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경제미디어 비평/5.15~19]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에 요구사항 쏟아내는 언론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지난 17일 문재인 정부가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김상조 교수를 내정하자 보수언론들은 이러저러한 요구사항을 쏟아냈습니다. 보수언론들은 노무현 정부 초기와 달리 아직까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무조건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한편으로 우려하면서도 ‘시장경제를 훼손하지 말라’는 식의 훈수를 두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19일 사설에서 “대기업에 칼을 휘두를 것으로 보였던 김 후보자 입에서 ‘경제 역동성’이 나오니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며 “경제가 활력을 갖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규제와 노동 개혁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대기업을 옥죄는 것이 경제 정의인 것처럼 여기는 경제운용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후보자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경쟁질서를 확립해 경제의 다이내믹스(역동성)를 되살리는 것이 공정위의 존재 이유”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이렇게 평가한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18일 사설에서 “공정한 시장경쟁을 해치는 대기업의 갑질이나 정경유착의 관행은 사라져야 마땅하다”면서도 “그러나 공정위의 조사 기능 강화로 과잉 조사와 규제가 남발하지 않을까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규제위주의 ‘노무현 정부2’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시장을 살리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재벌개혁의 목표가 비정규직을 개선하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것이라는 김 후보자의 말이 행동으로 구체화되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고 요구했습니다.

매일경제는 18일 사설에서 “새 정부가 현실을 무시하고 과욕을 부려 지나치게 급진적인 재벌개혁을 밀어붙이면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며 “다행히 김 후보자는 현실을 잘 아는 개혁론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후보자가 재벌의 저격수나 저승사자가 아니라 더욱 혁신적이고 건강한 대기업들을 키우는 경쟁정책 수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제도 18일 사설에서 “김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구상을 보면 맹목적인 원리주의자는 분명 아닌 듯하다”면서도 “그럼에도 경제계 우려가 적지 않다. 기업을 옥죄기보다는 글로벌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오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공정위의 역할”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치 덕담을 해주는 것 같지만 이들의 훈수는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하지마라’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규제가 본업무인 부처의 수장한테 규제를 하지 말라니,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꼭 필요한 규제이고 과잉규제인지 그들이 판단할 수 있을까요? 조금만 규제가 강화돼도 앓는 소리를 하는 대기업들이나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 온 보수언론의 행태가 금방 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조선일보는 공정거래위원회 얘기를 하면서 은근슬쩍 노동개혁 얘기까지 끼워 넣었네요. 김 후보자가 당신들의 숙원인 노동개혁까지 완수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까? 그건 새로 임명될 노동부 장관한테 할 제안인 거죠. 

역설적으로 규제 강화가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도 있습니다. 혁신보다는 비정규직 확대와 하청업체 쥐어짜기, 정경유착으로 성장해 보려는 대기업을 규제하면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입니다. 보수언론들은 무조건적인 재벌 호위무사 노릇을 그만 두고 대기업에게도 사회적 책무를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