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한미관계 이대로 좋은가?(4) - 한미상호방위조약

미국은 한국에 어떤 존재이길래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방문할까?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터뜨려 우리민족을 일제로부터 해방시켜 준 나라. 6.25전쟁에 참전해 이남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준 나라. 무상원조로 한국경제를 일으켜 준 나라. 군사작전권을 넘겨받아 우리의 안보를 지켜주는 나라’일까? 기획연재, ‘한미관계 이대로 좋은가?’에서는 미국 그 이면에 숨은 적폐를 역사적 사건들을 소재로 재조명 해본다. [편집자]

(1) 5.18광주 학살과 5.16쿠데타의 공통점 – 미국의 국내정치 개입
(2) 맥아더 포고령, ‘일장기 대신 성조기’ – 분단과 청산하지 못한 친일
(3) 정전협정문에 대통령 이승만은 왜 이름 빠졌나? – 군작전지휘권
(4) 사드, 문재인 대통령 뜻대로 안되는 이유? – 한미상호방위조약
(5) 미군, 아직 한반도에서 전쟁 중 – 한미합동군사훈련
(6) 두 여중생의 죽음, 15년이 지난 오늘 미군은? – 주한미군 범죄와 SOFA
(7) 미국이 좋은 걸까? 무서운 걸까? – 숭미 사대주의
(8) 미국, 경제 원조에서 FTA 재협상 압력까지 – 대미 종속 경제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 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사진 뉴시스]

사드 발사대 추가반입 보고누락 “매우 충격적”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된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지난달 25일 국정기획위 업무보고 자료에 ‘추가반입’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이 과정의 실수인지 아니면 국방부 수뇌부가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인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자 미 국방부까지 나서서 “사드 배치 절차는 완전히 투명했다”는 대변인 논평을 내어 진화에 나섰다.

‘보고 누락’과 ‘투명한 절차’ 어느쪽 말이 맞을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이와 관련해 꽤 솔직하게 입장을 털어 놓았다. 

▲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사진 뉴시스]

사드 반입사실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항 아니다?

한 장관은 지난 3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미국 측이 진행하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일에 대해서 먼저 말씀 드릴 수 없는 일”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 답변이 실언이 아니라면 사드 배치 문제는 한·미간 협의 사항이 아니라 주한미군이 알아서 할 일방적 조치이므로 국회나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누락이라는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대수로운 일이 아닌냥 하는 데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이 그 뒤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 1953년 8월8일 이승만 대통령이 덜레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가조인한 뒤 환담하고 있다.[사진 대통령 기록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SOFA는 ‘불평등 노예조약’

1953년 휴전상태를 3개월 내에 평화체제로 전환하자고 명시한 정전협정문에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10월1일, 미국은 한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중 사드 배치와 관련이 있는 조항은 제4조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국의 육·해·공 군사력을 대한민국 영토와 그 부근에 배치할 권리가 미군에게 있다. 대한민국은 이를 용인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이다. (영문 : 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 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

제4조의 영문 표기를 보면 한국이 용인(grant)하고 미국은 이 권리를 수용(accept)하도록 되어 있다. ‘grant와 accept’라는 외교 단어는 대가없이 받거나 주는 것을 나타내며, 한국의 군사주권에 대해 미국이 사전에 협의하거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전혀 없음을 의미한다. 

이런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이 조항 맨 앞에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라고 돼 있지 않은가? 그렇다. 언뜻 보기엔 한미 두 나라가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협의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는 이 조항의 이행을 규정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가리킨다.

SOFA 공식 명칭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 내에서의 미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및 동 부속문서’다. 

SOFA는 주한미군의 군사적 권리가 한국에서 잘 집행되도록 한국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적 편의를 제공하게 돼있다. 

한미 정부 당국자들이 항상 강조하는 ‘한미동맹’ 준수가 바로 이 조약의 준수를 의미한다.

사드와 관련해 헌법에 따른 국회 비준, 환경영향 평가 등 여러 법규가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핵심적이고 강력한 법규는 바로 이 조약이다.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과 함께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누리는 특권의 근거가 바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SOFA이다. 

▲ 칼빈슨 핵항공모함 [사진 US NAVY]

주한미군, 전략무기 배치 때마다 한국과 협의 안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은 1958년부터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했다. 그러나 이를 한국정부와 협의하지 않았다. 

최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가 배치될 때도, 핵항모 칼빈슨이 동해로 진격해 올 때도 한국 정부의 동의나 협의철차는 없었다. 

지난 40년간 한미합동군사훈련 때마다 들여온 미군의 전쟁 무기는 전략적 가치 면에서 사드에 못지않다. 그러나 단 한번도 “배치해도 되는지” 물어오지 않았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물어 오지 않은 것이 아니고, 물어 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SOFA가 있기 때문에.

사드 논란, SOFA 개폐에서 해법 찾아야

문재인 대통령은 보고누락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 공언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예컨대 대한민국 국방부의 수뇌부가 주한미군의 사드배치 관련 첩보를 입수했다면, 지체 없이 대통령에게 보고함이 마땅하다. 

만약 김관진, 한민구 등이 알고도 보고하지 않았다면 한국정부 소속이 아닌 미국정부 소속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사드로 불거진 한미관계의 불평등 적폐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가 일으킨 비판 여론을 등에 업고, 한미상호방위조약과 SOFA를 손보는 근본해법에 접근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