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종관 용원CC노동조합 위원장

매일 아침 7시. 출근 차량으로 가득한 진해 용원 현대아파트 앞. 지난 1년간 사드배치 반대를 요구하며 현수막을 들고 나선 이들이 있다. 이들은 지난 겨울 혹독한 한파에도 아스팔트를 달구는 땡볕아래에서도 단 하루도 사드배치 반대 현수막을 놓지 않았다. 처음에는 욕을 하던 일부 할아버지들도 이제는 신 위원장과 조합원들에게 “고생한다”며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스스로 현수막을 들고 나선 이들은 용원CC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모두들 출근길로도 바쁜 아침, 누구보다 먼저 아침을 맞이하는 신종관 용원CC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난 7일 만났다.

“사드배치 반대 출근 선전전을 시작한 지 오늘로 만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신종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용원CC노조 조합원과 함께 사드배치 반대 출근선전전을 시작했다. 30여명이 가입한 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팀별로 요일을 정해 돌아가며 출근 선전전을 진행했고 신 위원장은 출근도장을 거리에서 찍었다.

이들에게 출근선전전은 일상과도 같았다. 사드배치 반대 출근선전전을 하기 전에는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쉬운해고,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며 출근선전전을 수개월 이어왔다. 그리고 박근혜 노동개악 저지 출근선전전은 자연스럽게 사드배치 반대 출근 선전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노동개악 문제는 직접적 노동자 권리의 문제이지만 사드배치 문제는 직접적인 개연성은 비교적 적다. 조합원들 사이에 반감도 있을 법 하다. 그러나 신종관 위원장은 “큰 거부감은 없었다”고 답했다.

“흔히 임단협을 두고 자기문제로 인식하고, 사드배치 같은 문제는 대외문제라 인식합니다. 하지만 사드반대 선전전 사진을 꾸준히 공유하며 조금씩 사드배치 문제 역시 우리문제로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신 위원장이 꾸준히 사진과 글을 공유하며 조합원들에게 사드배치 문제를 공론화 시킨 것이다. 또 조합원들 사이에 반감이 적었던 이유는 노동조합에 대한 신 위원장의 인식이 작용했다.

“노조가 내부적 투쟁에만 매몰되면 죽은 노동조합이라 생각합니다. 흔히 노동자를 세상의 주체라고 하는데, 투쟁에 있어 대내외 투쟁을 구분 짓기 시작하면 주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지난 1년간 출근 선전전을 이어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출근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야 하고, 차량들이 뿜어내는 매연을 그대로 마셔야 하고, 봄철에는 미세먼지를, 여름에는 더위를, 가을에는 벌레를, 겨울은 추위를 이겨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조합원 사이에서는 “그만하자”는 말은 없었다고 한다. 그 바탕에는 분노도 있었다.

“사드 배치반대 투쟁을 이어오던 중 사드가 박근혜 돈 벌이 수단이라는 팟케스트를 조합원과 함께 들었습니다. 박근혜 정권 때 사드는 물론 각종 무기 수입금액이 100조라고 하던데 이중 10%만 챙긴다 하더라도 우리같은 노동자들이 25만년을 모아야 하는 돈이 되고, 경제활동 가구에 1천만원씩 줄 수 있는 돈이라는 말을 듣고 분노가 생겼습니다.”

용원CC 노동자들은 매일 출근 선전전으로 힘들었지만 오히려 조합원간의 정은 더욱 끈끈해 졌다.

“우리는 업무 특성 상 직군이 다르면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드배치 반대 출근 선전전을 하면서 조합원끼리도 만나고, 조합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챙길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친해도 말하지 않으면 균열이 가기 마련인데, 사드배치 반대 선전전은 훌륭한 소통의 장이었습니다”

신종관 위원장과 용원CC 노동자들은 1년을 넘어 조합원들 사이에서 ‘그만하자’는 말이 없으면 계속 선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사드배치 철회로 노동자들이 선전전을 중단하고 2주년 기념 인터뷰를 할 일이 없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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