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소셜유니온 19대 대선후보 문화정책 평가(2)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는 상당히 특이한 문화적 아이콘이 될 수 있는 자질을 지녔다. 화제가 되었던 3차 대통령후보 토론회 당시 “후보들이 합의만 한다면 토론회 시간을 연장해서라도 진행하겠다”는 사회자 손석희의 제안에 대해 “집에 가겠다”고 선언한 유일한 후보다. 대개 본심은 어떻더라도 겉으로는 다할 것처럼 말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홍준표 후보는 억지로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낸다. 그런데 이렇게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에 집중하다보면 한가지를 놓치게 된다. 그것은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집권당이라면 사실이다.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하더라도 현재 정부를 책임지는 정치세력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홍준표는 집권당의 대표로, 자유한국당은 집권당으로서의 자기 책임을 지웠다. 이들의 태도 어디에도 그런 책임감을 보이지 않는다.

‘블랙리스트’가 빠진 공약

특히 사회적으로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문화계 블랙리스트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19대 대통령선거 공약집>은 근 300쪽에 달하는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지만 이 중 문화공약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단 6쪽에 불과하다. 항목으로만 따지면 7개로, 이중 전통문화유산과 관련된 공약 4개와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된 공약 1개를 제외하면 전통적인 의미에서 문화예술공약은 2개다. 하나는 전국의 폐교와 사용하지 않는 시설을 활용하여 작가들에게 창작공간을 지원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권과 시설 및 프로그램을 확충해서 문화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내용이다. 알다시피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을 정부의 핵심 기조로 제시할 정도로 문화정책에 대한 비중을 높였다. 그런데 집권당의 공약에서 왜 문화융성이 고작 2개의 공익사업으로 축소되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보이질 않는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강조했던 문화콘텐츠 사업이나 한류의 확산과 같은 문화산업 정책은 전혀 없다.

이것은 자유한국당의 문화예술정책이 사실은 부족하다는 것을, 즉 체계적인 당의 정책으로서 수립되었다기 보다는 특정 후보자들과의 친소관계로 만들어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수립된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테다. 실제로 지난 25일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진행한 각 후보들의 문화공약과 관련된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측은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문화예술위원회를 문화부에서 독립된 문화위원회로 분리, 개편’하겠다는 대책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위원회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처럼 독립기구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이 참조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여당에 유리한 종편 방송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심의를, 여당에 불리한 방송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 사실상 어용 위원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존 사업 재탕인 문화공약

그나마 제시한 2개의 문화공약도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기존에 이미 하고 있던 사업들을 짜깁기한 수준이다. 우선 ‘집단창작촌 등 문화예술인들의 맞춤형 창작공간을 확충하겠습니다’의 내용은 청년작가에게 빈집, 폐교를 활용해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기성 작가에겐 문화예술인 집단창작촌 등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생계위기 작자에 대해선 생계위기 대피용 창작공간을 설립하겠다 했다. 하지만 2014년 기준으로 이미 전국에서 조성된 레지던시 중 29%가 사용하지 않는 시설이고 28%가 폐교로 나타났다. 즉 일반화된 정책인데 실제로 이런 방식이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을 지역 개발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나 한계에 대해선 어떤 진전된 고민도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생계위기 작자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한다는 부분에선, 열악한 예술인들의 조건을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제안된 ‘생활문화 시설 및 프로그램 확충으로 문화격차를 해소하겠습니다’라는 공약은 아예 내용이 없다. 이미 국고보조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생활문화센터, 국민체육센터를 짓는다는 것이 다다. 반면, 평창동계올림픽 공약에서 보이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을 통해서 평창동계올림픽 시설을 인수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랄지, 궁중문화축전, 서원향교문화축전, 산사문화축전 등 온갖 축제를 나열한 ‘매월 1개 축제를 전국동시다발로 개최’한다는 내용은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이런 내용이 사상 초유의 블랙리스트 사태를 불러온 집권당의 문화정책 공약이다. 과연 자유한국당이 문화예술계의 현재를 제대로 보고 이를 진단할 능력이 있는 걸까. 극히 부정적이다. 오히려 궁금한 것은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문화융성’을 제안한 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다. 이들이 자유한국당을 떠나서 어느 정당의 후보에게 붙어 있을까. 자유한국당의 공약을 보면서, 이 ‘숙주’를 떠난 문화예술계의 기득권 세력을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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