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도국 기자 66명과 아나운서 26명 가세해 18일부터 300여명 제작거부
일상적인 통제와 검열은 물론, 기자 성향 분석자료인 이른바 ‘MBC 블랙리스트’에 반발, 진상규명과 경영진 퇴진 등을 촉구하며 불붙은 MBC 언론인들의 제작거부가 확산되고 있다.
MBC 비보도국 소속 기자 66명이 17일 오전 8시부터 제작 거부에 가세했다. 또 아나운서 26명도 이날 총회를 통해 출연과 업무를 중단키로 결의했다. 아나운서들은 18일 오전 8시부터 업무를 중단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달 21일 시사제작국 PD수첩 제작진을 시작으로 촉발된 제작거부엔 17일 현재 MBC 현업 언론인 3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MBC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 MBC 영상기자회는 지난 9일 김장겸 MBC 사장과 박용찬 논설위원실장, 문건 작성자인 권모 기자를 부당노동행위와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비보도국 기자 제작거부와 관련해 MBC 기자협회는 앞서 16일 낸 성명에서 “MBC 내 양심 있는 구성원을 농락해온 물증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더 이상 김장겸-고영주 체제 아래서 제작 또는 업무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범죄를 지시하고 실행을 모의한 자들에게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MBC 기자협회는 또 “우리를 파편화시키고 무력화시킨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 김광동, 유의선 이사, 김장겸 사장과 권재홍 MBC플러스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하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문진과 경영진의 조직적인 MBC 파괴공작의 진상 파악과 책임자 해임을 위해 방문진에 대한 사무 검사권을 즉각 가동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업 언론인들의 제작 거부가 확산되자 MBC 간부들도 잇따라 사퇴하고 있다. 지난 10일 이모 기자가 국제부장 발령을 거부하고 제작거부에 참여한 데 이어 12일 최모 취재센터장이 보직 사퇴했다. 또 민모 콘텐츠제작2부장, 장모 시사제작3부장, 김모 시사제작4부장도 보직에서 물러났다.
제작-업무 거부를 기자 구성원 전 부문으로 확대 돌입한다 몸통이 드러났다. 저열한 권력으로 공영방송 MBC를 갈기갈기 찢어놓은 뒷배. 언론인의 자존심을 천박한 형태로 다시 짜맞추려했던 창백한 그림자. 그들이 무릎 꿇린 손과 발에 의해, 공영방송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시대를 역행했다. 얄팍하고 사적인 이해관계가 전파를 지배했다. 마이크를 빼앗았다. 세월호 가족의 눈물을 외면하라 했다. 촛불 집회는 깎아내리고 극우 집회는 미화했다. 권력의 입장을 덮어놓고 옹호했다. 이 세상이 돈과 힘을 가진 자들의 입맛대로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비판하면 쫓아내고 소리치면 닦아냈다. 아이템을 검열하고 양심을 매도했다. 급기야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인간에게 등급을 매겼다. 유리와 불리의 낙인으로 편을 가르고 저항과 복종을 선별해 자리를 나눠줬다. 협박하고 징계했다. 누구의 지시였기에 이토록 거리낌이 없었던가. 누구를 위해 블랙리스트 작성, 실행의 꼬리를 잘랐던가. 우리는 증언한다. 주범은 바로 방문진이었고 경영진이었다. 고영주와 김장겸이다. 200명이 넘는 기자와 피디가 이미 제작을 거부했다. 그러자 알량한 인사권으로 대체인력 수혈에 나섰다가 거센 저항에 취소하는 코미디를 선보였다. 그들은 지난 수년간 똑같은 방식으로 MBC의 DNA를 바꿔놓겠다며 협잡을 저질렀다. 그러나 끝내 시대를 증언했던 우리의 뜨거운 피를 모두 뽑아내진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 끓는 피를, 뛰는 심장을 손가락질하며 ‘잔여 인력’이라 했다. 그렇다. 우리가 ‘잔여 인력’이고 ‘유휴 인력’이다. 경인지사에서, 어느 연구소에서, 어느 센터에서, 스케이트장과 드라마 세트에서. 온갖 수모를 주어도 끝내 남아 버틴 것을 가리켜 ‘잔여’라 한다면, 더러운 뉴스에 입을 보태지 않은 것을 ‘유휴’라 한다면 잉여와 도구로 박제당했던 우리는 이제 주저 없이 일어서려 한다. 거부할 제작이 있든 없든, 맡겨진 업무가 있든 없든, 이제 경계는 무의미하다. 그들이 MBC 내 양심 있는 구성원을 농락해온 물증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더 이상 김장겸-고영주 체제 아래서 제작 또는 업무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싸움은 우리 손에서 가속되어야 한다. 추악한 범죄의 목격자이자 그 범죄의 현장에 남겨진 증거물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뻔뻔히 떠벌리던 그 유배지에서 저항의 날을 벼렸다. 야만을 폭로하기 위해 서로를 지켰다. 폭발이 임박했다. 범죄를 지시하고 실행을 모의한 자들에게 정면으로 맞설 것이다. 우리의 움직임은 공명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굴종과 투항이라는 질병은 전염을 멈출 것이다. 오늘의 뜨거운 목소리는 아무리 흩어져도 결코 그 리듬과 진동을 잃지 않을 것이다. 버텨낼 수 있다면 버텨보라. 우리는 모든 위기를 활용할 것이다. 공범자들의 파국은 눈앞에 와 있다. 사회의 공기 공영방송을 극우의 흉기로 만들고자 했던 자들은 여기 이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라. 우리는 당신들을 걷어내고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에 우리는 아래와 같이 결의하며 요구한다. △MBC 기자협회 구성원 66명은 2017년 8월 17일 08시 부로 현재의 제작 거부를 전 부문의 제작 및 업무 거부로 확대해 추가 돌입한다. △우리를 파편화시키고 무력화시킨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 김광동, 유의선 이사, 김장겸 사장과 권재홍 MBC플러스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즉각 사퇴하라. 검찰은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형사 처벌하라. △방송통신위원회는 방문진과 경영진의 조직적인 MBC 파괴 공작의 진상 파악과 책임자 해임을 위해 방문진에 대한 사무 검사권을 즉각 가동하라. △공영방송 MBC 저널리즘의 가치를 말살시킨 보도, 시사부문 보직 간부들은 전원 사퇴하라. △유배지라 일컫는 상암사옥 내외 유령 부서들을 즉각 해체하고 그 구성원을 본연의 자리로 돌려놓으라. 2017년 8월 16일 MBC 기자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