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산맥처럼 모여 문학의 저항을 논하다

지난 21~22일 광주에서 열린 ‘광주오월문학축전’은 400여명의 한국작가회의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기억과 초혼, 문학의 저항’이라는 주제로 ‘오월문학의 현대적 흐름과 전망’ 심포지엄을 통해 각 장르별 오월광주를 담아낸 작품들과 그 의미를 짚어보았다.

5월 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한 축전개막식은 4.3에서 보도연맹, 5.18, 세월호까지 역사의 아픈 흔적들을 서사적으로 풀며 아프지만 혁명의 뿌리가 된 사건들을 되짚어보는 극으로 연출됐다. 문학적 성과들을 통해 5월 문학의 미래에 대해서 논의하고 제시해보는 자리와 문학적 서사의 기둥을 심포지엄과 개막식 공연으로 보여준 이번 오월문학축전은 망월동 구묘역에 잠든 김남주 시인을 만나고 그를 추모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했다.

김준태 광주오월문학축전 조직위원장의 말처럼 ‘작가들, 오월의 산맥처럼 모인’ 오월문학축전을 사진으로 본다. 

▲ ‘오월문학의 현대적 흐름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은 광주전남작가회의 부회장인 박관서 시인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성혁 문학평론가와 김형중 조선대교수, 박상률 시인 등의 발제로 시와 소설, 아동문학에서 그려진 오월광주의 작품들을 되짚어보았다. [사진 김이하]

 

▲ “광주항쟁에 대한 기억은 근본적인 데로 우리를 다시 이끌어서, 자칫 부패해버리곤 하는 삶을 젊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김준태 시인의 시를 통해 광주를 말한 이성혁 문학평론가는 희생자가 아닌 민중저항의 전통을 잇는다는 점을 광주항쟁을 담은 여러 시편들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했다. 광주를 재의미화하고 현재화하는 시도가 시에서 나타났다는 점을 들고 세월호 사건은 다시 5월시문학 정신을 계승하는 계기가 되어 죽임의 사회를 넘어 생명을 살리는 공동체 구축의 사회로 나가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김이하]

 

▲ 임철우작가의 ‘봄날’을 오월문학사의 분수령이라고 평가한 [사진 김이하]

 

 ▲ 동화의 특성상 ‘오월 광주’를 다루는데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만큼 전면적으로 다룬 작품은 많지 않다고 설명한 박상률 동화작가는 출판사에서는 5.18광주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꺼린다고 현실을 전했다. 그림책조차도 내주지 않는 등 자기검열이 심하다는 것. 이것은 판매와도 연결되는 것이기도 하고 책을 실질적으로 구매하는 학부모의 요구도 일부 있는 등 동화가 가진 특수성에 기인하지 않겠느냐며 어쩔 수 없는 현 상황을 전했다. [사진 김이하]

 

▲ 이날 심포지엄에는 이승철 시인, 김동윤 제주대 교수, 김진경 시인, 심영의 소설가가 토론자로 나서 오월문학의 흐름과 전망, 5.18항쟁과 문학에 대한 생각, 5월 문학의 미래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사진 김이하]

 

▲ 청소년축제 레드페스타가 열리는 거리에서 작가회의 전국 각 지회 회원들이 자신의 저서에 사인을 해주며 팬들과 직접 만나는 행사를 가졌다. [사진 김이하]

 

▲ 오월문학축전에 앞서 5.18문학상 시상식이 아시아문화전당 앞 민주광장에서 있었다.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김이하]

 

▲ 5.18문학상 본상은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의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선정됐다. 세월로 유가족의 인터뷰 모음집으로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독자에게 널리 알리고 소설과 시가 감당하지 못한 역할을 ‘르포’를 통해 훌륭하게 성취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시상식에선 인터뷰에 참여했던 세월호 유가족이 대표로 받았다. [사진 김이하]

 

▲시 부문 수상자인 고은희씨가 당선작인 ‘무 싹을 바라보는 견해들’을 낭송하고 있다. [사진 김이하]

 

잘라놓은 반 토막 무에서 싹이 돋아 나왔다.

할머니는 처녀 적 사립문 같다고 하고 아버지는 막 빠져나오는 송아지 같다고 하고 나는,

혁명 같다고 했다.

 

연속 재배하면 벌레 먹고 풀이 날개를 치면 한없이 나약해져버리는 무. 두더지가 지나간 자리를 싹둑 잘라 두었던 것인데, 잘린 쪽은 이미 구름으로 덥혀져 있다. 구름의 본성은 땅으로 스며들고 스며든 본성이 하늘을 닮아간다는 것, 부채 살 같이 퍼진 무의 속을 보면 알 수 있다.

 

무는 흰 구름과 파란 하늘이 함께 들어있는 채소라서 무를 여러 번 말하면 맵고 지린 맛이 난다.

구름에서 속 씨가 웅크리고 있다. 모든 싹은 처음에는 속잎이었다가 속잎이 겉잎이 되는 동안 사립문이 헐리고 철대문이 달리고

송아지는 개의 값을 뒤집어쓰고 음매음매 컹컹 짓는다. 그 사이,

 

혁명은 손가락질 받았다.

 

무청은 줄줄이 엮여 내걸리고 반 토막 무만 남아 필사적으로 싹을 틔우고 있다. 철 대문에서 싹이 자라고 싹이 노란 송아지가 컹컹 짓는다. 한 개의 무를 할머니는 구름 쪽을 먼저 썰고 나는 파란 하늘 쪽을 먼저 썰자고 한다.

 

매운 입술이 내미는 혁명의 싹,

반쪽 남은 무를 두고도 분분한 의견이 한 집에서 산다.

('무 싹을 바라보는 견해들’ 전문)

▲ 오월문학축전 축하노래를 부르는 ‘평화의 나무 합창단’ [사진 김이하]

 

▲ 대구 10월항쟁을 시극으로 꾸민 ‘시월의 진혼’ 공연 모습 [사진 김이하]

 

▲ 댄스씨어터 짓의 ‘세월호 학생들 종이비행기’ 공연 모습 [사진 김이하]

 

▲ 22일 작가회의 회원들이 김남주 시인이 잠든 망월동 구묘역을 찾아 분향하고 시낭송을 하며 추모의 정을 나눴다. [사진 김이하]

 

▲ 22일 작가회의 회원들이 김남주시인이 잠든 망월동 구묘역을 찾아 분향하고 시낭송을 하며 추모의 정을 나눴다. [사진 김이하]

* 사진을 제공해주신 김이하 시인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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