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기잡기’와 안보적폐세력의 ‘발목잡기’에 경고 보내야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오는 28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를 공식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백악관에서 회담할 예정이다. 공식일정은 트럼프 대통령과 환영 만찬과 정상회담,공동기자회견 등으로 예정되어 있다. 

한미정상회담이 불과 열흘도 안 남았다. 문재인 정부는 외무부 장관도 임명한 마당에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뚜렷한 전략과 목표, 구체적인 방법론을 세우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때다. 

미국은 벌써 벼르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주 환경영향평가를 사드배치 지연으로 규정하고 화를 냈다, 미국 정가가 문정인 외교안보특보 발언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웜비어 사망사건으로 미국 내 대북강경론이 득세한다는 등 문재인 정부 ‘군기잡기’에 나선 듯하다. 또 숭어가 뛰면 뭐가 뛴다고 당파적 이익과 국익도 제대로 구별 못하는 일부 야당들은 때 맞춰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발언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빌미로 대치국면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미‧중‧일‧러 4개국에 특사를 파견할 때 새 정부가 "피플 파워(people power)"를 통해 출범한 정부임을 강조하고, 사드배치를 “전략적 환경영향평가” 조치에 근거하여 결정하겠다고 한 것은 기대를 모를 만한 대목이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방부의 사드 보고누락 진상조사와 관련해 "사드배치에 대한 기존 결정을 바꾸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 거나 최근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미국 발언을 놓고 "(문재인)정부의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거리두기를 한 것은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발언에 선을 그은 게 미국 눈치보기인지, 직접 만나서 담판을 짓기 위한 숨고르기인지도 불분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차한 해명이 아니라 대범하고 당당한 원칙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절충적, 점진적, 단계적 방식의 대북전략보다는 획기적인 대북대화 제안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한미동맹의 근본전환(비정상의 정상화)을 이루자는 안을 들고 미국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트럼프 대통령에게 끌려 다니지 않고 주동적으로 한미정상회담에 임할 수 있다. 

이처럼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맞춤형 국익외교’를 실현하려면 크게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복잡한 현안에 매몰되지 말고 시대의 큰 추세를 염두에 두고 정상회담에 임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전략적 대북 협상기조에 근거하여, 전술적 압박조치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월말 확정한 대북정책 4대 기조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모든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이다. 여기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조에 대해서는 통상 ‘비핵화’ 의미로만 해석되는데, ‘공식적 핵보유국’임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비공식적 핵보유국’ 문제는 협상의 여지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제임스 클래퍼(James R. Clapper) 당시 미 국가정보국장이 95년 전통의 미국 대외관계협의회(CFR)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나, 클린턴 행정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지난 13일 조지 워싱턴대학교 한국학연구소 행사 기조연설 발언 등을 종합해 보면 이미 미국 조야에서는 대북협상에서 핵동결을 현실적 목표로 삼아 북미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본질적으로 미국의 세계패권 붕괴와, 그에 따른 국제적인 탈미화 현상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이러한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미국에 대한 환상과 공포에 빠져 트럼프 행정부의 단기전술적 대북 압박정책을 무분별하게 추종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도 따지고 보면 비즈니스 협상에 익숙한 그가 막판 주고받기 직전까지 집중하는 단기협상전술의 외교적 표현에 불과하다. 지난 4월2일 중미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시리아, 대아프카니스탄 폭격과 대북 선제공격 협박에 놀라서 대북 제재공조에 합의하고 돌아온 것은 이런 트럼프의 협상전술에 말려든 대표적 사례이다. 시진핑 주석은 사드배치에 대한 원칙적 반대입장에 서서 훨씬 더 유리한 대미협상을 할 수 있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사안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협상의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고 하는데, 촛불혁명의 결과로 당선된 한국의 대통령을 가볍게 대한다면 한국에서 ‘반미 촛불’이 번질 수 있음도 경고해야 한다. 

이처럼 국민을 믿고 문재인 정부는 당당하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제재와 압박보다는 선제적이고 전향적인 대화만이 북미관계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로 하여금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지향점이자 목표라고 선언하도록 설득력 있게 끌어내야 한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민족의 통일은 원칙적으로 미국의 허락을 받아서 진행할 일은 아니다. 또한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력이 여전히 크고, 미국의 이러한 영향력에서 한국이 벗어나기 힘들다는 생각을 많은 국민이 갖고 있는 현실이다. 또 미국이 사사건건 남북관계의 개선을 방해하고, 남북관계를 진행하면서 일일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했던 게 엄연한 분단 70년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런 조건에서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과 협력 나아가 통일을 지지하고, 한미동맹도 여기에 복무하겠다고 선언한다면 국익을 넘어 세계 평화에 크게 이바지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관계가 대북 적대를 위한 동맹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동맹으로 전환해가는 데서 초석을 놓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특히 개성공단 재개 같은 문제를 국제 이슈화해 대북제재나 한미FTA와 연동시키는 그릇된 미국의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해야 한다. 미국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남북은 민족의 이익에 맞는 길을 가면 된다. 

셋째, 촛불의 힘을 믿고 촛불민심에 근거하여 안보적폐세력에게 휘둘리지 말고 당당한 한미외교를 펼쳐나가야 한다. 

벌써부터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발언을 놓고 한미동맹 마찰이니, 균열이니 하며 무슨 큰 난리나 난 것처럼 검은머리 미국인들이 소동을 벌이고 있다. 그들이 안보를 명분으로 사실상 미국의 이익을 대변해 온 것이 이 땅의 분단 역사이고, 그런 안보적폐 청산 과제가 눈 앞에 있지만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사드철수 운운하며, 우리 내부를 보혁갈등으로 몰아가려는 음흉한 기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어설픈 합의보다는 차라리 의견 차이를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 지금 다급한 것은 미국이고, 적폐세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초반 민심과 소통하는 진심어린 정치에 국민들은 감동하고 있다. 이 감동의 본질은 ‘강한 자에는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진심정치를 염원하는 생활의 진리와 맞닿아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피플 파워에 입각한 문재인 대통령의 강직한 지도력이 돋보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한 줌도 안 되는 안보적폐세력들을 청산하겠다는 촛불민심의 굳은 의지를 믿고 한미정상회담의 새 장을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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