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철회 김천시민촛불집회 ●제253회●

▲ 30일 오전 소성리로 돌진한 미군 사드 용 유류차를 막은 후 집회를 하고 있다.

오늘도 지루한 하루였다. 아침부터 날아오는 호소, ‘비상비상비상 소성리로 달려와 달라’ 이어지는 사진과 동영상. 미군 유조차 두 대를 막기 위해 비상이 걸린 거다. 오늘은 미리 레커차를 가져온 모양이다. 차를 빼지 않으면 견인하겠다는 방송이 한창이다. 그렇게 방송하면 차 유리를 깨도 되나?

맘들이 탄 차의 유리를 깨고 끌어냈다는 보고가 떴다. 놀란 맘은 패닉상태로 후송되고, 몇이 다치고 몇이 연행되고, 소성리는 전쟁터였다. 11시가 넘어 유조차가 후퇴했다는 소식. 

▲ 경찰들이 차 유리를 깨고, 지역주민의 차를 무단으로 견인해 갔다.

달려가지 못하는 동안 애를 태우고 여기저기 퍼나르는 것도 힘들다. 제발 버텨주세요. 12시 무렵이 되면 향린교회 신도들도 오고,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도 온다니 그때까지 제발!

아직 낫지 않은 몸으로 소성리로 달려온 김덕기 YMCA 사무총장이 ‘마음이 여기 와 있기 때문에 안 오면 더 힘들다’는 말에 공감한다. 

김밥 두 줄 사서 출발했다. 뭔 반찬은 제대로 있을 것이며 밥은 있겠나 싶어서다. 도착해 천주교 천막에 들어가 김밥을 꺼내니 성주촛불시민이 김밥 한 줄을 슬그머니 주고 나갔다. 이젠 보기만 해도 반가운, 그래서 챙겨주고 싶은 동지들! 급히 먹고 진밭교 위로 미사하러 갔다.

▲ 30일 오전 소성리로 돌진한 미군 사드 용 유류차를 막기위해 주민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원래 오후 3시에 미사가 잡혀 있었으나 워낙 상황이 긴박해서 1시로 당겼다고 한다. 진밭교로 올라가는 길에는 엄청 많은 경찰차가 시동을 걸어놓고 있다. 하루 종일 소음에다 기름 냄새가 주민에겐 또 다른 고문이다. 게다가 그들이 머문 자리는 제대로 치워놓지도 않아 지저분하다.

내려오면서 동영상을 찍어보니 창문이 열린 버스가 많았다. 그럼 이거 에어컨 틀려고 시동 켜 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혼자 탄 승용차도 하나같이 시동을 켜두고 있다. 우리 경찰은 환경보호나 에너지 절약에 예외인가? 하긴 온갖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통에 그런 것 신경 쓸 우리 국방부나 경찰이 아니겠지. 그런데 이렇게 법을 어기고 자연 환경을 훼손하는데 돈 쓰라고 우리 세금 낸 것 아니다. 정말 세금 불복종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다.

전경들의 철통같은 호위를 받으며(보이지 않게 사복 정보원들의 보호도 같이) 미사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초를 담은 병이 떨어지면서 깨졌다. 쏟아지는 햇발, 그리고 바람. 오늘도 황동환 신부님은 왜관에서 달려와 그 선봉에 서 있다. 자주 비상이 걸려서 걱정이다.

미사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수백 명의 향린교회 신도들이 행진하면서 올라오고 있다. 집회 후 함께 행진할 계획이었는데 서울 올라갈 시간이 잡혀 있어서 먼저 행진하고 집회에 참석한다고 한다.

조금 있으니 집회가 시작되었다. 시작할 때는 햇볕이 뜨거웠는데 마칠 무렵엔 그늘이 많이 생겼다. 지난 26일 대전투 때 온몸으로 싸우다 팔꿈치로 맞아 이 두 개가 흔들거린 우리 소성리 부녀회장이 마스크를 하고 나와 그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호소했다.

“트럼프가 사드비용을 달라 하는데 방법은 간단하다. 사드를 돌려보내면 된다”고 명쾌하게 말하는 이종희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 초전에서 농사짓고 사시는 분이다. 

미안하고 송구하다는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확실하게 사드반대 목소리를 내는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의 발언도 위안이 되지만, 뭐니뭐니해도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준 사람은 연예인 김제동님이었다. 

박경범 사회자가 “어디 있느냐?” 했을 때 집회하는 군중 속에 표 나지 않게 있다가 나오는 것부터 감동적이었는데, 무대에 올라가서 무릎을 꿇더니 기자들에게 “저 할매, 할배들에게 카메라를 비춰달라” 했다.

“이분들이 부처고, 예수다. 여기는 원불교의 성지이지만 이분들이 태어난 곳이기 때문에 성지이다. 이분들을 이렇게 대하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는 분노한다. 이분들이 여기 있는 것은 정치인들 장신구가 아니다. 당신들 여기서 얘기하라고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이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시작했다.

