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 한충목 공동대표 “사드 문제, 촛불과 국제연대 결합되면 성과 기대”

수십 년간 한반도 평화통일 실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온 이가 있다. 올해 공식 출범하는 코리아국제 평화포럼(KIPF: Korea International Peace Forum)의 한충목 공동대표. 물론 그는 KIPF 공동대표이기 이전에 한국진보연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에서 상임대표를 맡고 있고, 이외에도 관여하는 단체나 사업이 한둘이 아니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한 대표가 왜 국제연대단체를 만든 것일까? 오는 10일 열리는 서울 국제평화포럼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지난 1일 오후 서울 통일로 6.15 남측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 바쁘신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KIPF를 창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평화통일 운동 경험을 통해 강력한 국제연대 없이는 한반도 문제 해결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첫 계기는 지난 1996년 3.1절을 맞아 일본의 평화단체 인사들과 진행했던 공동 심포지엄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인사들과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통일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미국의 평화운동 단체들과 미군의 6.25전쟁 당시 양민학살 국제진상조사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국제연대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확신을 점점 강하게 갖게 됐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한반도 평화실현을 논의하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2013년 7월27일 정전협정 60주년 국제포럼에 모인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등지의 활동가들이 국제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8.15기념 국제토론회에서 단체의 명칭과 운영방안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이뤄지고 올해 드디어 KIPF라는 이름으로 정식 출범하게 됐습니다. 단체명과 똑같은 이름의 행사를 매년 진행하게 될 텐데 올해는 6월10일 서울에서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 KIPF에 참여하는 국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빈곤의 세계화>의 저자 미셸 초서도브스키 교수처럼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인물들도 있지만, 일반인들 입장에선 생소할 수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분들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 부탁합니다. 

“초서도브스키 교수 외에도 미국의 법무부 장관을 지낸 램지 클락, 미국의 평화운동단체 A.N.S.W.E.R.의 대표인 브라이언 베커, 중국의 시옹레이 교수와 리시광 교수, 후지모토 야스나리 일본 평화포럼 대표, 와타나베 겐쥬 일-한 민중연대 전국네트워크 대표, 야마모토 가즈히데 일-한 평화연대 대표 등 여러 나라의 학자와 평화운동단체 대표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에겐 생소할 수 있어도 각국에서 가장 중요한 평화운동단체의 활동가들이거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석학들입니다. 국내에서도 반전평화국민행동과 서울평화회의 등 평화운동단체는 물론 여러 시민단체와 노동, 농민, 여성단체 그리고 조헌정 목사님 같은 종교인들도 폭넓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 이처럼 규모 있는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수월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특히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사실 진보 활동가들이 이런 국제연대운동에 익숙하지 않고 전문성도 부족했습니다. 외국어가 되는 사람이 없다보니 국제 인사들과 접촉하려면 현지 동포들을 거쳐서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는데, 이런 동포들 중에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분들이 많다보니 관계를 맺다보면 우리까지 공안기관의 표적이 된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해 국제연대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내부에서도 역량과 노하우가 쌓이고 또 외부에서도 우리 활동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려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일상적으로 국제 인사들과 의사소통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 올해는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평화포럼 이후에도 일본과 중국에서 연쇄적으로 행사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일 서울 국제평화포럼 직후 11일 도쿄 국제평화포럼이 열리게 됩니다. 북경에서도 7월 말에 국제평화포럼이 열립니다. 도쿄에서는 일본 평화헌법 개정 반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 같고 북경 포럼에서는 한반도 사드배치, 일본 군사대국화, 한반도 비핵화 등에 대해 폭넓게 다루게 될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올해 6월10일부터 8월15일까지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국제선언운동을 진행할 겁니다. 8월15일 서울에서 'One Korea Peace Day' 선포식이 열리는데 이 때 두 달 동안 진행한 국제선언운동의 결과를 발표하고, 남과 북을 포함해 한반도 주변국 의회와 UN본부에 세계 각지에서 취합한 선언문을 전달할 겁니다.”

- 국제평화포럼 외에 남북 전민족대회 성사를 위해서도 애쓰고 계신데요? 

“전민족대회 성사를 위해서는 먼저 민간 차원에서 주최되는 6.15와 8.15 민족공동행사를 잘 치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탄력을 받으면 정부와 정치권, 민간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전민족대회까지 연결되는데 10.4남북공동선언 날짜에 맞춰 성사되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 10년 가까이 남북교류가 철저히 차단됐으니까 규모를 작게 하더라도 한번이라도 남북 공동행사가 실현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꼬를 튼다는 차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큽니다.”

- 정권교체 이후 정부의 태도에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요. 

“어제(5월31일) 통일부가 6.15남측위에 9년 만에 북측과의 팩스 교환을 승인했습니다. 6.15, 8.15남북공동행사를 치르려면 의사소통이 필수인데 이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마련된 겁니다. 6.15남측위는 통일부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북측에 개성 또는 평양에서 열릴 6.15민족공동행사에 100명 정도의 대표단을 보내겠다는 팩스를 보냈습니다. 북에서 이에 대한 답신으로 6.15행사 공식 초청장을 보내게 될 텐데 통일부가 방북을 승인할지 문제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 국내와 국제정세가 동시에 요동치고 있습니다. 향후 국내외 정세의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고 계시는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진보세력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먼저 국내 정치를 보면 민중의 촛불항쟁을 통해 수구세력의 정치적 기반이 급속히 와해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국제적으로도 분단, 정전체제가 허물어지는 전환기적 정세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국내 적폐세력을 향해 들었던 촛불의 열망이 분단체제 해체까지 연결된다면, 이것은 한반도의 통일과 항구적 평화실현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강력한 국제연대의 힘까지 보태진다면 평화협정 체결도 꿈이 아닐 것입니다. 당면한 최대의 이슈인 사드배치 반대 문제도 촛불의 힘과 국제연대가 적절히 결합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평화통일 활동가로서 청년학생들에게 해 주고픈 말씀이 있다면? 

“촛불항쟁 과정을 지켜보면서 요즘 청년학생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 세대보다 더 잘 훈련돼 있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딸이 둘인데 딸들과 대화를 해 봐도 평화통일에 대한 관점이 훨씬 적극적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우리 세대가 청년학생들에게 무슨 조언을 해준다기 보다는 오히려 변화해 가는 세상에 우리가 발맞춰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더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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