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EU처럼 조세주권 확립해 구글, 애플 등 세금 환수해야

지난달 말 유럽연합(EU)이 구글사에 수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계기로 미국과 EU 사이에 ‘조세전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국제적 논쟁이 본격화된 것은 물론, 미국의 디지털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 국제조세체제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는 OECD가 2년여의 연구 끝에 지난해 BEPS 개혁안을 발표했으나 조세회피 단속 조항들을 문제 삼은 미국이 반발하고 나섰다. 주요국들은 이보다 진전된 조세개혁, 조세조약 등을 통해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에 대처하려 나서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미국계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문제는 국내도 예외가 아니어서 김성혁 금속노조 연구원장의 몇 차례 연재글을 통해 실태를 알아보고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 

▲사진 : 뉴시스

시가총액으로 글로벌 5대 기업은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인데 모두 미국계 ICT 기업들이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 검색, 광고 등을 연결시키는 소프트웨어로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익률을 올리는 미국계 ICT 기업들의 이면에는, 구조화된 조세회피 행위가 존재한다.

국제조세체제는 산업화시대에 확립되었는데 제조업과 상품 거래를 중심으로 하였다. 역사적으로 외국 상인들은 타국에 들어가 영업소를 설치하고 물건을 팔았다. 따라서 이런 영업소(고정시설)가 자연스럽게 과세 근거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다국적기업들은 타국에 들어가 영업소, 공장, 석유시추시설 등을 짓고 이를 기반으로 영업을 하였다. 따라서 국가간 조세조약에서 이런 외국기업의 고정시설(고정사업장)이 과세기준이 되었고, 고정시설이 없으면 과세할 수 없게 되었다. 보통 제조업의 생산과 거래행위에는 반드시 고정시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21세기 세계경제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선진국에서 서비스 산업이 총부가가치의 70% 이상을 창출하며, 종사인구도 8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미국은 1980년대 이후 독일과 일본에게 제조업에서 밀리면서 금융, 지적재산권, 사업서비스(법률, 광고, 회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갖추어 세계경제를 주도해 왔다. 현재 미국의 산업별 인구를 보면 농업 2%, 제조업 9.5%, 서비스업 82%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국제거래는 기존 제조업의 유형상품 중심에서 서비스업의 디지털상품, 금융상품, 무형상품(지적재산권 등)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재화·서비스는 인터넷으로 다운로드가 가능하고(게임, 원격진단, 애플리케이션 등), 금융은 전산망을 통해 유출입되며, 지적재산권은 물리적 형체가 없으므로 국제거래시 고정시설(공장, 영업소, 석유시추시설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추가하여 ICT 다국적기업들은 네덜란드,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조세특혜를 제공하는 나라에 법인을 설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영국, 프랑스, 아프리카 등에서 사업하였다. 따라서 ICT 기업들은 해당 나라에 고정시설(고정사업장)이 없고 아일랜드(조세피난처) 등을 거점으로 영업하므로 10년 이상을 사실상 세금을 내지 않았다.

국가들의 법인세가 보통 22~35%임을 감안할 때 글로벌 조세회피는 미국계 ICT 기업들에게 엄청난 경쟁력을 보장하였다. 반면 국가들은 세수부족으로 사회복지를 줄여야 했고, 이를 메우기 위해 봉급쟁이 등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즉 미국계 ICT 기업들의 급속한 성장은 글로벌 시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했다고 볼 수 있다. 조세회피 문제를 다룬 <보물섬>의 저자 니컬러스 색슨은 이를 대표적인 ‘세계화의 그늘’이라고 비판하였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안종석에 의하면, 구글은 2015년 총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하였는데 해당 수익의 2.4%만을 세금으로 지불하였다. 영국 정부는 2011년 구글의 자국 내 매출이 32억 파운드인데 납부세금은 600만 파운드에 불과하다고 했고, 프랑스 정부는 구글이 프랑스에서만 13억 달러의 세금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경우 아일랜드 자회사에 유보된 이익이 1,020억 달러인데 이 유보이익을 정상적으로 배당하여 미국으로 환수할 경우 그중 35%를 미국에 법인세로 납부해야 한다. 영국에서만 IBM은 2011년 7조 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납부한 세금은 고작 710억 원에 불과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1조 원의 수익에 대해 세금은 330억 원(2.8%)이었고, 페이스북은 370억 원의 수익에 대해 세금이 3억 원(0.9%)에 지나지 않았다. 스타벅스 영국법인은 1998~2012년 총 14년 동안 약 5조 원(30억 파운드) 이상의 매출을 올렸지만 법인세는 약 145억 원(860만 파운드)만 납부하였다. 이는 매출액의 0.28%에 불과했다.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레빈(Levin) 의원은 미국계 다국적기업들이 1.9조 달러(약 2,185조 원)의 소득을 해외 조세피난처에 축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OECD는 글로벌 차원에서 매년 잃어버린 법인세 세입이 전체 법인세의 4∼10%(1,000∼2,4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하며, 미국 재무부는 미국계 다국적기업들이 매년 약 800억 달러의 미국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두 가지 데이터를 종합하면 글로벌 조세회피에 있어 미국계 다국적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80%가 된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국제조세 전문가인 아비요나(Avi-Yonah) 미시간대 로스쿨 교수는 이들 대부분이 글로벌 ICT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침체에 빠져있는 유럽연합(EU)은 미국계 ICT 기업들의 유럽시장 독점에 문제점을 느끼고, 이들의 조세 회피에 대한 수년간의 조사연구를 통해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고 있다.

