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일차] 5월25일(수) 기아차 비정규직 최정명·한규협 농성일기

비가 올듯 날씨가 흐려지네요. 이런 날씨가 농성하기엔 좋지만 플랑이 바람에 날려 내릴수가 없네요.

350일...

인생에 있어 생각지도 못한 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영화필름처럼 휙휙 지나가며 벌써 이렇게 되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도 부쩍 커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짧은 시간이 아님을 다시 느끼네요.

얼마전 누군가에게서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내려 오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누가 그런 얘길 하더냐고 물어보니 '카더라'였습니다. 고공농성의 고됨이 안타까워 그런 얘길 하실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농성자들의 심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성자들이 날짜수를 염두에 두고 싸움을 시작했다면 지금껏 버티지도 못했을 겁니다. 예상을 뛰어넘긴 했지만 지금의 농성자들은 숫자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고공농성 시작의 결심과 절박함에 대한 답변이 없다면 이 투쟁은 마무리 되지 않습니다. 누구든 농성자들이 지쳐서 내려오길 바란다면 그건 큰 오산입니다.

'옷이 젖은 사람은 소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입니다. 농성자들이 현재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구속, 손배가압류, 해고가 아닙니다.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의 결심과 결과에 대한 후회가 두려울 뿐입니다. 이 심정이 있는 한 다시하기 힘든 이 투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걱정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내려오라고 하지 말고 열심히 투쟁해 주십시오. 그래서 결심과 결과에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후회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내일은 대의원대회에서 고공 농성자들의 노동조합활동 인정에 대한 안건이 다뤄지는 날이군요. 걱정해주시고 지지와 연대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주전 전화인터뷰한 금속노조 기관지의 소식이 올라왔군요. 고맙습니다.

http://m.ilabor.org/news/articleView.html?idxno=5684

오늘도 도시락 챙겨주신 윤푸르나 집사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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