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한미관계 이대로 좋은가?(7)-숭미 사대주의

미국은 한국에 어떤 존재이길래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방문할까?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터뜨려 우리민족을 일제로부터 해방시켜 준 나라. 6.25전쟁에 참전해 이남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준 나라. 무상원조로 한국경제를 일으켜 준 나라. 군사작전권을 넘겨받아 우리의 안보를 지켜주는 나라’일까? 기획연재, ‘한미관계 이대로 좋은가?’에서는 미국 그 이면에 숨은 적폐를 역사적 사건들을 소재로 재조명 해본다. [편집자]

(1) 5.18광주 학살과 5.16쿠데타의 공통점 – 미국의 국내정치 개입
(2) 맥아더 포고령, ‘일장기 대신 성조기’ – 분단과 청산하지 못한 친일
(3) 정전협정문에 대통령 이승만은 왜 이름 빠졌나? – 군작전지휘권
(4) 사드, 문재인 대통령 뜻대로 안되는 이유? – 한미상호방위조약
(5) 미군, 아직 한반도에서 전쟁 중 – 한미합동군사훈련
(6) 두 여중생의 죽음, 15년이 지난 오늘 미군은? – 주한미군 범죄와 SOFA
(7) 미국이 좋은 걸까? 무서운 걸까? – 숭미 사대주의
(8) 미국, 경제 원조에서 FTA 재협상 압력까지 – 대미 종속 경제

“사드로 깨질 동맹이 무슨 동맹이냐”는 문정인 특보의 발언을 막말이란다.

1년 넘게 자국민들이 촛불로 사드를 반대해도 보도 한 번 않던 언론이 사드 배치가 연기돼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대서특필한다.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에 등장했던 성조기가 사드 배치 찬성 집회에도 나타나,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뜻에 따르라"고 고함질이다. 

미대사관 인간띠잇기를 두고 ‘한국대사관이 시위대에 포위되면 어떻겠나’라며 미국 언론인지 한국 언론인지 헷갈리는 사설을 써대고 있다. 

이처럼 미국보다 미국을 더 걱정해주는 정치인과 언론이 너무 많다. 

▲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에 등장한 성조기. [사진 뉴시스]

사람이 사대를 하면 머저리가 되고, 나라가 사대를 하면 식민지가 된다

국어사전에 사대주의는 ‘주체성이 없이, 세력이 강한 나라나 사람을 붙좇아 자기의 존립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미국을 숭상하고 미국 말을 잘 들어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병이 바로 숭미사대주의다.

우리는 주변에서 미국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품고 있거나, 자신이 미국의 홍보사절단이라도 되는 양 미국 사회를 과도하게 찬양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여기에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까지 겹치면 어떻게든 미국과 비교하며 한국을 까지 못해 안달하는가 하면, 자녀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해 원정출산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 하면 자유, 풍요, 힘센 나라 등의 단어를 떠올리는 것까지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미국에 쓴소리라도 하려 하면 마치 자기 나라인 듯 발끈하여 반박하는가 하면 심지어 미국사회에서 빈번한 총기난사 같은 문제에 대한 정당한 비판도 “님이 아직 미국에 대해 잘 모르시나본데”라며 전력으로 미국을 옹호하고 나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겨울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에 등장한 성조기는 미국병의 극치라 할만하다. 

이들이 성조기 집회를 연 게 지지하는 대통령의 탄핵을 막는 데까지 미국의 힘을 빌려보려는 뼛속 깊은 사대근성의 결과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리퍼트 미 대사 피습 사건 당시 개고기와 미역을 갖다 주며 부채춤에 굿판을 벌이는 석고대죄 행사를 하는가 하면, 버지니아 총기난사 범인이 한국계라는 이유로 미 대사관 앞에 무릎을 꿇고 한국인에 편견을 갖지 말아달라고 사과 집회와 자성의 금식 시위까지 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는다. 

최근 사드 찬성 집회에 성조기가 재등장하자 “미국이 그리 좋으면 사드 들고 미국 가서 살든가”라는 말이 나왔는데, 적절한 촌평으로 보인다. 

 

‘미니슈퍼’를 아시나요?

한때 가게 이름 뒤에 ‘미니슈퍼’라고 붙이곤 했다. 슈퍼마켓에서 마켓은 사라지고 규모가 작다는 것을 표현한다는 것이 그만 국적 없는 말 ‘미니슈퍼’라는 신조어로 탄생한 것이다. 지금도 가게 다녀온다는 걸, “요 앞 슈퍼에 다녀올게”라고 흔히 표현한다.

왜 이런 말이 생겨 났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실력 탓일까? 

한국의 영어 열풍은 ‘영어 잘하기 범국민운동’이라도 벌이는 기세다. 3~4세 아이들을 영어로만 말하게 하는 어린이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극성스런 부모가 아니라도 거의 본능적으로 자녀의 영어공부에 열을 올린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를 잘해야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대학에선 중국철학 마저 영어로 수업하고, 영어실력이 부족하면 승진은 꿈도 꿀 수 없는 세상이니 오죽하겠는가. 

영어 교육에 대한 과도한 집착, 이 또한 사대주의의 발로로 보인다. 

과거 이승만 대통령에게 올리는 중요한 결재서류는 영문으로 작성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영어를 미 본토 발음으로 구사하면 양아치도 학자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까지 생긴다.

일제 강점기에는 창시개명을 하고, 학교에서 조선말을 사용하다 들키면 몰매를 맞던 시절이 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영어를 강요하지 않아도 자진해서 우리말 보다 영어에 집착한다.

제 나라 제 민족의 힘을 믿어야 미국병을 고친다

영화 ‘암살’에서 염석진(이정재 분)은 “일본이 망할 줄 몰랐다”며 자신의 친일 행적을 변명했다.

이처럼 사대주의는 강자의 힘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공포감에 기인한다.

그러나 천하를 호령하던 청나라도 망했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도 쪼그라들었다. 승승장구하던 일본도 결국 폐망하고 말았다. 미국이라고 영원할 리 없다.

미국에 자주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가장 높던 시절은 2000년대 초반, 6.15공동선언으로 민족대단결의식이 고취된 시기다. 

특히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나라로 국민의 33%가 북한을 지목한 반면 39%가 미국이라고 답했다(2004년 1월12일자 조선일보).

제 나라 제 민족의 힘을 믿게 되면 미국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시민의 힘을 믿고,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민족의 염원을 받아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당당히 나서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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