EU는 2013년 국가규정(state aid rule)을 재해석하여, 조세 차원에서 선택적인 차별이 존재하고 경쟁을 왜곡하는 경우 이를 불법으로 판정하여, 10년간의 미납세금과 이자를 추징할 수 있게 하였다. 이에 따라 EU는 2016년 8월 애플의 아일랜드 자회사에 16조 원(130억 유로)의 반납 명령을 내렸다. 2016년 영국은 구글에 체납세금으로 2,200억 원을 부과하였고, 프랑스는 구글에 과세조정액으로 약 2.2조 원을 부과하였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0년부터 7년간 구글이 쇼핑, 여행, 지역 등의 검색 결과를 보여줄 때 자신들의 부가서비스를 상위에 노출해 경쟁 환경을 방해했다고 판정하여 3조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미국계 다국적기업에 대한 EU의 대규모 과세에 애플, 구글 CEO, 그리고 미국 재무부는 폭스바겐 배상금과 과징금(약 24조 원)에 대한 보복이라면서 경제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국내에서도 애플과 구글은 거대한 소득을 올리면서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다. [그림1]과 [그림2]를 보면, ICT 외국기업들이 국내 앱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그림1] 국내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시장 점유율 추이(단위 %)

 

자료 :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2016) 재가공/ 2015, 2016년은 추정치

[그림2] 국내기업과 해외기업 앱 마켓 콘텐츠 매출 현황(억원)

자료 :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2016) 재가공

구글의 국내 매출이 급증한 이유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5000만 명 중 80% 이상이 구글의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2016년 말 기준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앱 수는 약 219만개다. 국내 이용자들이 구글플레이에서 국내 게임업체의 유료 앱을 구매할 때 거래 당사자는 구글코리아가 아닌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이다. 즉 국내 이용자가 1000원짜리 국내 게임 앱을 사면 700원은 국내 게임업체가 가져가고, 나머지 300원은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싱가포르 구글아시아퍼시픽에게 간다. 구글코리아에는 회계상 아무런 수익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납부할 세금도 없다. 대신 구글측은 법인세(17%)가 싼 싱가포르 정부에 세금을 낸다.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도 이와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구글은 주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컴퓨터(서버)를 해외에 둬 이런 세금회피를 돕고 있다. ICT 기업은 제조공장(고정사업장)이 없기 때문에 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의 위치를 고정사업장으로 인정하는 게 국제적인 관례이다. 따라서 국내 소비자가 국내 게임회사의 앱을 구입해도 외국업체의 플랫폼에서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 회사의 서버가 해외에 있어 현재의 국제조세체제에서는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어 과세할 수 없다.

또한 국내에 진출한 ICT 다국적기업들은 공시나 외부감사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등록하고 조세회피를 단속하기 어렵게 손익과 재무 상태를 숨긴다. 국세청은 이들의 매출액과 소득 등 정확한 수익구조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당시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애플코리아의 아이폰 매출은 1조8802억 원인데 법인세는 11억 원으로 유효세율이 0.0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애플코리아의 소득 대부분(83%)은 로열티로 아일랜드에 있는 AOI(애플 해외 지적재산권 독점자회사)로 빠져나갔다. 애플코리아의 판매실적이 좋더라도 막대한 로열티 지급으로 법인 소득이 최소화되어 국내에서 세금을 부과할 과세기반이 거의 없는 것이다.

무선인터넷산업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2015년 국내에 29만 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매출액은 119조 원이 넘는다. 미래산업에서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기업들은 자사의 매출을 모두 공개하고 수익에 대해 정상적인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으므로 세금을 내지 않는 애플, 구글에 비해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셈이며, 외국기업에게 정당한 세수를 걷지 못하여 국부가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유한회사로 등록된 외국인투자기업은 구글코리아, 애플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맥도날드, 루이비통코리아, 버거킹코리아 등 수십 개가 넘는데 대부분이 미국계이며 비슷한 조세회피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EU와 같이 조세주권을 확립하여 구글과 애플 등이 편법으로 국내에 내지 않았던 세금을 환수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편으로는 정부 재원을 확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서비스 기업들(ICT, 커피, 의료, 식품 등)이 차별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여 국내 산업을 보호, 육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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