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협력이 4대강국 외교에서 한국 지위와 역할 높이는 길

▲사진 : 미국 백악관, 주한미국대사관

문재인 정부의 첫 미중일 특사 외교 행보가 마무리 됐다. 정부는 특사 외교가 순항하여 이후 정상회담의 토대가 되었다고 자찬하고는 이들 나라와 얽힌 북핵, 사드, 위안부 합의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 처리에 대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세 나라 모두가 특사단에 보여준 심각한 외교적 결례와, 또 이를 별 이의 없이 수용한 특사단의 굴욕적 외교행태는 과연 주권국으로서 대등한 외교를 펼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당면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어떻게 가닥을 잡았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중국은 이해찬 특사 방문 이후에도 환구시보를 통해 “한국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 “사드 용인 기대 말라”고 경고했다. 사드 배치는 절대 안 된다는 취지이겠지만 고압적이다. 일본 역시 문희상 특사 방문 이후에도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이라고 재차 주장하고 있다. 특히 문희상 특사 본인도 촛불국민의 분명한 요구인 ‘위안부 합의 파기’를 명확히 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으로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밝혀 일본의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촛불정부’이어야 할 문재인 정부의 기본적인 외교방향이 아니다. 또 미국을 방문한 홍석현 특사는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자찬하였지만 도대체 무엇이 기대이상이란 것인지 알 수 없다. 확인할 수 있는 건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하여 “한미 간의 문제인데 중국을 설득하면서 체면도 살려야”한다고, 오히려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태도마저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또한 촛불국민의 뜻이 아니다. 이러한 특사 외교의 결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들 나라가 하나같이 특사단을 과거 속국 내지 조공국의 사절 대하듯이 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단 일행을 자신의 보좌진과 나란히 앉혀 대화하고 심지어 자신은 앉고 특사 일행은 세워서 사진을 찍어 한미간 종속적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중국은 명색이 사회주의 국가로서 주권존중과 호혜평등을 내세움에도 시진핑 주석 자신은 상석에 앉고 특사 일행은 홍콩 행정장관 자리에 앉혀 대국주의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전례 없는 결례다. 일본 총리 아베 역시 상석에 앉아 특사를 맞는 무례를 보여주었다. 비판받아 마땅한 태도들이다.

그런데 특사단은 그 자리에 고분고분 앉고 언론의 지적에 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으로 굴욕적이다. 특사는 대통령 대리다. 마땅히 상대국은 대통령에 준하는 예우를 해야 하고 특사 역시 그런 위엄을 갖춰야 한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단순히 민주당 정부가 아니라 촛불국민에 의해 선출된 촛불정부다. 그 지위와 사명감을 안다면 특사단은 그렇게 응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상대국의 무례한 행동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항의라도 해야 마땅한 것이다. 더 이상 약소국 외교란 변명으로 합리화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은 대국과 만나도 당당한 정부를 원한다. 그것이 촛불의 바람이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길이다.

주변국들이 우리를 이처럼 만만히 보는 것은 그간 정부의 주된 외교방식이 철저히 한미동맹에 의존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북핵 문제, 한반도 평화문제를 우리의 독자적 대응이 아니라 미국의 외교, 군사적 힘에 의존하여 대처해 중국은 우리를 얕잡아 보게 되고, 일본과도 과거 청산을 못하게 된 것이다. 죄 많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에 대해 이처럼 오만하게 나오는 것도 정부 스스로 자주적이지 못하고 외세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국민적 지지가 그 어느 정권보다 높은 만큼 이런 식의 굴욕적 특사외교를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속히 군통수권을 환수하고,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로서 북미간 대결 종식을 위한 중재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남북 화해협력의 길을 열어야 한다. 최근 5.24조치 해제 움직임이 나오고, 러시아 가스관, 철도망 한반도 연결 구상이 다시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남북 화해협력이야말로 주변 4대 강국과의 외교에서 당당히 한국의 지위와 역할을 높이는 길이다. 

한반도 정세가 최종국면으로 가고 있다. 최근 북한이 시험 발사한 ‘화성12형’과 ‘북극성 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은 실제 괌은 물론 알래스카와 하와이도 타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하와이에는 주한미군을 관할하는 미태평양사령부가 있다. 또한 이것은 미국이 사실상 금지선(Red Line)으로 설정한 북한의 ICBM 시험발사가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실망과 충격”에 빠진 것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미국은 이제 북한이 시험발사 중단만 해도 대화하겠다고 나오고 있으나 정작 북한이 중단하면 미국은 그에 상응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 부분을 중재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사드배치를 철회하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이 길이 미국의 체면도 살려주고,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일본의 오만함을 꺾는 길이다. 그리고 주권을 강화하는 길이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