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교묘한 ‘주어 생략’ 제목 달기로 문 정부와 진보세력 분열‧갈등 조장

▲조선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전교조가 14년 전에도 문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26일자 오전 조선일보 인터넷 홈페이지 머리기사 제목 얘기다. 전날 법외노조 철회를 위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팩스 투쟁’을 문제 삼았던 조선일보가 이번엔 14년 전 일을 끄집어내 문재인 정부와 전교조 사이에 ‘쐐기’를 박으러 나섰다.

조선일보 기사의 요지는 이렇다.

지난 2003년 3월 참여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NEIS)’ 파동이 터졌는데, 이를 반대한 전교조가 당시 중재에 나섰던 문재인 민정수석이 발목을 잡아 사태 수습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기사 제목도 그래서 <‘팩스 투쟁’ 전교조, 14년 前에도 文 발목 잡았다는데>였다. 부제목은 더 구체적이다. <당시 文수석, 수습에 실패/ 자서전서 “발목잡혀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이들 기사 제목만 볼 경우 14년 전 전교조의 ‘나이스 반대 투쟁’ 때문에 사태 수습에 실패한 문 대통령이 “발목 잡혀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고 전교조를 탓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부제목에서 문 대통령 발언으로 인용한 “발목 잡혀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는 대목은 문 대통령이 지난 2011년 펴낸 책 <운명>에서 인용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기사 내용과 문 대통령의 책 <운명>의 해당 구절을 찬찬히 읽다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기사 제목과 부제목에 모두 등장하는 ‘발목’의 주인은 문 대통령이 아니었다. 기사 본문 말미에서 인용한 <운명>의 내용을 봐도 그렇다. ‘문 대통령도 2011년 낸 책 <운명>에서 이 파동을 거론하며 “참여정부 초기 그 중요한 시기에 교육부나 전교조는 그 문제에 발목이 잡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후략).’ 발목의 주인은 교육부와 전교조인 것이다.

그런데도 교묘한 ‘주어 생략’으로 마치 문 대통령이 전교조를 탓한 것처럼 제목들을 달아 보도한 것이다. ‘제목 장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제목에서 <당시 文 수석, 수습에 실패>라고 단정했지만, 기사 본문 내용은 이렇다. ‘교육계에선 지금까지도 “나이스 사태 수습은 문 대통령의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실패 경험'”이라고 꼽고 있다.’ 교육계에서 나오는 ‘실패’라는 일부의 평가를 마치 사실인양 단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평가는 문 대통령 판단과는 180도 상반된 것이었다. 책 <운명>에서 문 대통령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그 문제는 해결했다”고 밝혔다. ‘해결’했다는데 ‘실패’라니 거두절미식 인용으로 평가절하한 것이다. ‘실패’를 부각하고 싶었다면 ‘당시 교육계, “문 수석, 수습에 실패”’라고 제목을 달아야 보도의 기본원칙에 맞다.

조선일보가 이처럼 ‘주어 생략’ 필법으로 ‘제목 장난’을 친 의도는 다른 데 있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와 진보‧개혁적 시민사회세력 사이에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다. 분열시켜야 갈등이 일어나고, 결국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의 동력은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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