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뇌물 공여 등 5개 혐의 모두 유죄 인정했지만 ‘아쉬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수백억 원에 이르는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 받아온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5개 혐의 모두 유죄를 인정한 것인데 형량은 최저 수준이다. 당초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봐주기 판결”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오후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 사건은 이건희 회장 이후를 대비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꾸준히 준비한 삼성 임원들이 대통령에게 승계과정에 관한 도움을 기대해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삼성전자 자금을 횡령, 재산을 국외로 도피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곤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부도덕하게 유착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국민들이 대통령 지위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의문을 갖고 삼성의 도덕성에도 불신을 갖게 되면서 현재진행형인 정경유착으로 받은 충격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로 대통령에 대한 청탁 대상인 승계작업 주체이자 이익을 가장 많이 얻을 지위에 있다”면서 “당시 삼성의 사실상 총수로서 다른 임원들에게 승마 및 영재센터 지원을 지시하고 범행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 그 가담 정도나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대통령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해 뇌물공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에게 직접 승마 및 영재센터 지원 요구를 받아 쉽게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고 개별 현안의 청탁으로 부당한 결과를 얻은 것은 확인이 안 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부회장이 뇌물 공여 혐의에서 유죄를 인정받음에 따라 뇌물 수수자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도 관련 혐의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진보정당들은 이 부회장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잇따라 비판 논평을 발표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이번 재판부의 선고는 특검의 구형보다 한참 줄었다. 정경유착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의 장본인에게 너무도 가벼운 형량”이라며 “재판부는 '봐주기 판결'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민중정당(준)은 논평에서 “이재용의 죄질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벌”이라며 “사적이익을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노동자의 피땀 어린 돈을 횡령했다. 고작 5년으로 씻을 수 있는 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노동당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 전면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삼성그룹 영향력의 폐해를 확인할 수 있고, 사법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면서 “삼성의 영향력 아래에서 삼성 눈치 보기 판결을 내리는 대한민국 사법부는 우리 국민에게 다시 한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불평등한 사법 구조에 대한 분노만을 키워줬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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