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일차] 5월26일 기아차 비정규직 최정명·한규협 농성일기

농성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예정대로 불법파견 투쟁배치와 고공농성자들의 조합 활동 인정 건으로 안건이 토론되다가 정회됐습니다. 고공농성 문제로 기아차지부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애 쓰시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가족들도 대의원대회 장소에 가서 대의원 동지들께 호소하는 피켓팅을 하셨군요. 그 또한 미안하기 그지없습니다. 하루종일 대의원대회 중계를 시청했습니다.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몇몇 분들은 아직도 여전하시고요. ㅎㅎ

농성자들도 발언권이 있으면 좋겠다 싶게 오해도 있으신 것 같고 걱정해 주시는 고마운 마음들 참 잘 봤습니다. 기아차 지부장 동지의 입장표명을 잘 봤습니다. 요지는 고공농성을 해제해야 특별교섭을 통해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내려와서 여러 방식을 통해 함께 투쟁하자는 것입니다.

땅위에 있던 시절 모든 것을 시도해보고 안되어 시작한 투쟁입니다. 그런데 무작정 내려와 함께 투쟁하자는 말은 공허한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아차지부의 고민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소극적 자세로는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농성자들이 바라는 것은 정규직, 비정규직들이 하나의 노동조합체계 안에서 최선을 다해 투쟁해 주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생계비 문제는 가족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지 지갑도 필요 없는 이곳에서는 돈도 필요 없습니다.

미안하고 고맙기만 한 이 상황이 언제나 끝날지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구보다 내려가 함께 투쟁하고 싶은 것은 농성자들입니다. 여러 선배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온 노동조합의 정신이 훼손되지 않고 대기업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올바른 결정을 기대합니다.

최근 최정명 동지가 소화가 잘 안되어 신경써 약을 올려주신 조규석 박사님과 길벗한의사회, 반찬과 음식 보내주신 밀양 미니팜 협동조합, 오늘도 도시락 올려주신 윤선주 집사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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