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인내가 바닥난 듯한 언행 주목
사태는 과연 어떤 식으로 어떻게 결론 날 것인가?
북한의 대미 압박이 가중되면서 세계 주요 언론은 이를 톱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북한이 괌 주변 미사일 발사계획을 공언한 뒤로 지구촌 이슈가 된 북미간 줄다리기가 어떤 식으로 결론을 맺을지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군사력으로 도전하는 이 갈등의 특징은 전쟁은 안 된다는 공감대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건국 이래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의 하나는 군사력 동원이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남북한 대치, 주변 중국과 러시아라는 변수 등으로 미국의 최첨단 무기가 대북 위협용에 그치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큰 틀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만 전쟁 불가와 남북 대화라는 카드를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북한은 그러나 미국과 직접 대화를 통한 협상까지는 미국을 압박하는 조치를 지속하고 남측과의 대화는 외면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대응으로 미뤄 북한이 조만간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 29일 북태평양 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이라고 확인하며 한미 연합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대응무력시위 차원이라고 밝히고 또 8월29일이 경술국치 107주기임을 언급했다(헤럴드경제 8월30일).
조선중앙통신은 또한 평양 순안 비행장에서 발사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시험 발사에 대해 “태평양상에서의 군사 작전의 첫걸음이고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이다. 앞으로 태평양을 목표로 탄도로케트 발사 훈련을 많이 하여 전략무력의 전력화, 실전화, 현대화를 적극 다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IRBM 발사에 대해 유엔안보리는 의장성명을 채택하면서 추가 대응을 예고했고 미국은 중국에 대해 북한 원유공급 중단을 압박할 것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모든 방안이 테이블 위에 있다. 위협하고 안정을 깨는 행동은 그 지역과 세계 모든 나라 사이에서 북한 정권의 고립을 확대할 뿐’이라며 북한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하지만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 직후 “우리는 절대 외교적 해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해 군사적 해법에는 선을 그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29일 북한의 IRBM 발사를 강력 규탄하면서 그 대응 무력시위로 북한 지휘부를 겨냥한 폭격 훈련을 벌이도록 군에 지시했다. 그에 따라 F-15K 전투기 4대가 강원도 태백의 사격장으로 출격해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무게 1톤의 MK-84 폭탄 8발을 투하, 한반도 유사시 북한 지도부를 즉시 응징하는 폭격 훈련을 벌였다.
문 대통령은 3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도발을 거듭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압력을 극한까지 높여 북한 스스로 먼저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양국이 위기에 대해 유례없는 공조를 이루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은 북한의 IRBM 발사에 대해 최대한 압박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거나 행동으로 옮겼지만 북측과의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29일 발표된 정부 성명은 “북한 정권은 비핵화만이 자신의 안보와 경제발전을 보장하는 진정한 길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무모한 도발 대신 조속히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한 것이다.
향후 북한에 대한 안보리의 추가 제재나 미국과 일본의 독자 제재 등이 뒤따를 가능성과 함께 북한의 대응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북한은 올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이 미사일에 탑재할 핵탄두를 개발한 것으로 미 정보당국이 확인한 뒤로 괌 주변 미사일 폭격 계획을 공언하는 등 미국을 최대한 압박하는 기싸움을 벌일 기세다. 북한은 북미간의 조건 없는 직접 대화라는 목표를 향해 올해 안에 6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북한의 대미 공세에 대해 미국은 선제공격과 같은 군사적 해법은 제외하는 것을 공식화하면서 북한에 대해 압박과 대화라는 전략을 추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 미국의 방침에 적극 발맞추는 형국이다. 문 정권은 대북 압박에서 과거 정권과 차이가 없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고 밝히면서 북에 대해 대화 재개를 제안하고 있는 점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남측의 대화 제의를 일체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수일 동안 행해진 문 대통령의 대북 관련 언행이 주목되고 있다. 끈질긴 인내와 치밀한 대응이 바닥나는 듯한 그런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북의 IRBM 발사에 대해 북한 지도부를 응징하는 폭격 훈련을 하도록 지시하고 아베 총리에게 북한에 대한 압력을 극한까지 높여 북한을 굴복시키자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남북 대화를 제안하면서 그 지도부를 폭파하는 훈련을 벌인다면 북 체제의 특성상 남측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반도 문제는 감정이 앞서서는 안 되고 인공지능과 같은 치밀하고 정교한 계산으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문 대통령은 ‘대북 극한 압력’을 제안했는데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정문을 보면 북한 경제나 민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거나 인도주의에 어긋나는 조치는 안 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북의 IRBM이 일본 상공 통과 때 고도가 통상 영공인 100㎞를 훨씬 넘는 540km라서 영공 침범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국제법적 견해를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의 ‘극한 압력’이라는 언급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또한 개별 국가가 북한에 대해 독자 제재를 가하는 것은 국제법과 상충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는 점도 깊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경술 국치일에 일본에 보인 태도가 대비되는 것은 그 가치 평가가 다양하다 해도 민족 감정에 와 닿는 의미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이 과거 정권과 차별성이 있는 대북 태도를 견지한다 해도 북의 IRBM 발사에 대한 것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밀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북이 핵실험을 할 경우에 대한 대비도 문재인 정부가 생략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미 두 나라와 북한이 팽팽한 대치 상태를 보인 가운데 중국이 한반도 해법으로 ‘한미가 대북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면서 양측이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방어적 훈련이 동일선상에서 평가되는 것은 안 된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고 중국의 대북 압박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는 북미와 남북한 문제라면서 중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문제도 심각하다. 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사드 배치로 가닥을 잡고 추진 중인데 중국의 반발로 경제에 타격을 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북미간 대치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이에 중재를 나서는 국가나 해외 정치인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해법은 없는 것인가? 한반도 문제의 한 당사국인 남측이 혹시 모두가 ‘윈윈’하는 해법을 내놓을 수는 없는 것인가?
이런 질문이 지속되면서 문 대통령의 과감한 대북 제안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냐 하는 기대감 섞인 제안도 나오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 정권이 담대한 한반도 해법을 내놓아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다는 관점에서 나오는 제안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이후 취해온 대북, 대미, 대중 정책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국내 지지기반이 급속히 허물어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남한이 세계를 놀라게 할 제안을 내놓으면서 상황을 주도할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미국에 대한 도전과 미국의 어정쩡한 대응 속에서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