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 17주년 정부 행사로 남북 화해협력 계기 만들어야

▲사진 : 노동신문 홈페이지

지난 14일 북한이 발사한 ‘화성12’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필적’한다는 국내외의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외 언론이 정부와 전문가의견을 빌어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은 처음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이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를 일종의 ‘금지선(red line)’으로 삼고 있는데, 북한은 이를 넘으려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대결이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그러나 CNN 등 일부 미국 언론과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북한의 이번 시험 발사를 북미간 대결보다는 중‧러에 대한 압박용이나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CNN은 시험발사 시점이 중국이 공들인 ‘일대일로 정상포럼’ 첫날이어서 중국의 체면을 구기고, 미사일 낙하지점이 러시아 근해인 점을 들어 북핵이 러시아도 위협할 수 있으니 러시아도 북핵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식으로 보도하였다. 미국보다는 중‧러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국내 언론은 보수, 진보 대부분 북한 미사일이 대화 기류에 찬물을 끼얹고 “협상 전에 미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느니 “대화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더 나아가 “실제로는 우리를 노리는 매우 심각한 위협”, “대화하자며 미사일 도발한 북, 정권 생존에 도움 안 된다”고까지 주장한다, 수구보수언론이야 그렇다 쳐도 명색이 진보적이라는 언론들까지 천편일률적으로 북의 미사일 시험을 남한에 대한 도발이자 취임 4일밖에 안된 문재인 정부 시험용으로 바라보는 것은 지극히 일면적이다.

남북 화해협력을 추구하였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북한은 미사일과 핵 시험을 하였다. 그럼에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간의 대화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6.15, 10.4 선언이라는 평화통일을 위한 중대한 이정표를 남겼다. 이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데 결정적 장애가 되지는 않았음을 의미한다. 물론 북한의 일련의 시험이 당시 우리 정부의 행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었지만 남북간 화해 협력의지는 이를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남북관계의 특성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첫해 북한의 인공위성 광명성1호 발사로 정세가 긴장되었지만 이 발사가 계기가 되어 북미대화가 진행되고 남북간에도 최초의 정상회담과 6.15선언이 나왔다. 또 노무현 정부 때에도 2006년 북한의 최초 핵시험과 여러 미사일 시험 등이 배경이 되어 북미간 대화와 남북간 10.4선언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특히 당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 규정하고 적대정책을 강력히 실시했음에도 결국은 ‘종전선언’을 언급하는 등 2차 남북정상회담을 여는 여건을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과정을 잘 알 것이다.

북한의 ‘화성12’ 탄도미사일 시험의 배경은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이 끝났음에도 북한을 겨냥한 ICBM인 미니트맨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칼빈슨 항모전단을 계속 동해에 남겨 한국과 공동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북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원은 북한에 대해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대북 차단과 제재 현대화법’을 통과시켜 ‘최대의 압박’ 정책을 뒷받침했다. 러시아 의회는 미국의 이 법이 북한과의 거래를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자국의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수색할 수 있도록 근거를 둔 난폭한 주권침해법이자 ‘전쟁선언’과 같다고 강력히 항의하였다. 북한 역시 신설된 외교위원회 명의로 이 법이 ‘주권침해’와 ‘국제법 유린’이라는 항의서한을 미 하원에 보냈다. 지속되고 있는 북미간 대결이 시험발사의 직접적 배경인 것이다.

그리고 많은 언론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이 이제 막 시작된 북미간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대화가 별 성과 없이 끝났기 때문에 시험발사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지난 8~9일 오슬로에서 진행된 북미간 ‘트랙2’ 회담 결과 북한의 최선희 미국 국장이 “트럼프 정부와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아직 대화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ICBM에 필적할 미사일을 시험하여 미국의 ‘레드라인’에 바싹 다가섬으로써 미국이 ‘여건’을 만들기를 압박한 것이다. 조선신보는 15일 “트럼프 정부가 먼저 대화를 위한 ‘적절한 상황’을 만들도록 결단”하는 것이 “북미 간 충돌을 피하고 국면을 전환”하는 길이라고 보도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미 경험한 바 있기에 이런 상황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현재의 대북 적대적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해야 한다. 통일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곧 있을 6.15공동선언 17주년을 정부 차원의 공식 행사로 기념해 남북 화해협력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사일 시험은 미국보다 먼저 남북대화를 여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는 미국측 한반도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문재인 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 제안을 보도하였다. 역사는 북미대화가 남북화해로 이어진 길만이 아니라 남북 화해협력이 북미간 대화를 추동했음도 보여준다. 한반도는 이제 그 전환점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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