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할 적폐와 새정부의 과제 (3) 검찰개혁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10일 박근혜 탄핵을 결정했고, 법원은 2017년 4월17일 박근혜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리고 지금, 차디찬 겨울의 광장을 수백만의 촛불로 채우며 지낸 한국 사회는 새 정부의 탄생을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말하는 ‘변화’의 약속에 한껏 들떠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합집산과 갈 곳 잃은 보수표심 잡기에 혈안이 된 대선 경쟁에 촛불 광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진정한 적폐 청산과 변화의 길은 어떤 것이 ‘적폐’인지, 왜, 어떻게 청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 없이 가능하지 않다. 이에 탄핵 결정문과 공소장에서 밝혀진 사실들을 토대로 크게 세 가지의 적폐와 개혁과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글쓴이 서문]

사정(査正)이라 함은 말 그대로 “조사하여 그릇된 것을 바로잡는” 것인데,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이러한 사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는 민감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수사를 좌지우지하려 했다. 검찰개혁은 집중된 권력의 분산과 견제장치의 도입이라는 구조적 개혁 없이 이루어내기 힘든 어려운 난제인 동시에, 적폐 청산과 방지를 위해 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필수 과제다.

▲ 사진출처 뉴시스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의 범죄 혐의를 살펴보자. 검찰의 2017년 4월17일자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우병우(전 청와대 민정수석)는 자신에 대한 감찰을 개시한 특별감찰관 에게 감찰을 중단하지 않으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위협한 것은 물론 정상적 현장 점검에 대해 항의하며 중단시키는 등 위력으로 특별감찰관 직무수행을 방해하였다. 또 세월호 수사팀이 해경과 청와대 간 전화통화 녹음파일을 압수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수사팀장에게 전화하여 “청와대와 해경 간 전화 통화녹음파일 압수”에 반대하는 등 수사에 개입했다.

그러나 사정권력의 오남용 의혹과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 많지 않다. 특검이 검찰에 이관한 의혹 사건 중 세월호 수사 방해 의혹은 위증으로만 기소되었고, 특검이 우병우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포함되었던 민간인 불법사찰 등 직권남용 혐의의 상당 부분이 기소 단계에서 제외되었다.

특히 특검이 검찰에 인계한 수사자료 중 ‘우병우가 지난해 7월부터 10월 사이에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1000여 차례, 김수남 검찰총장과 12차례 통화했고, 특별수사본부장이던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도 수차례 통화한 내역’은 전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병우와 검찰의 공범관계’를 숨기기 위한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법개혁, 그 중에서도 특히 세계에서 유례없이 강력한 권력을 가진 검찰에 대한 개혁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은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특정한 시기에 터트리거나 은폐하는 방식으로 정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 ‘정치 검찰’은 어떤 정부라도 결탁의 유혹을 거절하기 어렵고, 적으로 세워서는 영 곤란한 존재였고, 때문에 검찰개혁은 항상 어려운 과제였다. 

수백 만의 국민들이 매주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들었던 촛불의 열기가 검찰의 부실한 수사와 기소로 일단락된 지금, 과감한 검찰개혁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검사와의 대화’로 출발한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이 실패한 선례에서도 알 수 있듯, 정부가 ‘정치 검찰’의 손을 놓는 방식으로는 불충분하다. 수사권‧기소권을 분리하는 등 권력 분산 조치는 물론, 검찰을 견제할 별도의 기소청을 두고 그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분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 등 이미 방안은 마련되어 있고,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도 이를 언급하고 있다. ‘적폐’의 청산은 물론 새로운 축적을 막기 위해서, 차기 정부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검찰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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