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대한민국 부끄러운 민낯… 성 정체성 차별하는 군형법 92조6항 폐지돼야”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4월17일 이한열기념관에서 열린 동성애자 군인 색출 및 처벌 사건 관련 2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함정수사 논란 끝에 군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성애자 육군 대위에게 징역형이 선고돼 관련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군인권센터는 24일 오전 10시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가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A대위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군사법원이 동성애자 색출과 불법 수사에 날개를 달아줬다"며 "동성이란 이유로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범죄의 낙인을 찍은 것은 10년 넘게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을 역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로젠 라이프 국제앰네스티 아시아 조사국장도 "이처럼 부당한 판결은 즉시 뒤집혀야 한다. 누구도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행위 또는 성 정체성만을 이유로 박해받아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군대를 포함해 성적 지향 또는 성 정체성에 기반한 차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A대위는 동성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혐의로 체포돼 지난달 17일 구속됐다. 현행 군형법 제92조6항은 '항문성교나 그밖의 추행을 한' 군인에 대해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A대위처럼 근무외 시간에 영외에서 쌍방 합의 아래 성관계를 가진 것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어 성소수자단체 등이 폐지를 주장해 왔다.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13일과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한열기념관에서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이 직접 동성애자 군인의 색출과 처벌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군인권센터는 또 육군이 '게이 데이팅 앱'을 이용해 함정수사를 벌였으며 수사 대상자들을 협박·회유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육군은 올해 초부터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하는 수사를 개시해 30여 명을 군형법 92조의6 위반으로 입건했고 군 검찰은 A대위에게 법으로 정해진 최고형인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육군은 "SNS상에 현역 군인이 동성 군인과 성관계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것을 인지, 사실관계를 확인해 관련자들을 식별 후 관련 법령에 의거 조사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A대위는 동영상 배포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날 징역형을 선고받은 A대위는 충격을 받고 쓰러져 머리에 부상을 입은 채 병원에 후송됐다. 전역을 앞두고 재판을 받은 A대위는 항소할 경우 군인 신분이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항소를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 A대위 말고도 여러 군인들이 재판을 받게 될 것이므로 법률지원금을 이용해 이들의 재판과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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