단행하였다. 특히 일본 영공을 처음으로 통과하여 북태평양에 탄착한 화성-12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최대 폭발력을 보여준 수소탄 시험은 언론에 공개된 미 국방정보국(DIA)의 ‘북의 핵 탑재 ICBM 보유’ 보고서, 중앙정보국(CIA)의 ‘ICBM 재진입 기술 보유’ 보고서를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미국을 고도로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미국을 위시한 한‧일 정부는 북의 연속적인 행보가 어떤 정치군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기보다 여전히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보는지 거의 관성적인 제재와 압박, 군사적 위협으로 일관하고 있다. 원유, 석유제품 수출입 금지, 북 화물 선박 단속에 군사력 사용 허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직접적 제재 등 북을 더욱 자극하는 유엔 안보리 제재 추진이 그렇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공격을 암시하는 “대단한 한 주가 오고 있다” (Big week coming up)라는 트윗 그리고 매티스 국방장관의 "미국, 괌을 포함한 미국의 영토, 동맹국들에 대한 어떤 위협도 엄청난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발표 등은 미국이 여전히 제재 압박의 관성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대미 추종과 대북 적대의식을 더 유감없이 보여줘 급기야 조선일보로부터 “국가 안보 수호자와 군 통수권자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고 찬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는 “차원이 다른, 그리고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조치”로 미국이 바라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앞장서 주장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를 합의하더니 국민에게는 공개하지도 않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입을 논의하였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미국이 한‧일에 대한 무기판매를 통해 한미일 3국의 걸음마 수준이던 ‘통합미사일 방어체계’를 이 기회에 더욱 강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하였다. 국민의 강력한 반대에도 기어이 사드를 강행 배치한 배경이다. 

더 나아가 일본 총리 아베와 만나 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가까이 손발을 맞추고, 한국군 독자의 ‘참수작전 부대’ 창설까지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 스스로 촛불정부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과연 얼마나 국내 개혁을 잘 할지 알 수 없으나 한반도 문제를 과거 적폐세력과 똑같이 대미 추종과 대북적대로 일관하는 것은 그들과 손을 잡는 것이요, 촛불민심을 저버리는 것이다. 

적폐의 뿌리는 한반도 분단이다. 근본 문제인 분단적폐를 6.15, 10.4선언의 정신에 따라 ‘민족 우선’으로 해결해 나가지 않고 외세를 추종하고 수구적폐와 손잡고 유지하려 한다면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은 요원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한국이 지금의 길을 그대로 간다면 2차 한반도 전쟁의 '순장물'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정말 깊이 새겨야 한다.

북한이 전례 없이 연속적인 핵, 미사일 시험을 감행하는 것은 오랜 기간 이어져온 미국과의 대결을 이제 끝내겠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11일 "판가리 결전은 시작되었다"는 내용의 노동신문 정론을 보도하였다. 판가리 결전이란 생사존망을 가르는 마지막 싸움을 의미한다. 북한이 이 표현을 쓴 것은 한국전쟁과 2013년 3월 전쟁위기 때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는 북한이 스스로 선언한 ‘핵보유국으로서의 전략적 지위’라는 자국의 변화된 위상과 ‘동방 핵대국이자 군사 최강국’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 실현 방식에 대해 조선신보는 “마지막 최후계선에 들어선 조미(북미) 대결전에 관한 조선의 구상은 말 그대로 ‘속전속결’”로 “트럼프 행정부가 제 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할 때까지 미국의 숨통을 조이는 단호한 공격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것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내려놓지 않는 한 북의 핵과 미사일 시험 공세가 연속적으로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미 예고한 괌 수역 타격은 물론 미국이 북한판 ‘군함새 작전’이라고 우려하는 핵 탑재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그리고 7차 핵시험도 가능할 것이다. 북한이 전쟁을 각오하고 지속적으로 일본 영공을 통과하여 태평양 상의 미국 거점으로 발사훈련을 한다면 미국으로서는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누누이 제기하였듯이 미국은 이제 구태의연한 제재 압박을 계속 이어나갈 시간이 없다. 푸틴 대통령이 북에 대해 ”그 어떤 제재도 쓸모없고 비효율적”이며, “풀을 뜯어 먹을지언정 핵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정확하다. 만약 또 한 번의 유엔 제재결의가 통과되거나 미국의 적대 행위가 이어져 북이 이에 대한 반격으로 괌 수역 타격을 실행하면 미국은 군사적으로 맞대응 할 것인지 아니면 적대정책을 내려놓고 평화협상을 시작할 것인지 결정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제재가 설 자리는 없다. 미 외교협회(CFR)장 리처드 하스는 MSNBC방송에서 “북핵과 함께 살아가거나 대북 선제타격을 하는 방안 중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이미 (제재에 대비해) 원유를 쌓아두고”있기 때문에 대북 원유공급 중단 같은 “대북 경제제재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스콧 스나이더 역시 포브스(Fobes) 기고문에서 “북의 6차 핵시험은 미국으로 하여금 두 가지의 수용할 수 없는 옵션에 대한 전략적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을 인정하던지, 아니면 북의 위협을 영원히 끝내기 위한 재앙적인 전쟁을 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나아가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 이후 북이 다른 나라에 핵 수출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최우선 목표’라고 사실상 비확산을 북과의 협상 기준으로 제시했다. 오바마 정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수전 라이스 역시 과거 수천 개 핵을 가진 소련과 공존했듯이 핵을 가진 북과 공존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한반도의 기존 질서를 근본에서 뒤바꿀 평화협상을 반대하는 세력은 미국을 비롯해 한일에 여전히 강력히 남아있다. 어쩌면 이들은 북한이 감히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미 영토 인근에 미사일 발사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북의 ‘판가리 결전’을 허언으로 치부하고, 북의 핵 억제를 명분으로 대북 제재와 압박, 군사적 위협 등 대결과 긴장을 유지하면서 한일에 무기를 팔아먹는 장기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 한반도 대결구도의 지속이다. 잘못된 판단은 재앙적 결과를 낳는 법이다. 바로 이들로 인해 한반도와 미국은 지금보다 더한 전쟁의 벼랑 끝에 서게 될지 모른다. 어떤 경로를 밟든 미국은 조만간 결단의 지점에 이르게 될 것이다. 사실 미국이 북과 핵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제 미국이 해야 할 일은 가능한 한 명예롭게 대결을 끝내는 길을 찾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의 현실주의 정치가들이 제안하듯이 북의 핵 보유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위한 평화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그 외의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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