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도입 전 과정 철저한 조사로 국민적 의혹 풀어야
국방부의 사드 4기 추가반입 은폐가 사실로 확인되었다. 지난달 25일 국정자문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 누락된 것을 민정수석실이 국방부 관계자를 따로 불러 하나하나 확인한 끝에 비로소 실토한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한민구 국방장관이 정의용 안보실장의 사드 추가 반입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런 게 있습니까”라고 거짓 답변한 것은 이 사안이 단순한 실무 차원의 실수, 누락이 아니라 국방부 최고위층에서 고의적으로 감추려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미국과 이미 합의 결정한 사항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도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보는 국기문란 행위이자, 사드의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본 방향에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다. 국방적폐의 단적인 모습이다.
사드 배치에 관한 국방부의 지금까지 태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을 기망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미국과 어떠한 협의도 없다’하더니 갑자기 사드 배치를 발표하고, 연이어 지역에 대한 어떠한 협의나 확인과정도 없이 성주로 발표하여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또 대선 전에는 물리적으로 배치가 어렵다고 하더니 기습적으로 사드 2기를 배치하여 또 한 번 국민을 분노케 하였다. 그리고 언제 들여왔는지도 모르게 4기를 몰래 반입하고 새 정부에 보고조차 안한 것이다. 국방부는 누구를 위한 국방부이고, 왜 이렇게까지 국민을 속이고 거짓으로 일관하는가.
국방부의 이런 태도에 미국 국방부는 어이없게 “배치 과정 내내 한 모든 조치가 매우 투명했다”고 맞장구를 쳐주며 자신들의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투명하게 진행했다는 것인가. 미국 국방부는 단 한 가지라도 사례를 들어보라. 미국이 지난 30일 긴급히 이런 입장을 발표하자 때를 만난 듯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수구보수정당들과 조선, 동아 등 수구보수언론들이 이미 언론에 공개된 사드 추가 반입을 문재인 정부가 괜히 트집 잡아 인사청문회를 유리하게 만들려 한다는 등 해괴한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또 바른정당의 하태경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와 ‘반입’의 차이를 모르는 ‘봉숭아학당’이라고 조롱까지 하고 있다.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다. 이들은 문제의 본질을 국방부처럼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인사청문회용이라는 엉뚱한 프레임으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개혁적이라는 국민의당까지 가세해 문재인 정부가 이미 공개된 사드 추가 반입도 알지 못한 아마추어로 호들갑을 떤다는 식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관련된 일이라면 보수건 개혁이건 쌍수를 들고 앞장 서 막으려 한다.
이 문제의 본질은 ▲고의적 보고 누락에 의한 국기 문란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 ▲미국과의 합의 결정은 손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언론에 사드 추가반입이 보도되었는지 여부가 핵심이 아니라 국방부라는 국가기관이 새로운 행정수반에게 왜 배치된 2기는 보고하고, 반입된 4기는 보고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언론 보도도 추정보도였지 국방부나 주한미군이 확인해준 것이 아니다. 사드 6기가 한 세트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추가 4기를 누가 언제 반입하기로 결정하고 집행하였는가 하는 문제이다. 여기에는 미국과 합의 결정한 것은 숨겨도 된다는 일종의 ‘신성불가침’ 의식과 관행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런 관행의 장막 뒤에 송영길 의원의 지적대로 사드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과 김관진 전 안보실장의 “특별한 이해관계 의혹” 또한 제기되는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추가반입 은폐 문제만이 아니라 사드 결정과 배치 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한다. 추가반입 은폐 문제는 그 자체로 독립적 사안이 아니라 기왕의 사드 배치 결정에서부터 반입과 배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제기된 문제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적 반대와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심지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한미합동위원회에서 체결한 토지관리계획협정(LPP)을 위반하여 사드 배치를 기습 강행한 데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 직후 사드 배치 일정이 갑자기 빨라지고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 두 차례나 미국을 방문해 사드 배치 문제를 집중 협의한 점과 당시 결정권자인 황교안 권한대행이 얼마나 관여했는지도 반드시 진상조사가 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 제일의 사명은 적폐청산과 개혁이다. 그 가운데 으뜸은 국방부다. 숱한 방산비리, 끊이지 않는 군대 내 성폭력, 자살, 구타, 그리고 여전히 강고한 일제 잔재와 미국 추종형의 군사 구조와 문화는 이제 새롭게 국민중심, 국민우선의 국방부로 바뀌어야 한다. 그럴 때가 되었다. 사드 반입 은폐에 대한 조사는 국방개혁의 출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