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캐디,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등 근로자로 보지 않을 이유 없어" 관련법 제·개정 주문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관련법 제·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부 장관에게 특수근로자를 위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거나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상 근로자에 특수형태근로종사가가 포함되도록 관련 조항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정세균 국회의장에게도 조속한 입법 노력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인권위는 “1990년대 이후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택배 기사 등 일부 서비스업무 직종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특수근로자는 형식상 개인사업자이긴 하지만 타인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얻은 수입으로 생활하며 노무제공 상대방인 사업주에 대해 계약상 불리한 지위에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형식상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노동관계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못해 사업주의 일방적인 계약 변경 및 해지, 보수 미지급, 계약에 없는 노무제공 강요 등 불이익한 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산재보험도 적용받지 못했다”고 이번 권고의 취지를 설명했다.
많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려 했지만 현행법에 근거가 없어 노조를 인정받기 위해선 매번 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권위는 “2015년 자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특수근로자와 근로계약 근로자의 사업주에 대한 종속성 정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세계인권선언’ 및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익 보호를 위해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에 특수근로자의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보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특수근로자는 약 2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2000년 전국보험모집인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했지만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하고 노동부도 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2008년엔 건설업과 레미콘업자들이 건설기계 운송차주들이 전국건설노조에 가입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자 노동부는 이들의 노조가입을 허용한 규약을 시정할 것을 명령해 건설노조가 국제노동기구에 제소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노동부가 학습지교사들의 노조설립을 인정했지만 학습지업체들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노조 탈퇴 강요 등 노조탄압을 행해왔다.
인권위의 이런 권고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노동자로서 무권리상태인 250만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보장을 입법을 통해 공고하게 보장하라는 권고"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제 국회와 정부가 답해야 한다. 인권의 관점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타협이나 양보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즉각 이행돼야 한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노조법 2조 개정안'과 '노조법개정안'을 6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