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에 대해 한편으로 제재 압박을 확대해 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론 부쩍 대화를 강조해 북미간 대화재개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낳고 있다.

미국은 중러의 반발을 일으킬 정도로 북과 거래하는 중국과 러시아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를 늘리면서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훈련은 예년 보다 규모를 축소하고, 훈련과정은 거의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자제에 대해 “가까운 장래 언젠가 대화로의 길을 우리가 볼 수 있는지 등의 시작이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까지  "그(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가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나는 존중한다", “아마 긍정적인 무엇인가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대화 재개로 국면이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이 부쩍 많아졌다.

사실 조셉 던포드 미 합참의장의 방한 직후 미 태평양 사령관, 전략군 사령관, 미사일 방어 청장 등 군 수뇌부 3인의 이례적인 동시 방한과 공동기자회견은 미국이 느끼는 한반도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방한은 ▲ UFG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해 실행될 수 있는 북의 괌 수역 타격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고, ▲“군사력으로 외교력을 지원한다”고 밝힌 것처럼 북미간 협상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이들이 성주 사드기지를 방문하여 사드배치를 완료하겠다는 뜻을 밝힌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사드4기에 대한 추가배치가 년 내보다 “훨씬 더 빨리” 이뤄질 것이라고 하였다. 이달 내 배치 완료될 것이라는 보도마저 나온다. 이것은 미국이 한미연합훈련과 사드 배치를 북한과의 유리한 협상을 위한 군사적 압박 수단으로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틸러슨 장관의 유화적 태도와 미 군부 수뇌들의 외교적 협상 우선 발언 등으로 세간에서는 전쟁위기가 가라앉고 북미간 비공개 대화가 진행 중인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제기되거나 혹은 미국이 지금처럼 저자세인 적이 없으니 북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대화에 나서라는 식의 요구가 중국을 비롯한 소위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봇물처럼 나왔다. 또한 북의 괌 수역 타격 자제가 미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과 제재의 결과로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UFG훈련이 끝나고 북미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식의 분석과 예단은 상황을 오판하고 주관적 희망을 표현한 것 이상이 아니다. 미국은 사실상 대화를 위한 어떠한 여건도 조성한 적이 없다. 있다면 오직 ‘립서비스’ 뿐이다. 며칠 전 미 국무부는 “북한과 협상을 원하지만 그 목표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라고 못박고, 새로 시행한 북과 중러 등에 대한 각종 제재에 대해 “이번 제재는 외교가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라고 강조하였다. 미 군부가 군사적 압박이 외교의 뒷받침이라고 한 것과 같은 얘기다. 이에 대해 미국의 소리(VOA) 조차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거듭 강조해온 ‘외교적 해법’이 북한과의 외교가 아니라 더욱 강력한 대북 압박을 이끌어내기 위한 유엔 회원국 등 국제사회와의 외교”라고 평가하였다. 이것은 미국의 본심이 북과의 외교가 아니라 외교적 해법을 추구한다는 미명으로 국제사회를 압박해 북을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 압박하는 데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미국의 북한 고립을 위한 이러한 국제적 시도는 북에 대한 고립만이 아니라 이를 명분으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중러에 대한 경제 제재나 동남아, 중남미 각 국들에 대한 북과의 관계 단절 압력, 이집트에 대한 지원금 삭감 등은  해당국에 대한 견제의 의미 또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명백히 주권국의 외교권, 통상교섭권 등을 침해하고 미국 편에 설 것을 강요하는 오만한 행태로 오히려 해당국의 반발을 불러와 국제사회로부터 미국이 고립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렇듯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변하지 않은 조건에서 북미간 대화가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동안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렸지만 미국은 외교적 수사만 늘어놓았지 실제로 변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은 미국의 ‘외교적 해법’에 대해 ‘기만술책’, ‘양면전략’이라고 비난하고, 단거리 미사일 발사시험 재개와 백령도에 대한 점령 훈련 실시도 공개하였다. 이런 훈련이 보도된 것은 처음이다. 정세는 전쟁위기 상태로 빠르게 돌아갈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전쟁만은 막겠다고 의지를 밝혔지만 과연 전쟁을 막기 위한 어떤 방안과 노력을 하고 있는 지 알 수가 없다. 보여지는 것은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을 추종해 사드 배치를 서두르거나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고, 대통령은 호전적인 일본 총리 아베와 통화해 북의 핵, 미사일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한·일 간 또는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제사회와 협력”한다는 것이 전부다, 이것은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다. 참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은 명백하다. 지금은 전쟁을 막는다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대화를 하자면서 한 손엔 몽둥이를 들고 있는 격이다. 미국은 겉으론 대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이미지를 만들면서 뒤로는 대결정책을 조금도 버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이에 편승하지 말아야 한다. 그 어떤 주견도 없이 대미 추종에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외교 안보 라인을 교체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드배치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시 한 번 촛불이 광장을 가득 메워야 할 때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