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소셜유니온 19대 대선후보 문화정책 평가 (3)

▲ 지난 4월 19일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헌법소원 기자회견 장면. 사진출처. 뉴시스

안철수 후보의 문화예술 부문 공약 곳곳에 현장을 발로 뛰며 만든 흔적이 가득하다. 예컨대 블랙리스트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으로 내 놓은 블랙리스트 백서 작성 공약은 이미 연극인들이 중심이 되어 제작 중인 블랙리스트 검열백서 제작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해체 후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든가 대중문화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플랫폼·디바이스·통신 사업자로 하여금 대중문화산업진흥 재원을 조성하여 문화산업계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공약도 현장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영화계 독과점 방지, 음악계 음원 수익 분배에서 창작자 몫 확대, 출판계 유통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등 장르별 목소리도 소홀히 듣지 않고 반영했다. 그밖에 예술활동증명 제도 개선, 예술인복지법 개정, 독립적인 예술인복지기금 조성, 예술노동지원센터(가칭)를 통한 예술인 노동조건 개선 공약도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요구 사항이었다. 

예술인 평의회(가칭) 등 현장의 예술인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문화민주주의를 국정운영 전반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도 돋보인다. 예술인 평의회 개최 공약은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가 구상하고 있던 대선 이후 예술인들의 직접민주주의를 위한 조직전환 요구와 맞닿아 있다. 문화기본권 확보를 위해 문화지표를 설정하고 ‘문화행복 패널’ 운영을 통해 문화정책의 품질을 제고하겠다는 공약은 실질적인 시민의 문화권 실현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의 문화적 권리 신장과 역할 강화, 예술공연 비자 제도 개선 등은 시민의 범위를 ‘국민’ 개념 너머로 확장시킨다. 적어도 문화예술 부문에 있어서는, 5대 주요 후보들 중 안철수 후보 캠프의 공약이 가장 진보적이라 할 수 있다.

반면 18대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의 공약과 비교할 때 오히려 후퇴한 면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18대 대선에서 제시했던 중소기업 밀집지역 노동자 문화복지 인프라 구축 공약이 19대 대선에서는 빠졌다. 5년 전 제시했던 성평등 문화 확산 및 여성문화예술 지원과 여성문화예술인 고용안정화 공약도 이번에는 빠졌다. 뿐만 아니라 남북 문화예술과 스포츠 교류 활성화 공약도 이번 대선 공약집에서는 사라졌다. 대신, 한미동맹을 군사동맹 너머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동맹 관계’ 확대·강화 그리고 장병의 체육·문화시설 확충이 빈자리를 채웠다. 공교롭게도 노동자, 여성, 남북교류 등 현재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주요 쟁점들이다. 이런 점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5년 전에 비해 더욱 보수화되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안철수 후보 캠프의 문화예술 부문 공약만 놓고 보자면, 문화민주주의 가치 실현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 모두 지난 겨울 박근혜 퇴진투쟁의 최전선에 섰던 예술인 그리고 시민들의 목소리와 몸짓의 결과다. 그리고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예술인을 비롯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면 문화민주주의와 문화 공공성, 그리고 문화사회 실현은 불가능하다. 그들이 비워 둔 자리건 비워 버린 자리건, 앞으로 계속해서 그 자리를 채워야 할 것은 우리들 자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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