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위한 아시아연대회의 개최

“박정희 대통령은 징용에 끌려가서 피맺힌 죽음의 돈을 받아다가 새마을사업 한다고 철강손가 뭔가 하고 길도 하고 해서 다 짓더니 딸내미는 우리들 일을 해결을 해줘라 했더니 그 돈을 받아서 재단을 만든다고, 우리가 재단이 뭐가 필요한가. 우리는 필요 없어요. 일본 정부가 항복(잘못을 인정)하기 전에는 목숨 바쳐 살아있는 사람들이 끝끝내 싸울 겁니다. 하루 빨리 아베가 잘못했다고 항복하도록 협조해주세요.”

19일 조계사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피해자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복동 할머니는 피해자들과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아베 정부와 굴욕적인 밀실합의를 한 박근혜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진실, 정의, 배상, 재발방지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20일까지 열리는 아시아연대회의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대만,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일본, 네덜란드의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활동가들이 참여해 각국의 활동 상황을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각국 보고에 앞서 한국의 길원옥, 김복동, 이용수 할머니와 필리핀의 에스테라타 바스바뇨 디 할머니 그리고 이번에 한국에 처음 온 동티모르의 이네스 마젤란 곤살베스 할머니가 증언에 나섰다.

에스테리타 바스바뇨 디 할머니는 13살에 마을시장에서 잡힌 이후 끔찍한 위안부 생활을 해야 했다며 지금도 그 당시 일을 떠올리면 견딜 수가 없다고 울먹이면서 두 번 다시 젊은 세대들에게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쟁만큼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동티모르에서 온 미네스 마젤란 곤살베스 할머니는 가슴이 부풀지도 않은 어린 나이에 많게는 8명의 일본군을 상대해야 했고 아이까지 출산했는데 그 아이를 퇴각하면서 빼앗아가서 생사를 모른다며 때때로 전통춤까지 강요할 때는 미쳐가고 있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증언했다.

대구에서 올라온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25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외치는 것이 있다. 공식적인 사좌와 법적인 배상이다. (우리는)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런데 한마디 말도 없이 자기네들끼리 협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거짓말이고 아무것도 아니다. 역대 대통령이 아무것도 안했다고 했는데 맞다. (하지만)입을 안 뗀 대통령이 오히려 존경스럽다. 박근혜 정부는 입을 뗐는데 (피해자를)무시하고 두 번 죽이는 협상이라는 걸 내놨다. 세계 피해자들이 다 분함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에 있는 사람들 믿지 않겠다며 현 정부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또 “여성인권운동가로서 세계의 평화를 위해 성폭력이 없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끝까지 살아서 하늘나라 가신 할머니들 대신해서 싸우겠다”면서 지금 89살인데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라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노익장을 과시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기조발제에 나선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12.28 한일 정부가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당사자들인 피해자들의 요구는 반영하지 않고, 피해자가 수용할 수 없는 방식과 내용으로 협의해버렸다“며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라는 인권원칙이 무시됐고,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 법적 책임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며 설립할 재단에 대해서도 피해국인 한국 정부에 떠넘겼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발표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꼼수를 지적하고 상징물인 ‘소녀상’ 철거를 통해 역사를 지우려는 의도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와 뜻을 묵살하고 굴욕적인 협의한 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언론을 통해 자화자찬하는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을 설득하고 회유하는 등 재단설립을 강행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윤 대표는 12.28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사죄, 배상, 정의실현, 재발방지를 위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 될 수 없음을 선언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연대를 확산시켜서 위안부 문제의 진상규명과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추궁해 나갈 것이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같은 전시 성폭력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후세에 대한 교육과 연대 등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각국 보고에는 대만 부녀구원기금회의 캉슈화씨, 중국위안부연구센터의 쓔즈랑 상하이 사범대 교수, 필리핀 릴라 필리피나의 리칠다 엑스트리마두라씨, 동티모르 인권협회의 마리나 갈루쵸씨, 인도네시아 일본군 위안부 연구자인 에카 힌드라티씨,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 전국행동 공동대표인 양징자씨, 네덜란드 일본의 도의적 책임을 묻는 재단의 브리지트 반 할더씨, 홍콩 역사감시단의 메이 리씨가 자국의 위안부 문제 상황과 추진 사업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들은 12.28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위안부 문제는 아시아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시 상황에 놓인 전 세계 여성의 문제라며 차세대들을 위해서라도 연대해서 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시아연대회의는 이날 보고되고 토론을 통해 도출된 내용을 모아 20일 행동계획 제언과 종합토론을 거쳐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했다.

한편 아시아연대회의는 첫날인 18일 성폭력 피해자 구제에 힘쓴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한 상인 ‘나비평화상’ 시상식을 가졌다. 김복동 할머니가 기부한 5천만 원으로 만든 ‘나비평화상’ 첫 수상자로는 주한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인권보호에 앞장선 두레방, 새움터, 햇살사회복지회 세 단체가 함께 선정됐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기지촌 성매매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산하고 피해여성의 인권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은 이 단체들은 김복동할머니로부터 직접 상패와 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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