그리고, 한 마디 한 마디 버릴 것 없는 그의 말!

김천 200회 때 와서 발언한 그의 말을 정리할 때 정말 힘들었다. 다 적고 싶어서였다.

감히 말하건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지성인은 단연코 김제동이다.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기에 나는 안다. 그가 다닌 전문학교가 얼마나 시시한 삼류학교(?)였는지. 그런데 그는 저 영주가 낳은 천재 우병우보다 서울대 출신 판검사보다 훌륭한 인격을 갖춘 인물로 성숙하여, 우리의 훌륭한 상담자가 되어 우리 곁으로 오고 있는 것이다. 진짜 독서를 하고 공부를 한 것이다. 시간을 내어 그가 한 발언들을 글로 되살려내고 싶다. 

내일이 위험해서 김천으로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팡질팡하다가 일단 집회에 참석하고 다시 들어오는 방향으로 하기로 정했다 해서 돌아왔다.

오늘 저녁 집회 사회자는 장재호 사무국장이다.

“고단한 하루였다. 유조차를 막아냈다”며 집회를 시작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고 율동맘의 율동 ‘사드반대가’를 했다. 소성리에서 찬탄을 받았던 율동천사들이 뒤에 함께 했다.

소성리 집회에 참석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함께 했다.

“대한민국의 평화와 미래는 이곳에 있구나. 약소국이 줏대 있게 버티는 힘은 김천, 성주에서 나온다.”

면서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대해 설명하고

“국방부가 아무리 소파 규정에 의거 사드부지를 미군에 공여했다 하지만 그것은 현행법을 어긴 것”이라며 “원천무효라 주장할 수밖에 없다”를 힘주어 이야기했다. 그리고 국회에서 사드배치를 막아내지 못해 미안하고 송구하다고도 했다.

“국정농단의 화룡정점은 사드다.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 사드를 반대하는 국회의원과 함께 우선 현장에서 일어나는 경찰 진압행태에 대해 관련 부처와 방법을 강구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사드 문제는 김천,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곳곳에 언제 또 국민을 짓밟는 행태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끝까지 같이 하겠다“고 했다. 

이종균님이 즉석에서 손을 들어서 “오늘 밤이 위험하다해서 소성리에 들어간다. 우리 너무 힘들다. 의원님이 오늘 밤만이라도 같이 들어가 우리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의논해보겠다더니 마칠 무렵에 들어가겠다 해서 박수를 받았다. 

“국방부와 경찰의 도발이 우려되었으나 김천 촛불을 지켜야 할 것 같아서 나왔다. 집회가 끝나면 다시 들어간다. 시민 여러분도 함께 들어갔으면 한다”고 장재호 사무국장이 덧붙였다. 

최용정, 박희주 두 공동위원장은 소성리에 남아있고 지금 세 공동위원장은 나와서 집회 후 들어간다면서 세 사람의 결의를 들었다. 

유선철 공동위원장.

“연일 전쟁터가 따로 없다. 아침에 연락받고 가니 콘테이너 앞에서 시민과 전경(나중에 보니 경찰)들이 몸싸움하고 있었다. 그 싸움에서 밀리면 교무님이 기도하는 곳으로 밀리고 고립될 것 같았다. 나도 발로 허벅지를 차였다.” 

경찰이 목을 조르고, 율동맘이 차를 파손당하고 실신하여 병원으로 후송당했고 성주 한 분이 연행되었다(김천에서도 1명 연행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더 강하게 저들이 나오고 있고 갈수록 우리도 감정이 격해진다. 오늘은 다행스럽게 유승희, 심상정 대표도 왔다. 대선 전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국회를 열어 빨리 논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유선철 공동위원장은 김천도 그렇지만 소성리에서도 진압하는 경찰 중에 제자가 있어서 제자들과 적이 되어 싸워야 하는 슬픈 현실을 한탄했었다. 

“우리 일이니 우리가 막아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소성리 오늘 긴박했다. 이렇게라도 해서 5월9일까지 끌고가 봐야 된다. 장비가 더 이상 반입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무조건 싸워야 된다”는 김대성 공동위원장.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불법적인 사드배치를 온몸으로 막는 것을 경찰이 무자비하게 폭력적인 진압을 한다. 도대체 누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진행하는가?

대선 정국에서 누구 하나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으니 우리 시민, 국민들이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 반드시 새 정권이 들어서서는 이 문제가 재검토되어야 한다.

어떠한 장비도 소성리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온몸으로 막아야 하고 반드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9일 남았다. 끝까지 투쟁하자!”는 김종경 공동위원장의 발언.

“김천 시민 목숨 걸고 사드배치 반대한다!” 구호가 오늘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김천 시민들로 구성된 난타 공연이 이어져 지친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평화나비율동팀과 율동맘, 율동천사들이 함께 하는 율동 ‘격문’.

집행부 전원이 소성리로 달려가기 위해 조금 당겨서 집회가 마쳤다. 253회째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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