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한미관계 이대로 좋은가?(5) - 한미합동군사훈련

미국은 한국에 어떤 존재이길래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방문할까?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터뜨려 우리민족을 일제로부터 해방시켜 준 나라. 6.25전쟁에 참전해 이남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준 나라. 무상원조로 한국경제를 일으켜 준 나라. 군사작전권을 넘겨받아 우리의 안보를 지켜주는 나라’일까? 기획연재, ‘한미관계 이대로 좋은가?’에서는 미국 그 이면에 숨은 적폐를 역사적 사건들을 소재로 재조명 해본다. [편집자]

(1) 5.18광주 학살과 5.16쿠데타의 공통점 – 미국의 국내정치 개입
(2) 맥아더 포고령, ‘일장기 대신 성조기’ – 분단과 청산하지 못한 친일
(3) 정전협정문에 대통령 이승만은 왜 이름 빠졌나? – 군작전지휘권
(4) 사드, 문재인 대통령 뜻대로 안되는 이유? – 한미상호방위조약
(5) 미군, 아직 한반도에서 전쟁 중 – 한미합동군사훈련
(6) 두 여중생의 죽음, 15년이 지난 오늘 미군은? – 주한미군 범죄와 SOFA
(7) 미국이 좋은 걸까? 무서운 걸까? – 숭미 사대주의
(8) 미국, 경제 원조에서 FTA 재협상 압력까지 – 대미 종속 경제

 

▲ 한미합동군사훈련 키 리졸브를 전개하고 있는 미군. [사진 뉴시스]

1953년 미국은 북한과 정전협정을 체결했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주한미군을 영구주둔 시키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은 1976년 팀 스피리트(Team Spirit)를 시작으로 94년 한미연합 전시증원연습(RSOI), 2009년부터 키 리졸브(Key Resolve)로 이름을 바꿔가며 2017년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습’이 아니라 ‘전쟁’으로 보는 이유는 한반도가 현재 전쟁이 잠시 중단된 상태, 즉 정전체제이기 때문이다. 

운전에 비유하면 P(ark) 주차된 게 아니라 N(eutral)에 잠시 멈춰 있는 상태다.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오면 언제든 D(rive) 주행으로 전환해 전쟁이 시작된다는 뜻. 때문에 정전협정 아래서 군사훈련은 그 자체가 전쟁 상태를 의미한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정전협정 위반

정전협정 제2조 13항은 “한국 국경 외부로부터 증원하는 군사인원과 작전비행기, 장갑차량, 무기 및 탄약을 들여오는 것을 중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훈련을 위해 미군을 대규모로 증원하고, 핵항공모함 등 전략무기를 배치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정전협정을 명백히 어긴 것이다. 

정전협정을 무시한 것은 다시 전쟁을 시작하자는 것임으로, 한미합동군사훈련 개시는 선전포고를 의미한다. 

지난 40년간 북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는 즉시 모든 일상을 접고 준전시상태로 들어가야 했던 이유다.

▲ 핵 항모 칼 빈슨 호. [사진 US NAVY]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계속되는 한 평화는 없다

평화란 최소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때, 한반도에는 지금 평화가 없다.

키 리졸브와 독수리 연습(Foal Eagle)이 동시에 전개되는 2~5월,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이 실시되는 8월은 말할 것도 없고, 작전계획 5027, OPLAN 5030을 비롯해 한미연합사가 수시로 전개하는 군사작전은 한반도를 끊임없이 긴장상태로 몰아넣는다. 

“나는 전쟁위협을 느끼지 않는데?”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평화가 없는 곳에서 너무 오래 살다보니 평화를 잊어버린 때문인지 모른다. 

반경 500km 안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전투기가 폭격을 하고, 핵항모가 진격하는 장면이 거의 매일 TV뉴스에서 방송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남북관계 파탄의 주범, 한미합동군사훈련

평화통일의 원칙을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이 76년 팀 스피리트 훈련의 개시로 파탄 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93년 팀스피리트 훈련의 중단으로 한껏 높아진 평화통일의 열기를 94년 시작된 한미연합 전시증원연습이 찬물을 끼얹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4선언은 이듬해 시작된 세계최대 규모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실시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북의 최고위급 3인방이 방문해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 이산가족 상봉 등 분단 70년 맞이 민족통일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된 것도 키 리졸브 때문이었다. 

이처럼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계속되는 한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설사 화해국면이 열려도 훈련이 전개되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 지난 1월 후보시절 평창 올림픽 경기장을 둘러 본 문재인 대통령. [사진 뉴시스]

평창 동계올림픽이 ‘키 리졸브’를 막을 수 있을까?

참여정부를 경험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핵심 요인’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 분단적폐를 청산하고 남북화해와 교류의 시대를 열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2018년 키 리졸브다. 훈련이 강행돼 다시금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공교롭게도 키 리졸브가 실시되는 2월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회가 되기를…” 민족의 염원을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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