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에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없다니...

문재인 대통령의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는 국무회의 발언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한국 외교의 한계라는 둥, 냉정하고 정확한 현실인식이라는 둥의 평가가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한미동맹에 의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촛불민심의 압도적 지지와 기대를 받고 있는 촛불대통령이 불과 두 차례의 해외순방을 마치고 주재한 첫 공식회의에서 자신의 한계를 표명한 것도 실망스런 것이지만 그걸 정확한 인식이라고 칭찬한 수구언론의 태도 또한 한심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 우리에겐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가 우리문제를 풀어준단 말인가.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에 너무 의존했기 때문이다. 길게 볼 것도 없이  지난 10년간 우리 정부가 철저히 미국에 의존한 결과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아니라 최악으로 치달은 남북관계, 한반도의 상시적인 긴장과 전쟁위험, 중국으로 부터의 경제보복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결과를 뻔히 보면서도 또 다시 이명박-박근혜정부가 해왔던 전철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게 “노(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던 대통령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철저히 트럼프대통령에게 “예스(YES)”만을 반복하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을 잃고있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을 갖기 위해서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보여 왔던 대북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 하나는 전제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 군사회담을 경제교류와 병행하는 것이다. 

전제조건 없는 남북대화란 북의 핵, 미사일 시험 중단이나 핵 동결 같은 것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달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박근혜정부가 북의 선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대화할 수 있다던 입장과 같은 것이다. 그 결과 4년간 모든 남북대화는 실종되고 적의에 찬 대결만이 오고 갔다.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북핵문제는 그 본질이 오랜 북미대결의 결과다. 북의 핵, 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키려면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는 조건에서 문재인 정부가 중간에 끼여 남북대화의 전제처럼 주장하는 순간 남북의 화해는 담보될 수 없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도 잃게 되는 것이다. 우리 문제는 우리 식으로 풀어야 한다. 전제조건 없이 남북대화를 열어 북의 입장을 듣고 나아가 미국에게는 “그건 아니다.(NO) 이렇게 하자”라고 제안할 수 있어야 문제해결의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북의 ICBM 시험이후 미국은 더욱 더 북의 진실한 입장이 무엇인지 목말라 하고 있다. 이것을 제시해줄 유일한 존재는 바로 문재인 정부다. 미국의 변화된 처지와 입장을 알아야 한다. G20회의는 미국이 과거와 같은 세계의 중심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미국 이후의 세계가 설계되고 있다. 패권은 찢어져 있다.

또 남북관계를 쉬운 것부터 풀어야 한다는 기능주의적 발상이나 북에게 인도적 지원이라는 당근을 주면 쉽게 대화에 응할 것이라는 남한 우월의식같은 것을 버려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6.15, 10.4 이행을 다짐하면서도 대북 제재와 압박을 주장하고, 남북화해와 교류를 얘기하면서도 정치, 군사적 문제는 외면하고 스포츠나 인도적 지원 위주로 제안하고 있다. 경협을 주장하면서도 개성공단재개는 미국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고 선을 긋는다. 모순과 눈치보기의 전형이다. 미국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의 ‘남북대화의 주도권’이란 언제가도 힘을 가질 수 없다. 스스로 자신의 힘을 가두고 “해결할 힘이 없다”고 한탄하는 것은 참으로 갑갑한 일이다.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얼마 전 뉴욕타임즈 조차 “북에 대해 생각할 수 없던 것을 생각하자(Thinking the Unthinkable With North Korea)”고 기존 정책의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였다. 우리 역시 미국의존이란 틀에 갇힌 사고를 깨야한다. 손쉬운 것부터 하자는 기능적 발상이 아니라 근본문제부터 틀어쥐고 해결해 나가보자는 대범한 발상을 해야 할 때다. 그래야 한반도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핵심은 정치, 군사적 영역이다. 이번 문대통령의  남북군사회담 제의는 적절하기는 하나 더 대범하게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ICBM시험발사 이후 미국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바로 대북 군사력 사용 논란을 일축하고,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북의 핵보유를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물론 한반도 평화협정과 미군 구조 변경(철수) 등을 제안하였다. 획기적 변화다. 지금까지 미국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입장이 미국 주류세력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국장 역시 북의 핵 미사일 시험 중단과 평화협정, 이익대표부 설치 등을 핵심으로 한 협상을 제안하였다. 북의 핵, 미사일 시험 중단이 대화의 전제가 아니라 연합훈련의 중단과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는 길을 열자는 것이다. 이것은 한반도 정세가 최종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제 더 이상 대북선제타격 등 군사조치를 내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이 아니라 대륙간 사거리 미사일이라고 초기 확인을 뒤집은 것은 북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것으로 설정해 명분상 군사조치 보다는 제재,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런다고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단 두 가지다. 제재, 압박의 지속 아니면 평화협정이다. 만약 지금처럼 제제, 압박과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한다면 북한은 공언한대로 “크고 작은 선물보따리”를 미국에 계속 보낼 것이고, 긴장은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런 예측 가능한 상황전개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힘을 갖기 위해서는 미국과 다른 길을 열어야 한다. 이점에서 남북군사회담이 중요하다. 7.27을 계기로 남북군사회담이 열린다면 문재인 정부는 단순히 대북 확성기차원이 아니라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라는 카드를 내걸고 북의 핵,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요구하는 대담하고 근본적인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이미 한미 정상은 대북적대정책은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대북적대정책의 상징이다. 이제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훈련을 과감히 중단하고 남북, 북미간 대화와 협상의 장을 열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현명한 통찰과 과감한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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