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물꼬 트는 역할 맡아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적절한 여건 마련”이란 단서를 여러 차례 반복한 것을 보면 이 발언은 세심하게 준비되고 계획된 것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영광”이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상 작심하고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의한 것으로도 읽힌다. 일각에서는 이를 평가절하해 모든 것을 거래로 보는 트럼프이기에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하였으나 지극히 우매한 발상이다. 세계 어느 국가 정상도 국가간 정상회담을 지나가는 소리로 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적대적 국가 간 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미 정부 차원에서 제기된 것은 17년만이다. 2000년 메를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에 이어 공식적으로 추진되었던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조지.W.부시 대통령의 당선으로 무산된 이래 처음이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상회담을 제기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파격적 발언이다. 연합뉴스는 “시작하기가 어렵지만 일단 대화 국면으로 들어가면 북미간에 크게 주고 크게 받는 '트럼프식' 일괄타결 해법이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라고 보도하였다.

이로써 트럼프 정부의 대북전략인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전략’이 전체적 윤곽을 드러냈다. ‘최대한 압박’전략이 미국의 3대 핵무력을 동원한 군사적 압박과 중국도 동참시킨 강력한 대북제재라면, ‘최대한 관여’전략은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최고위급 회담 개최를 통한 일괄타결이다. 이것은 과거 베트남 평화협정 시기를 연상시킨다. 당시에도 한편에서는 미국에 의해 핵전쟁 경계령이 발동되는 등 핵전쟁 위협과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었고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미-북베트남 간에 평화협정을 위한 치열한 교섭이 전개되었다. 핵심은, 전투는 협상을 자국에 유리하게 매듭짓기 위한 환경조성이었다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의 종결을 위해 당시 닉슨 대통령은 세계를 긴장시킨 핵전쟁 공포를 조성하여 위협을 느낀 소련이 북베트남에 압력을 가해 평화협정을 미국에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하였던 것이다,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의 배경이다. 이렇게 볼 때 미국 전문가의 의견대로 ‘최대의 압박과 관여전략’은 ‘관여를 위한 최대의 압박(Maximun pressure for engagement)’전략으로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주목할 점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적절한 여건’에 대해 백악관이 북의 핵 폐기 또는 비핵화 수용 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다. 백악관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의 즉각 중단”과 “북한의 행동과 관련한 변화가 있어야 하고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고리로 하는 초기 조치와 비핵화 내지 비확산을 지향한다는 목표에 대한 ‘선의의 표현’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 간에는 이 지점에서 치열한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미국 역시 이에 상응한 조치를 내와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전문가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 ‘정상회담’ 발언으로 한반도가 갑자기 대화국면으로 전환된 것은 아니다.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지난 1일에도 전략핵폭격기 B-1B 랜서를 출격시켜 무력시위를 전개하였고, 한국 공군, 일본 자위대와의 공동훈련도 전개하였다. 또 3일에는 다시 한 번 대룩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을 시험 발사하였다. 일주일 새 두 번이나 발사한 것이다. 아울러 미국은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국제사회에 북과의 외교관계 격하 내지 단절을 촉구하고, 세컨더리 보이콧도 재차 공론화하고 있다. 한반도는 여전히 대결을 축으로 대화가 모색되는 시기에 있다.

이제 공은 촛불대선으로 며칠 안에 새로 들어설 한국의 새 정부에 넘겨졌다. 한반도 문제는 미국도 최우선적 대외정책으로 삼는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해결해야할 초미의 과제가 되어 있다. 이의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계기를 북미는 물론, 중국조차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풀 주체는 우리의 새 정부다. 촛불민심의 요구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이다. 새 정부는 촛불의 요구를 받들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당당히 미국에게 한미연합훈련의 중단과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북한에게는 핵과 미사일 시험의 중단을 요구해 대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 나아가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도 서둘러야 한다. 더 이상 국군이 미국의 명령에 따를 수는 없다. 여기에 박근혜 적폐세력과 그 잔당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공교롭게도 유럽과 동북아의 질서를 바꿀 두 개의 대통령선거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대선은 민심을 잃은 사회당, 공화당 두 주류세력의 몰락을 보여주며, 유럽의 지배질서인 EU와 NATO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의 대선 역시 민심을 잃은 적폐세력의 몰락을 가져오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실현할 평화협정으로의 길을 열어 동북아의 새 질서를 세우는 역사적 계기가 되어야 한다. 시대의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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